검찰은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던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 씨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 씨는 대선 기간 중에 자신의 친척에게 연기를 시켜 음성변조 파일을 만들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조작해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의원에게 전달했다는 것이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이나 향후 수사에 따라 관련자 규모는 훨씬 방대해질 가능성을 남기고 있다. 이 씨가 체포되기 전 메시지와 카톡을 통해 국민의당 사과와 다른 주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다수의 매체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이유미 씨의 주장은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의 대국민사과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국민의당의 꼬리자르기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은 피할 수 없게 됐다. 결과적으로 검찰 발표 전에 서둘러 사과함으로써 당에 미치는 타격을 줄여보려고 했지만 스스로 발목 잡힐 악수를 둔 것은 아닌지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국회 정론관에서 지난 대선 때 제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의 고용정보원 입사 의혹과 관련, "제보된 카카오톡 화면 및 녹음 파일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밝힌 뒤 이용주. 김유정 의원과 함께 질문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대선에는 매우 복잡한 의미가 담겼었다. 박근혜-최순실의 국정농단으로 촉발된 보궐선거로서의 대통령 선거라는 초유의 사태였으며, 물리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준비할 시간이 절대 부족했던 선거였다. 그렇다 보니 다른 어느 때보다 부쩍 증가한 것이 있다. 바로 가짜뉴스와 가짜검증이었다.

가짜뉴스의 대표 SBS 세월호 관련 보도는 보도참사라는 이름을 얻었고, 가짜검증의 진수였던 문준용 씨 취업관련 의혹도 마침내 조작이었다는 자백으로 거짓임이 밝혀졌다. 눈여겨 볼 지점은 이 희대의 가짜뉴스와 가짜검증이 투표일에 임박해서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SBS의 보도참사가 5월 2일 그리고 국민의당의 의혹 조작 발표가 5월 5일이었다.

SBS의 세월호 관련 가짜뉴스의 경우 너무도 터무니없는 보도라 SBS가 자체적으로 뉴스를 내리고 사과를 하는 등 스스로 수습에 나섰지만, 그렇지 않았더라면 대선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이 SBS의 자체 수습에 대해서까지 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을 했던 부분마저 의혹으로 더해진다. 며칠 후 국민의당의 조작된 의혹이 발표됐다는 사실은 뒤늦게 공포를 느끼게 한다.

SBS<8뉴스> 보도 화면 갈무리

대선 기간 여론조사에서 문준용 씨 관련 특혜 의혹은 59%(매우 문제 있다 37.3%. 다소 문제가 있다 21.7%)가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었다. 한참 가파르게 오르던 당시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이 한풀 꺾인 것도 아들 준용 씨 관련 논란 외에는 이유가 없었다. 그나마 대통령 선거에 이겼으니 다행이지 만일 결과가 나빴더라면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두 번 연속으로 공작에 의해서 왜곡되는 치욕스러운 역사를 쓸 뻔했다는 사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다 분노하게 된다.

이 사건이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한 명의 사과로 덮을 수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이유미 씨가 긴급체포 전에 보인 반응 등은 이 사건의 윤곽은 아직 그려지지 않았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유미 씨는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서 “모 위원장의 지시로 허위자료를 만든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또한 “아마 당에서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저희를 출당 조치할 것”이라며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조작과 한발 멀어지려는 국민의당 입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일개 당원이 이처럼 엄청난 일을 혼자 꾸미고, 실행했을 거라고 믿기는 어렵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이유미 씨를 의혹제기 당시 자원봉사자라고 발표했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어서 의혹을 더하고 있다. 이유미 씨는 안철수 전 후보 제자로 2012년 진심캠프에 참여하여 ‘66일 안철수와 함께 한 희망의 기록’이란 책을 집필했으며,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당 예비후보자로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에 문재인 대통령 아들 준용씨와 관련해 허위 내용을 제보한 당원인 이유미 씨가 27일 오전 서울 남부지검에서 조사 중 긴급체포돼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금까지 밝혀진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이유미 씨는 안철수 전 후보 측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26일의 대국민사과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아니라 안철수 전 후보가 했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안철수 전 후보는 대선 직후 차기 재도전을 강력하게 시사한 바 있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그의 미래는 수정되어야 할지 모를 일이다.

안철수 전 후보의 반응과 입장은 추후 알아볼 일이고 당장은 이 사건의 전모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 이에 대해 일단 민주당의 입장은 단호하다. 국민의당의 사과에 대해서 민주당 백혜련 대변인은 “이 사건은 대선 공작 게이트로 파장이 커질 수 있는 심각한 사안이자 민주주의를 유린한 엄청난 범죄"라며 "검찰은 당원의 독단적 행동인지 배후가 있는지 철저한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중요한 워딩 하나는 바로 대선 공작 게이트라는 부분이다.

선거법 위반은 매우 무거운 처벌이 뒤따른다. 예를 들어 정봉주 전 의원의 경우 1년의 실형을 살았고 10년 간 피선거권이 박탈됐다. 정봉주 전 의원의 혐의는 허위사실 공표로 인한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이었다. 이번 국민의당 선거공작 혐의는 그보다 훨씬 무거워 보인다는 점에서 수사결과에 관심이 뜨겁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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