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의 외교부는 일본의 외교부였다”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를 지지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선, 나눔의 집 위안부 할머니들의 말이다. 그 말은 다시 말해서 강 후보자는 일본이 아닌 한국의 외교부 장관, 피해자인 할머니들을 위한 장관 후보라는 믿음이 배어있는 것이다. 박옥선, 이옥선, 이용수 등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과 함께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경화 후보자 지지 선언에 나섰다.

또한 외교부 공무원 노조도 이례적으로 강 후보자 임명을 지지하고,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외교부 노조는 “강 후보자의 역량은 넘치고 넘친다. 이제 외교부도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당당하게 외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진정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며 강 후보자 지지의 이유를 밝혔다.

위안부 할머니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지지 선언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강경화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의 내각 30%를 여성으로 하겠다는 공약. 정부조직에서부터 여성에게 막혀있는 유리천장을 깨겠다는 상징적 의미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유엔에서의 풍부한 인권활동을 기반으로 부조리한 한일위안부 합의의 재협상 적임자라는 의미다.

“불가역, 최종적인 합의라는 데 대해 이것은 군사적인 합의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 한 마디만으로도 강경화 후보자는 외교부 장관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한일위안부합의에 대한 반대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전가의 보도처럼 쓰던 불가역이라는 단어를 이처럼 간단하게 무시해버리는 태도에서 자신감이 비친다. 설혹 그것이 현실외교에서 또 다시 벽에 부딪힌다 하더라도 일단은 잘못된 합의에 임하는 장관이라면 이 정도의 기세는 국민 앞에 보여야 하고, 그런 이에게 자격을 주지 않는다면 그건 국민 정서를 무시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강경화 후보자는 청와대에서 발표할 때부터 논란을 안고 시작했다. 언론들은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한 의미를 칭찬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강 후보자의 논란을 증폭시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심지어 똑같은 사안의 오보가 겹치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강 후보자의 부군이 지은 거제도 컨테이너 주택이 기획부동산으로 시작해서 빌딩 그리고 별장으로까지 다양한 이름이 붙는 웃지못할 일까지 벌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오른쪽)가 2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박옥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보의 활약은 지면에서 그치지 않았다. 청문회장까지 잠식한 오보는 부끄럼 없이 반복이 되었다. 청문회가 그렇듯 기형적으로 변질되어가자 시민들은 청문위원들의 떳떳치 못한 전력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누가 누굴 검증하냐는 말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딴지일보는 술에 취한 경관이 음주단속을 하는 상황을 그린 만평으로 부조리한 현실을 꼬집었다. 그처럼 찬반의 공방이 격해지는 와중에도 강 후보자에게 공직에 배척될 정도의 결정적 흠은 없었다는 것이 청문회 후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그러나 야당들은 한목소리로 강 후보자에 대해서 "절대 안 돼"를 외쳤다. 강 후보자의 해명 따위는 애초에 무의미했던 것일지 모른다. 한편 8일 방송된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한 임상훈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편집위원은 일본의 극우언론은 강 후보자를 싫어한다고 전했다. 일본 극우들은 위안부합의에 강력한 협상자가 등장하는 것을 꺼려해서 그렇다지만 대관절 한국 야당들은 왜 강경화 후보자를 그토록 비토하는 것일까? 언론은 또 왜.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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