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 강화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14일 문 대통령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장들과의 만남을 정례화하고, 이를 토대로 '제2국무회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완수하지 못한 지방분권 강화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참여정부 시절 노 전 대통령은 전국 시도지사회의를 정례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당시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협조,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반발 등이 겹치며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조세개혁·재정조정제도 강화 등 재정 분배 시스템 구축

문재인 대통령이 지방분권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조세제도 개혁 등을 통해 적절한 재정 배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지역 간 경제력의 차이가 큰 상황에서의 지방분권 강화가 자칫 격차를 벌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행 조세제도는 국세의 비중이 지방세의 비중보다 높기 때문에 지방재정은 중앙재정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중앙정부에서 국세를 걷어 교부세나 보조금의 형태로 지방에 나눠주는 구조다. 지방자주재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 구조의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무작정 지방세 비중만을 높인다고 해서 지방자주재정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거점 개발 방식으로 성장한 한국의 특성상 지역 간 양극화가 극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조세개혁을 실시할 경우 강원, 충북, 경북 등 지역 경제기반이 취약한 지역은 세수가 줄고, 서울, 경기 등 경제력이 강한 지역에 세수가 집중될 수 있다.

이럴 경우 경제력이 취약한 지역은 인구 유출을 비롯해 교육, 복지, 문화, 생활 등이 후퇴하는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경제력이 높은 지역에는 각종 혜택이 몰리게 돼, 지방분권을 강화하려다 지역 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강력한 재정조정제도 등과 같은 보완 요소를 함께 갖춰 적절한 재정의 분배가 이뤄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으로는 균형개발 정책을 개발해 지역의 재정자립을 돕는 등의 치밀한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하는 지방분권 강화를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전국 광역자치단체장들을 만났다. 왼쪽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최문순 강원도지사, 문재인 대통령, 이낙연 국무총리. (연합뉴스)

文-野, 개헌 분권 방식 이견…당사자이자 조정자로 나서야

시스템 구축으로 지방분권의 토대를 마련한 이후에는 지방으로의 권한 이양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해 풀어야하는 과제가 바로 ‘개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14일 밝혔듯이 제2국무회의 신설 근거 확립 등 지방분권 중심의 개헌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문재인 대통령이 추진하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전국 시도지사간담회’의 제2국무회의 격상의 경우 헌법 제4장 2절 2관 국무회의에 관한 부분을 새롭게 고쳐야 한다.

개헌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과는 별개로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의 의견이 매우 중요하게 작동한다. 문 대통령의 지방분권 강화안을 개헌에 담으려면 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당도 ‘분권’의 가치를 개헌안에 담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분권의 방향은 지방분권이 아닌 권력구조 개편을 통한 중앙에서의 분권이다. 지난 3월 야3당이 도출해낸 개헌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외치에 한정하고, 국회가 선출한 국무총리가 행정부의 수반이 되는 이른바 ‘분권형 대통령제’였다.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국회가 그 권한을 가져오겠다는 의미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중임 규정을 통해 정책의 연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4년 중임 대통령중심제를 선호하고 있다. 제왕적 대통령제가 크고 작은 문제를 발생시켜온 만큼 대통령 권한의 조정은 분명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인 권력구조의 틀이 대통령중심제라는 점에서 야당의 구상과 거리가 멀다. 자칫 권력구조 개편과 제2국무회의 신설 등 지방분권 강화안을 둔 대립으로 개헌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방분권 강화 제도화의 무산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정권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방분권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의 당사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해 여야가 동의하는 개헌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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