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의 이번 투구도 뛰어났다. 기아의 쟁쟁한 선발 라인업에서 임기영은 유일한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어 기록만 보면 에이스다. 임기영의 뛰어난 투구도 반갑지만, 그동안 지독할 정도로 터지지 않았던 김주찬이 3안타 경기를 펼쳤다는 것이 더 고무적이다. 막혔던 타선이 터졌다는 것이 스윕만큼이나 값지게 다가왔다.

4선발 에이스 임기영의 호투와 되살아난 김주찬, 기아 완성도 높여가고 있다

지난주 연속 루징 경기를 치르며 위기에 빠졌던 기아로서는 2위 LG와 두산과 이어지는 이번 주 6연전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결과를 내놓느냐에 따라 1위 자리를 수성하느냐 내놓느냐 결정되는 갈림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는 강했다. 2위까지 올라선 LG를 상대로 기아는 스윕을 했다. LG가 이번 주 경기를 위해 강력한 투수들을 내보냈지만 기아를 막을 수 없었다. 기아는 팻딘, 김진우, 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세 투수가 완벽한 투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 임기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회는 LG에게 먼저 찾아왔다. 임기영을 상대로 LG는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사이드암에 약했던 LG는 의외로 임기영에게 초반부터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용의가 안타로 나갔지만 아쉬웠던 것은 김민식에게 2루에서 잡혔다는 사실이다.

임훈과 히메네스가 안타를 치며 1이닝부터 득점이 가능해 보일 듯했지만, 오지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벗어났다. 실점을 하지 않고 이닝을 막아냈다는 것이 중요했다. 임기영이 완벽하게 타선을 잡아내자 기아 타선이 반격에 나섰다. 2회부터 득점은 시작되었다.

2회 시작과 함께 최형우가 안타를 치고 나지완이 사구로 나가자 기아는 곧바로 안치홍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선취점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LG 선발인 김대현은 급격하게 흔들렸다. 이범호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를 만들어주더니, 김민식에게 밀어내기 볼넷까지 내주며 급격하게 흔들렸다.

김선빈의 잘 맞은 타구가 만약 빠져나갔다면 이번 경기는 2회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만루 상황에서 수비는 라인에 붙게 되어있고, 공교롭게도 잘 맞은 타구는 히메네스의 글러브 안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자연스럽게 병살 처리가 되어버린 이 타구가 안타가 되었다면 기아는 쉬운 경기를 할 수 있었다.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자 곧바로 임기영이 위기에 처했다. 3회 선두타자인 손주인이 우익수 라인을 타고 빠져나가는 2루타로 포문을 열고, 김용의의 1루 땅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안타로 만들어주며 위기에 빠졌다. 여기에 임훈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동점이 되었다.

KIA 김주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전히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상황에서 동점까지 만들고 주자가 2명이나 더 나간 상황에서 위기는 지속되었다. 하지만 박용택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히메네스가 안타를 치기는 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고, 이 상황에서 오지환을 투수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이번 경기의 백미였다.

기아는 2회, LG는 3회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결국 다시 기회를 잡은 기아가 빅이닝을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1사 후 이명기와 김주찬의 연속 안타가 나왔다. 김주찬의 안타의 경우 행운의 안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7경기 내내 안타 하나 만들지 못했던 김주찬은 이 안타로 부진에서 완벽하게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최형우가 삼진을 당하며 2사 1, 2루 상황으로 묶였지만 나지완이 볼넷을 얻으며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2회에 이어 다시 잡은 기회에서 안치홍의 타구는 모두가 아웃이라 생각했다. 투수인 김대현은 이닝을 끝냈다고 확신하는 몸짓을 보였고, 타자였던 안치홍 역시 고개를 숙이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LG 외야수는 모든 것을 흔들어버렸다.

중견수인 김용의와 좌익수 이병규가 포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며 2타점 적시타를 내주고 말았다. 이 수비 하나는 이번 경기 모두를 흔들어버렸다. 이범호가 흔들린 LG를 상대로 김대현에게 3점 홈런을 만들며 이번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3회에만 5득점을 하며 경기를 지배한 기아는 버나디나의 홈런까지 만들어내며 완벽한 승자가 되었다.

임기영은 6이닝 동안 101개의 투구수로 9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1실점을 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초반 많은 안타를 내주며 위기를 맞이하기는 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최소 실점으로 경기를 이끈 임기영은 이젠 완벽한 선발 투수로서 위상을 높였다.

KIA, LG전 스윕 [연합뉴스 자료사진]

임기영의 선발 투수로서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문제는 뜨거운 여름 체력이 얼마나 받쳐주느냐가 될 것이다. 한 번도 선발로 한 시즌을 보낸 적이 없는 임기영으로서는 걸림돌이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50이닝 이상을 던진 임기영에 대한 벤치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 시즌을 위한 선수가 아니니 말이다.

시즌 시작과 함께 선발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홍건희는 간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2이닝 3실점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좀처럼 상대를 압도해내지 못하는 홍건희는 자신감마저 잃은 모습이다. 초반 난타를 당하며 불펜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그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홍건희가 과연 반전을 이끌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경기에서 김주찬은 3개의 안타를 쳐냈다. 첫 안타가 비록 행운의 안타가 되었지만, 7경기 동안 무안타로 극심한 슬럼프에서 빠졌던 김주찬이 깨어났다. 그 행운의 안타로 지독한 무안타에서 벗어난 김주찬은 2개의 안타를 추가했다. 두 안타는 완벽한 타이밍에서 만들어낸 안타였다는 점에서 김주찬이 부진에서 완벽하게 벗어났음을 보여주었다.

기아는 LG라는 산을 넘은 후 다시 두산과 만난다. 초반 부진을 씻고 살아나기 시작한 두산과 주말 3연전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헥터와 양현종이 나서는 경기에서 기아가 모두 잡아낸다면 지 주 부진을 씻고 다시 독주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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