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한화와 원정 경기에서 스윕을 했다. 3연패 뒤 3연승을 한 것은 다행이지만 그 과정이 그저 순조롭지는 않았다. 완승을 거둘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뒷문 불안은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었다.

헥터 4실점하고도 7승, 여전히 불안한 임창용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오른 김기태 감독은 헥터를 교체하지 않았다. 선발 투수인 헥터의 의중을 최우선으로 둔 감독의 선택이었다. 하지만 감독이 내려가자마자 헥터는 3점 홈런을 내주고 말았다. 이미 힘이 떨어진 헥터의 고집이 만든 불안 상황은 김윤동이 잘 막아냈다.

헥터와 오간도의 선발 맞대결은 분명 흥미로운 대결 구도였다. 팀 에이스들의 맞대결은 긴 시즌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한화로서는 감독이 경질되고 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오간도를 통해 반전을 꿈꿀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초반부터 오간도는 위기에 빠졌다.

KIA 타이거즈 선발 헥터 Ⓒ연합뉴스

오간도는 1회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와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빠졌다. 물론 실점 없이 위기를 벗어나며 오간도의 존재감을 증명하기는 했지만 지속적인 위기에 빠졌다는 것은 문제다. 역으로 기아로서는 1회부터 1사 만루를 만들고도 득점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은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기아는 2, 3회에도 득점 기회를 잡았지만 모두 놓쳤다. 1회부터 뿌리기 시작한 오간도의 강속구에 기아 타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대표적으로 최근 경기에서 맹타를 터트리고 있는 김선빈이 오간도의 공을 직접 경험하고 혀를 내두르는 모습은 그의 존재감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선취점은 한화의 몫이었다. 기아가 매 이닝 기회를 잡은 것과 달리, 헥터에 막혀있던 한화 타선은 3회 선두타자인 양성우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하지만 정근우가 유격수 땅볼을 치며 1사 1루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장민석의 안타로 2사 1, 3루까지 밀리게 되었다.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듯했지만 폭투가 나오며 실점을 하고 말았다. 송광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하며 폭투는 더욱 아쉽게 다가왔다. 0-1로 뒤진 기아의 추격은 5회였다. 4회 삼자범퇴로 끝나며 오간도에 밀리는 듯했지만 5회 달라졌다.

이명기의 기습 번트가 주효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기습 번트로 오간도를 흔들고, 이번 경기 선발로 나선 최원준이 다시 안타를 쳤다. 보내기 번트를 준비했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오간도로 인해 작전 실패했지만 전화위복이 되어 무사 1, 2루 상황을 만들어냈다.

무사 상황에서 나지완은 유인구에 삼진으로 물러났고, 최형우는 다시 볼넷으로 나갔다. 철저하게 경계를 당한 최형우는 이번 경기에서 무려 4개의 볼넷을 얻어낼 정도였다. 다시 찾아온 1사 만루에서 이번 경기의 흐름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수비 실책이 등장했다.

안치홍의 완벽한 병살 코스 타구는 하주석을 시작으로 정근우로 이어지며 다시 한 번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정근우가 공을 놓치며 상황은 복잡해져 버렸다. 이닝이 끝나야 하는 상황이 동점에 2사 1, 3루 상황으로 여전한 위기 상황을 만들어주었으니 말이다.

한화 선발투수 오간도 Ⓒ연합뉴스

서동욱 역시 스트라이크 낫아웃 상태에서 추가 실점에 1루에 살아나가며 기회는 연장되었다. 김호령이 볼넷으로 나가며 다시 맞은 만루 상황에서 김민식이 2타점 적시타를 치며 단박에 4-1로 역전을 시켰다. 사실 이번 경기는 여기에서 결정 났다. 비록 주자를 많이 내보내기는 했지만 오간도는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황당한 실책은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허무하게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오간도는 5이닝 동안 102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5탈삼진, 5사사구, 4실점, 1자책을 하며 물러나야 했다. 4실점을 했지만 자책점은 1점에 불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실책 하나가 이번 경기 승패를 뒤틀리게 만들어버렸다. 오간도가 의외로 빨리 내려간 상황에서 헥터는 여유롭게 한화 타자들을 공략했다.

4, 5, 6회를 삼자 범퇴로 잡아낸 헥터는 언제나처럼 여유로웠다. 7회 안타를 내주기도 했지만 위기 상황에는 언제나 집중력을 높이며 실점을 막아내는 모습은 역시 최고였다. 문제는 8회였다. 투구수 조절을 하며 상대를 공략해가던 헥터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려는 모습은 보기 좋았다.

8회에도 2사까지는 쉬웠다. 하지만 장민석에게 안타를 내준 것이 아쉬웠다. 그리고 후속 타자인 송광민에서 끝내지 못하고 볼넷을 내주고 말았다. 이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마운드를 찾았다. 그냥 내려오지 말고 과감하게 투구 교체를 해야 했지만 헥터를 믿었다. 그가 원하는 대로 홀로 마운드에서 물러났지만 김태균에게 애매한 공을 던져 3점 홈런을 허용하고 말았다.

헥터로서는 옵션을 위해 많은 이닝을 던지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팀의 불펜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팀의 에이스로서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져야 한다는 책임감 역시 강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하든 자신이 이닝을 마무리하고 싶어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태균에게 한 방을 맞으며 5점 차 경기는 단숨에 2점차가 되고 말았다. 언제든 역전이 가능한 상황에서 기아는 김윤동을 마운드에 올렸다. 홈런을 맞은 후 김윤동은 하주석을 삼진을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했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김윤동은 이성열과 박성언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했다.

KIA 타이거즈 마무리 임창용 Ⓒ연합뉴스

기아 벤치는 한 타자를 남긴 상황에서 의외로 임창용을 올렸다. 한 타자만 잡으면 된다는 점에서 기아 벤치는 임창용에게 큰 배려를 해준 셈이다. 하지만 임창용은 양성우와 정근우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불안만 증폭시켰다.

두 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동안 스트라이크가 하나 밖에 안 나올 정도로 제대로 승부하지 못했다. 자신감을 부여하기 위해 올렸지만 오히려 팀 승리까지 날릴 위기를 자초한 임창용의 얼굴은 이미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결국 마지막 타자인 장민석을 삼진으로 잡으며 경기를 마무리하기는 했다.

임창용이 세이브를 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하다. 전 경기에서 홍건희가 좀처럼 자신 있는 투구를 하지 못하며 스스로 무너진 것과 마찬가지로 임창용 역시 자신감을 되찾지 못하고 말았다. 기아로서는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믿었던 마무리가 시즌 시작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중간 잠시 과거 임창용의 모습을 되찾은 듯했지만 이내 무너졌다. 이 상황에서 기아 벤치는 조만간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현재 팀 마무리 후보로 가장 중요한 인물은 김윤동이다. 이번 경기에도 좋았지만 최근 경기에서 빠른 공을 무기로 상대를 압도해가고 있다는 점에서 김윤동이 기아의 마무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홈에서 롯데와 경기를 가지는 기아. 연승을 하고 있는 두 팀은 부산에서 첫 라이벌전을 가진 후 이젠 광주로 자리를 옮겨 승부를 벌이게 되었다. 기아로서는 양현종, 팻 딘, 김진우로 이어지는 선발 투수가 등판한다. 현재까지 모습을 보면 선발은 제몫을 해줄 것이다. 다시 고민은 불펜이다. 한화에 스윕을 했지만 대전 원정은 기아의 근원적 고민을 더욱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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