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지나며 국내 최고의 언론사가 된 JTBC지만 그 환호 속에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었다. 몇몇 사안에 대한 그래프가 조작 수준의 오류를 보였고, 간헐적이었지만 지속되었다. 결국 대선국면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지지도를 바꿔버린 그래프를 방송한 일까지 벌어졌고, 손석희 앵커는 비로소 지난 일들까지 소급한 사과를 전했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사건은 실수로 볼 수 있는 개연성이라도 있었다. 뉴욕 타임지가 사과를 잘해 세계 일류 언론이 됐다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손석희 앵커의 신속한 사과로 무난히 잘 처리됐다고 할 수 있고, 이후 JTBC 뉴스에 그래프 실수나 오기는 발견되지 않고 있다. 다만 언론의 그래프나 표를 보는 경계심을 남기게 됐다. 그런데 며칠 전 여론조사가 발표되었고 이를 보도하는 몇몇 매체의 비상식적 태도가 논란이 되었다.

79%와 14%가 비슷해지는 기적의 그래프 작법

한국갤럽이 발표한 문재인 대통령 4주차 직무수행평가와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의 지지도는 조금 빠지기는 했다. 그래도 79%의 지지를 보인다는 것은 적어도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전히 강건한 지지와 응원을 보내고 있다는 증거이다. 또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두 주째 등락 없이 50%의 지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자유한국당까지 한 자릿수 지지로 추락한 것이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왼쪽이 79%는 70%대일뿐이라는 해럴드경제 그래프. 오른쪽 그래프와의 차이가 크다.

그런데 한 매체에서 이 조사가 발표되자 타이틀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70%대라고 표기했다. 아니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분히 폄훼 의도가 담긴 축소보도라고 할 수 있다. 대선국면에서 경향신문에 왜곡의 낙인을 찍게 했던 팔사오입을 넘어 구사오입의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매체에서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긍정과 부정 여론이 마치 비슷한 것처럼 보이게 하는 그래프로 독자들을 현혹하는 시도도 볼 수 있었다. 물론 더 이상 이런 식의 얕은 수에 넘어갈 국민은 없다.

괴벨스의 말이 악몽처럼 떠오른다. “사람들은 한 번 말한 거짓말은 부정하지만 두 번 말하면 의심하게 되고 세 번 말하면 그것을 믿게 된다”

김상곤 과태료 4만원도 검증대상? 해도 해도 너무 한 트집 잡기

그런가 하면 내각 검증이 한창인 요즘 언론들의 검증 태도는 이미 문제가 크게 터진 바 있다. 유명한 노룩 취재가 하필이면 엄중한 새 정부의 내각 검증에 터졌다는 사실이 주는 암울함이 있다. 대선 후보일 때부터 문재인 대통령에게 언론은 우호적이지 않았고, 대통령 취임 후에는 여론에 따라 칭찬을 하면서도 인사청문회에는 매체들끼리의 네거티브 경쟁이 뜨거운 상태다. 노룩 취재도 그런 부작용 중 하나일 것이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교육시설공제회관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언론은 좀처럼 반성하지 않고 있다. 앞서 지적한 그래프의 문제도 그렇지만 노룩 취재만큼이나 심각한 보도는 얼마든지 많다. 25일 연합뉴스는 김상곤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기사로 시민들의 빈축을 샀다.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실 자료를 인용한 형식의 기사였는데, 과거 김 후보자가 주정차 위반 과태료 4만원을 내지 않아 압류 당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밖에도 과거 대표이던 시절 출판사의 각종 보험료도 체납한 사실도 덧붙이며 준법의식이 부족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과연 이 기사 내용이 노룩취재로 인한 오보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솔직히 분간하기 힘들다. 체납과 압류라는 용어를 마치 탈세와 압수수색 정도의 의미로 과대포장하려는 의도는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아니 4만원 체납을 후보자 검증 기사라고 송고한 사실 자체가 놀라웠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검증은 물론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 정도면 검증이 아니라 의도에 꿰맞추려는 억지로 보인다. 간신히 오보의 혐의는 피하면서 악의를 행간에 숨긴 기사들이 판을 친다. 참여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문재인 정부의 진짜 숙제는 결국 또 언론인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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