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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의 한걸음 물러난 사과, 3원칙 어디 갔나?[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6.02 10:21

-저널리즘이 지켜야 할 것은 자존심이 아닌 양심

5월 31일 노룩취재로 물의를 빚은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사과를 했다. 그러나 시청자 반응은 뜨악하다. 이번 보도 논란과 여러모로 비교가 됐던 SBS 세월호 보도참사와 너무 비교되는 고자세의 사과라는 평이다. 외교부의 정정요청을 언급하며 시작된 손석희 앵커의 사과는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현지에 가보지 않고 보도를 한 것과 기획부동산이라는 용어사용이 적절치 않았다는 정도였다. 

사실 이 꼭지의 제목도 사과가 아니라 [외교부 '강경화 부동산' 정정보도 요청]이었다. 멘트 마지막에 손석희 앵커가 고개를 숙이기는 했지만 사실 내용도 사과보다는 해명에 무게를 더 실었다. 또한 시청자에게 사과한다고 했지만 그 이전에 강경화 후보자와 가족들에게 했어야 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검증이 사회공익을 위한 것이기는 해도 그 가족들의 인권을 해쳐도 좋은 것은 아니다. 내용도, 형식도 그동안 <뉴스룸>이 말해왔던 원칙에 부합되지 않은 실망스러운 사과였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과거 앵커브리핑을 통해 손석희 앵커가 말했던 사과의 원칙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통상 사과의 원칙은 내용(Content), 태도(Attitude), 타이밍(Timing). CAT로 요약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진정성 있게, 빨리 사과할 것.” (2015년 12월 29일 앵커브리핑)

몰라서 못하는 것보다는 알고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쁘다. 1일 손석희 앵커는 알고도 사과의 CAT를 지키지 않았다. 사과의 내용, 태도, 타이밍 무엇 하나 논란의 크기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SBS의 오보에는 ‘유아낫언론’이라고 매섭게 꾸짖던 그 태도라면 적어도 이보다는 더욱 신랄하고 통렬한 자기반성을 보였어야만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사과였다. 

지난 여러 번 언론에 대해서, 저널리즘에 대해서 그 원칙을 강조하던 <뉴스룸>의 본 모습은 다 어디로 사라지고 자기 잘못을 못내 인정하기 싫어하는 모습에 참담함을 느껴야 했다. 오히려 로드뷰에 의지해 노룩취재라는 신조어를 남겨야 했던 전날의 상황보다 더 나빴다. 누구보다 양심적이라고 믿었던 JTBC는 아니었다. 모든 기득권을 가진 권력이 그렇듯이 JTBC도 양심보다는 자존심을 앞세웠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지난 4월에도 <뉴스룸>은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무결점, 무오류를 지향하지만 인간의 영역에서는 그럴 수 없음을 전제하면서 JTBC 뉴스의 결점과 오류를 인정했다. 그런 <뉴스룸>의 자세에, 손석희 앵커의 사과를 시청자는 조건 없이 받아들였다. 심지어 그 사과의 끝에 “여전히 훗날 JTBC가 그렇게 말했으니까”라는 희망과 포부마저 공정보도를 향한 각오로 해석할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뉴스룸>에 그러지 않을 이유가 없었고, 무엇보다 그 4월의 사과는 CAT를 모두 갖췄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남짓 만에 다시 사과를 하기는 체면이 서지 않았던 것일까? 노룩취재라는 불명예스러운 신조어를 낳을 정도로 논란을 만든 오보의 무게감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갖게 된다. 그런 손석희 앵커의 한걸음 물러난 사과를 보면서 지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쌓인 신뢰가 다 무너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이번에 벌어진 노룩취재, 로드뷰취재는 그간 <뉴스룸>이 보여주었던 손석희 앵커의 보도 자세와 사뭇 달랐다. 방송 중에도 취재기자에게 모르면 대답하지 말라고 했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런 <뉴스룸>이 거제가 멀다는 이유로 로드뷰에 기대어 보도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루만 늦췄다면 비록 특종은 사라졌을지 몰라도 오보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이 기자를 그토록 급하게 몰아붙였을지 의문이 남는다. 또 어설프게나마 사과했으면서도 해당 기사를 내리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이 어정쩡한 사과의 자세를 통해서 JTBC가 어떤 자존심을 지키려 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박근혜-최순실의 스모킹건으로 쌓아올린 공정언론의 품격이 무너지는 것은 막지 못했다. 스포츠 경기에 ‘질 때 잘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궤변 같지만 그 안에는 꽤나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마찬가지다. JTBC도, 손석희 앵커도 잘못했을 때 그 수습을, 그 사과를 잘못한 것이 오보를 낸 그것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말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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