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 93회에서는 앙숙같았던 현경과 자옥이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마음을 여는 의미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 준혁과 세경이 서로 엇갈리는 마음의 해법이 무엇인지 자옥과 현경의 모습을 보면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엄마를 추억하게 하는 콩국수

이젠 순재의 집에 오는 게 더 이상 이상할 게 없는 자옥이지만 여전히 데면데면한 현경 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차갑게만 대하는 현경의 마음이 아쉽기는 순재가 더합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해주면 좋을텐데 그럴 수없는 현실이 안타까울뿐이지요.
일방적인 아버지에 대한 반감으로 결혼식을 하실 거냐며 정해지면 불러달라는 현경의 냉소에는 그동안 순재에게 쌓여있었던 애증이 그대로 묻어나 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마지막까지 아빠의 바람 때문에 속을 끓이고 그런 모습들을 계속 보아왔던 현경으로서는 순재의 행복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더욱 슬프게만 하는 듯 합니다.

이런 둘의 관계를 회복시키기 위해 순재는 보석에게 자문을 구합니다. 이벤트의 달인이 되어가는 보석이라면 나름의 해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다른 일은 영 맘에 차지 않는 보석이지만 감동 이벤트를 꺼내든 보석은 순재가 믿을 수있는 최고의 이벤트 플래너가 아닐 수 없습니다.

10년 근속상을 받는 현경을 위한 조촐한 가족 모임에서 자옥의 감동 메시지는 거칠어 보이지만 한없이 마음이 여린 현경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선 그들은 사전 멘트 점검만으로도 순재, 자옥, 보석은 흥분하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자옥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신애의 방귀와 절대 그럴 것 같지 않았던 지훈의 답방귀로 이어지며 감동은 멀리 사라지고 웃음바다로 이끌기 시작합니다.

흐름이 끊겨버린 자옥은 기침을 하고 그 반동으로 인조 눈썹은 코 위에 붙어버리는 웃지못할 상황이 계속됩니다. 하지만 마지막 감동적인 대목만 잘해내면 그나마 앞선 웃음들을 만회하고 현경의 마음을 움직일 수있을 것이란 그들의 생각은 '순재 머리위에 파전'으로 감동은 사라지고 웃음만 남아버린 축하연이 되고 말았습니다.

좀처럼 가까워지기 힘들것으로 보이는 자옥과 현경이 극적으로 동질감을 찾는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옵니다. 자신의 짐을 정리하다 사진 하나를 보며 추억에 잠기는 자옥은 마트에서 현경을 만납니다. 여전히 서먹한 관계인 그들이 식당에서 한 가지 메뉴로 다시 만나게 됩니다.

한겨울에 잘 찾지도 않는 콩국수를 먹겠다는 자옥과 현경은 처음의 서먹함이 감동으로 변하게 만든 계기는 '엄마'였습니다. 이제 할머니 소리를 듣는 자옥은 짐을 정리하다 엄마 사진을 보고 당시의 모습들이 떠올랐다 합니다. 소학교때 자신들을 버리고 도망간 엄마가 그날따라 콩국수를 해주었다 합니다. 이상하게도 비렸던 맛 때문에 그날 이후로 다른건 먹어도 콩국수를 먹지 않게 되었다는 자옥에게 엄마는 '비린 콩국수'처럼 찾기 싫은 거부의 대상이었습니다.

낮에 발견했던 엄마의 사진을 다시 버리고나서 갑자기 콩국수가 먹고 싶었다는 자옥은 그 죽도록 증오하고 싶었던 엄마를 결코 증오할 수도, 미워할 수도 없는 사랑스러운 존재였음을 숨길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아니라해도 내재되었던 감정을 거스를 수 없듯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증오와 미움은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거부하기만 했던 엄마에 대한 사랑은 미움에서 애증으로, 다시 그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도 있는 상황이 되면서 사랑과 그리움으로 변해버린 자옥의 엄마에 대한 기억은 다시 먹고 싶은 콩국수로 대체되었습니다.

눈물 나게 만드는 자옥의 이야기를 듣고 현경은 자신의 엄마를 떠올립니다. 유난히 콩국수를 잘했던 엄마가 병원에서 숨을 거두는 날 현경은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놓은 콩국수를 먹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엄마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콩국수를 찾았던 이유는 오늘이 엄마 생일이기 때문이라 합니다. 자신만이 기억하고 있는 엄마의 생일날 그녀가 엄마를 추억하고 함께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콩국수'였지요.

자옥과 현경에게 콩국수는 '엄마'를 기억하게 하는 중요한 기재였습니다. 그런 자리에 새로운 엄마 역할을 하게 될 자옥이 나타나 부담스럽기까지 했던 현경은 자옥에게서 엄마에 대한 같은 그리움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건 중요했습니다. 이런 우연한 상황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감정적인 교류가 가능하게 해주었으니 말이지요.

의도적으로 꾸며진 감동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동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지요. 자옥과 현경을 엮어주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모두 수포로 돌아가버렸지만, 우연히 만나 서로를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있는 단 한번의 기회가 그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있게 해주었습니다.

어제 '욕쟁이 할머니'가 인연론에 대해 설파하듯 인연이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서로 그렇게 마음이 통하면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임을 자옥과 현경의 모습을 통해 다시 한번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준혁의 세경에 대한 사랑도, 세경의 지훈의 대한 사랑도 모두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런 와중에 세경은 지훈에 대한 관계가 어떻게 정리되고 이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해법들을 찾아가고 있는 반면,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준혁의 모습은 안타깝기만 합니다. 세호와 준혁을 통해 지훈을 바라보고 세호를 통해 준혁을 돌아보면 준혁의 문제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있을 듯 합니다.

엄마를 기억하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각자에게는 하나씩은 있을 듯 합니다. 그게 자옥과 현경처럼 특정한 음식일 수도 있고 행동, 표정, 냄새등 우리네 엄마가 지니고 있었던 추억의 기재들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마음속 깊은 곳에서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는 듯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는 과정속에서 돌아가신 엄마를 대체하게될 새로운 엄마에게서 '엄마'에 대한 따뜻한 추억을 듣게 됩니다. 그런 감동은 자신의 마음속에 내재되어있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자옥에게 전하게 함으로서 그들은 한층 가까워진 존재가 되어버렸습니다.

'엄마'라는 공통적인 추억을 그들이 엄마를 기억하게 하는 마지막 음식인 '콩국수'로 연결해 감동을 이끌어내고, 그동안의 앙금을 해소해내는 제작진들의 연출력이 돋보였던 에피소드였습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