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문위원장의 '영상미디어센터 및 독립영화전용관 사업자 선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 오마이뉴스 임순혜
2010영상미디어센터의 사업 운영자로 지난달 6일 설립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선정된 것이 논란이 일자 지난 1일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조희문, 이하 영진위)가 기자회견을 열어 “정당한 절차와 공정한 심사를 거쳐 사업자를 선정했다”며 해명하고 나섰다. 여느 때와는 달리 빠른 대응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나와서 ‘친절하게’ 설명하니 언론매체에서는 모두 ‘조희문’, ‘공정했다’, ‘해명’ 등을 키워드로 하는 제목을 뽑았다. 그렇다면 조희문 위원장은 무엇을 말했고, 그것이 진정 의혹에 대한 해명이 될 수 있었을까?

조희문의 모순, “의도적 배제한 일 없다”…“한독협은 배제”

이날 기자회견에서 조희문 위원장은 “기존 단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특정 단체를 배정한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존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을 맡은 (사)한국독립영화협회(이하 한독협)가 운영 과정에서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사업자로 (선정)하는데 결격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기존의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운영에 대한 전문성과 성과 등을 언급한다면 그것이 바로 한독협과 연관된 것이므로 이번 공모에 자격이 없는 단체이며, 만일 한독협과 무관한 단체라면 단순히 2010년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사업자 공모를 위해 최근에 새로 법인 설립(2009.10.29)된 신생단체이므로 이번에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와 동일한 신청 조건임을 밝혀 둔다”<영진위 보도자료 중>

결국 한독협을 일부러 배제했다는 의혹이 그의 입을 통해 사실이 되어버린 셈이다. 또한 ‘기존 단체를 의도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는 말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한독협의 고영재 사무총장은 2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과의 전화연결에서 “‘조희문 위원장은 한독협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했지만 감사가 끝나서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상황이며 한독협은 이번 공모에 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기존 미디액트 스탭들로 구성된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역시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영상미디어센터 사업 운영자 공모에 참여한 본 단체는 2009년 10월 23일 서울시로부터 승인받아 새롭게 설립된 단체로 영진위가 기자회견문을 통해 언급한 한독협과는 무관하다”며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지난 8년간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는 그 위탁 운영 주체는 한독협이었으나, 운영에 있어서는 한독협과 독립적으로 관리 운영되어 왔다”면서 “2009년까지 진행된 지원 관련 사업 등을 주도적으로 수행했던 사업주체의 명의는 언제나 ‘미디액트’였다”면서 미디액트의 독립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들은 “전문성과 성과를 언급한 것 역시 한독협과의 연관여부가 아니라 영상미디어센터와 관련해 영진위 및 문화부의 지역 미디어 설립 및 운영에 관련된 사업에 참여한 연구자 및 전문가, 지역 미디어 센터의 스텝 등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포함돼 있다는 것”이라면서 “악의적 왜곡”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영진위는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가 한독협과의 연관성이 있어야만 전문성과 성과가 있는 것이라는 사실무근의 주장을 함으로써 본 협회 및 소속 회원의 명예를 훼손한 데 즉각 사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영진위는 심사 절차를 설명하는 것만을 반복할 것이 아니라 해당 과정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고 의혹을 해명해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공모 신청서 전문을 지난달 31일자로 공개한 바 있다.

▲ 조희문 위원장에게 항의하는 미디액트 수강생들과 '돌아와 미디액트'회원들ⓒ오마이뉴스 임순혜

진짜 해명을 했어야 할 부분은…‘왜’

영진위는 “(사)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 역시 최근에 새로 설립된 신생단체이므로 이번에 새로운 사업자로 선정된 (사)시민영상문화기구와 동일한 신청 조건임을 밝혀둔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설립일자만 본다면 조희문 위원장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는 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조희문 위원장은 이 부분에서도 큰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이번 사건을 주시하는 이들이 궁금한 것은 그 다음에 조희문 위원장이 해야 할 ‘해명’에 있었다.

그의 말마따나 ‘동일한’ 신청 조건이었는데 ‘왜’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됐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조희문 위원장은 이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지는 못했다. 단지 공정했다는 말밖에는 없다. 이것이 단순 경매였다면 가격의 높낮이를 따져서 낙찰됐을 텐데 이번 건은 ‘공모’였다. 그렇다면 각자 제출한 신청서를 두고 선별했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사)시민영상문화기구가 8년간 영상미디어센터를 운영해온 이들을 탈락시킬 만큼의 어떤 훌륭한 운영계획 및 내용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밝혔어야했다는 말이다.

다시 조희문 위원장이 입을 열 차례인 듯하다. 동등한 조건인데 왜 누구는 탈락하고, 누구는 선정되었는가에 대한 진짜 해명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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