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8일 발표할 차관인사가 화제다. 거기에 대단히 의외의 인물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제의 그 주인공은 바로 미래부 제2차관으로 임명될 김용수 현 방통위 상임위원이다. 소위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의 알박기 인사로 악명이 자자하던 그 인물이다. 문 대통령의 이 인사로 정부여당은 골치 아팠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김용수 방통위원이 미래부 차관에 임명됨으로써 정부여당은 5석의 방통위석 중 3석을 온전히 확보하게 됐다. 동시에 3년 임기가 보장되는 방통위와 달리 미래부 차관의 자리는 언제든지 해임이 수월한 자리라 신임 김용수 차관의 입지는 그만큼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하고나니 참 간단하고도 통쾌한 해법이었지만, 이전까지는 다들 방통위 걱정이 컸었다. 시급한 언론개혁이 이대로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비관도 무리가 아닌 상황이었지만 문 대통령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절묘한 인사에 모두 해결이 된 것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왼쪽)가 4월 19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김용수 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정책실장에게 방송통신위원회 4기 상임위원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를 본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뛰는 알박기 위에 나는 알빼기”라며 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대단히 관용적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번 인사야말로 만사임을 증명했고, 세칭 신의 한 수라는 표현의 바른 사용 예를 만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인사청문회의 잡음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조금 떨어졌다지만 여전히 높기만 한 78%의 지지율이 아깝지 않은 유능함을 과시한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라 할 것이다.

언젠가는 조정기를 반드시 거칠 수밖에 없다고는 하지만 그때가 오든 말든 대통령의 이런 신기할 정도로 탁월한 묘수는 국민을 즐겁게 해준다. 우리는 오랫동안 권력자의 무능에 너무도 깊이 좌절해 있었고, 지쳐 있었기 때문이다. 하도 부패가 지겨워서 우선은 올곧은 지도자를 부르짖느라 내색하지 못했지만 또 얼마나 유능한 지도자를 원했던가. 그래서 정부의 정책에 감동한다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리는 것이다.

사실 많은 시민들이 방통위 문제로 낙담했었다. 검찰개혁만큼이나 중요한 언론개혁 과제가 알박기로 3년이나 늦춰지는 것 아니냐는 불안을 안고 있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됐고, 더 나아가 문제해결만이 아니라 정부와 시민의 공감의 수준을 확인하게 한다. 정부가 나를, 우리를 위해 정말 전력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 그 생각의 실감이 주는 카타르시스다. 우리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분노하고 절망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던가. 권력의 사유화는 바로 국민을 국가와 정부로부터 소외시키는 것이었다. 인사는 대통령의 제1 능력치를 증명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국가유공자인 박용규씨(가운데)를 부축하고 있다. 오른쪽은 아들 박종철씨. Ⓒ연합뉴스

김용수 방통위원의 미래부 2차관 임명에 시민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유능함이 국민들을 또 웃게 했다. 아직 복지 정책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행복해진다. 이쯤 되면 다른 것 필요 없이 유능이 복지다. 정부가 바뀌었다고 고작 한 달에 먹고 사는 일이 뭐가 달라졌겠는가. 사실 똑같다. 그런데 요즘 거리의 풍경이 다르다. 사람들이 마구 웃고 다니지는 않지만 미묘하게 전과 다르다. 가급적 마주 오는 시선을 피하던 우리였는데 요즘은 피하지 않고 마주친다. 마치 생전 처음 보는 이와도 인사라도 할 기세로 시선을 파고든다. 누가 거리의 표정을 이렇게 바꿔 놓았겠는가. 대통령 말고는 한 달 전과 크게 달라진 것도 없는데 말이다.

누가 방해만 하지 않는다면, 아니 방해를 하든 말든 이 정부는 국민의 바람을 먼저 알아서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이다. 그렇게 적폐도 청산하고, 개혁도 성공하는 것이다. 다시, 이쯤 되면 유능이 복지다. 굳이 말하지 않더라도 이렇게 알아서 깊은 고민을 해결해주는 이심전심의 공감이 또한 복지다. 말하기 전에 먼저 찾아와서 손잡아 주는 그 마음이 복지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의 복지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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