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또 ‘역사상 최고치’를 뚫었다. 이쯤 되면 기록제조기라 불러야 한다. 야당들에 둘러싸여 인사에 난항을 겪는 청와대와 여당으로서는 큰 위안이 되는 동시에 실컷 공격하고도 얻는 것 없이 자기 터전만 갉아먹은 야당은 안절부절못하게 됐다. 89.4%(11일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 KSOI 정기여론조사)의 대통령 지지율. 정치를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이 정도 대통령 지지율에 반대만 외치는 건 멍청한 거다.

반면 해본 적 없는 협치를 볼모로 몽니를 부리고 있는 야당들은 지지율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번 주 조사에서의 하락치가 좀 더 유의미한 것은 야당 중에 두 자릿수 지지율을 얻은 정당이 없다는 사실이다. 표본오차 내에서 야 4당이 도토리 키 재기를 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협조적인 정의당만 야당 중에서 지지율이 상승하고 있는 것 또한 인상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8일 오후 청와대 위기관리센터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연합뉴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서 발표한 6월 2주차 여론조사결과는 충격적이라 할 정도로 매서운 민심을 읽게 된다. 문재인 정부의 행보에 발목을 잡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은 대선에서 20% 이상을 얻었던 후보 지지율을 이미 까먹은 지 오래고, 이제는 정당 존립의 이유까지 물을 정도로 심각한 지지율 몰락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야당들이 바라는 정반대의 효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언론들의 오보 지원까지 더해져졌던 인사청문회에서의 야당의 공세로 비토의 명분을 얻었다는 자가당착에 빠졌을지 모를 야당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고 엄중하다 할 것이다.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야당들이 보인 ‘협치 없음’ 태도는 새 정부를 둘러싼 국민의 지지를 뚫지 못하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갔다고 여론은 일갈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곤란해진 것은 이번 인사청문회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흔든 국민의당이다. 국민의당의 유일한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아예 소멸될 지경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광주전남에서 96.1%를 기록했다는 점은 국민의당이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보인 전략이 전혀 먹히고 있지 않음을 가리킨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박옥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외교부장관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등 망언에 가까운 여성폄하발언과 MB비서관 출신의 이태규 의원이 강경화 후보자 저격수로 나선 점 등이 민심 이반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 내년의 지방선거를 비롯해 3년 후 총선에 국민의당에게 기회가 있을 거라 믿는다면 지나치게 낙관적일 것이다.

국민의당을 비롯해 야당들이 이처럼 지리멸렬하는 까닭은 가깝게는 인사청문회 대립상황을 들 수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촛불혁명의 시대정신을 망각한 데 기인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정권교체,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 하에 치러졌고 새 정부에 대한 지지에는 바로 그 시대정신이 녹아든 것이라는 사실을 외면한 결과다. 그것은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꾸준히 적폐청산, 개혁과제 등이 상위에 오르고 있어서 여론조사만 유심히 살펴봤어도 모를 수 없는 내용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우선과제 또한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항목이 25%로 1위에 올라 있었다. 이래도 민심을 모른다면 정치를 하지 말기를 권해야 할 판이다.

호소하는 청와대 거만한 야당

다른 한편으로는 여야의 프레임 대결도 흥미로웠다. 장관후보자 명단을 발표하면서부터 흠결을 고백해야 했던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당연히 이번 인사청문회는 문 대통령에게 불리한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야당들로서는 기세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문 대통령은 야당들과 맞서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꾸준히 야당들을 향해 저자세를 유지했다. 그런 모든 과정에도 국민들과의 스킨십은 또 항상 화제를 끌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오른쪽)이 9일 국회 부의장실을 방문한 전병헌 정무수석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은 한병도 정무비서관. Ⓒ연합뉴스

내각을 조속히 꾸려야 하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너무 한가한 자세가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오히려 야당입장에서 속이 탈 지경이었는지 이런저런 무리수가 속출했다. 이언주 의원의 여성비하 발언이 대표적이었다. 그런 동시에 결정적 장면이 하나 만들어졌다. 강경화 후보자 통과를 위해 야당을 방문한 전병헌 정무수석과 박주선 국민의당 대표가 만나는 장면이었다.

야당 대표를 만나 비굴해 보일 정도로 허리를 굽힌 전 수석과 반대로 전 수석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허리 꼿꼿이 펴고 있는 박주선 대표의 태도는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불길을 당기기에 충분했다. ‘호소’를 넘어 ‘읍소’하는 낮은 자세를 보이는 청와대의 전략에 말려들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지지를 넘는 정치공세란 존재할 수가 없다. 야당들에게는 직접 반응하지 않고 묵묵히 인사와 정책 그리고 국민들과의 스킨십을 넓혀가는 문 대통령의 허허실실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는 것이다.

야당으로서는 당황스럽고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하나만 알고 둘을 놓친 전략은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도 없이 출범했다. 여소야대 아니라 더한 경우라도 최소한의 허니문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은 관례가 아니라 이번 경우라면 선거결과를 받아들이는 자세의 최소한이라 할 것이다. 게다가 야당들의 부적격 주장이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는 것도 아니다. 국민들에게 표를 받아 얻은 금배지를 달았다면 여론 무서운 줄 알았어야 했다. 여론을 무시한 외골수는 그야말로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인상을 줄 뿐이고, 여소야대의 수적 형세를 맹신한 무리수가 될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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