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부터 MBC 보도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이진강, 이하 방통심의위)의 단골 심의 대상이 됐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PD수첩>,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을 다룬 <뉴스데스크> 리포트와 <뉴스 후> 보도, 박혜진 앵커의 클로징코멘트 까지…. 공정성과 균형성 등을 문제 삼은 방통심의위는 MBC보도에 대해 ‘시청자에 대한 사과’ ‘경고’ 등 각가지 징계 조치를 내렸다.

2010년에도 MBC 보도에 대한 방통심의위의 징계가 계속 이어질 듯하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3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지난해 12월1일 방송된 MBC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과 관련한 심의를 진행, ‘제작진 의견 진술’을 결정했다. 이에 <PD수첩> 제작진은 오는 27일 오후 4시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방송 의도와 기획 취지 등을 위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방통심의위는 제작진 의견 진술을 들은 뒤 <PD수첩>에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 지난해 12월 1일 방영된 MBC <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편
<PD수첩> ‘4대강과 민생예산’은 정부의 4대강 홍보동영상에 나온 지역이 4대강 사업과는 상관없는 지역이라는 점을 밝히며 4대강 사업의 예산낭비를 지적한 방송이다. 뉴라이트 계열 언론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와 김 아무개씨를 비롯한 2명의 신청인은 편향성 등을 이유로 방통심의위에 심의를 요청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제작진 의견 진술’에 대한 여야 위원들의 의견은 크게 갈렸다. 여당 추천 위원들은 방송 내용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며 제작진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야당 추천 위원들은 제작진을 불러 의견을 들을 정도로 문제가 있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이진강 위원장은 ‘제작진 의견 진술’이 주의, 경고, 시청자에 대한 사과와 같은 법정제재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실제 제작진 의견 진술 후 권고, 의견제시와 같은 경미한 징계가 내려진 사례도 있다. 하지만 ‘<PD수첩> 방송은 문제있다’는 시각을 드러낸 여당 추천 위원들의 발언을 보았을 때 <PD수첩>에 대한 징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PD수첩> 방송에 대한 쟁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교묘한 편집 기술을 남용해 시청자들이 오인하도록 만들었다는 것 △긍정 보다는 부정적인 인터뷰가 많아 균형성을 잃었다는 하는 것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집어넣어 시청자들이 오인하게 만들었다는 것.

일단 <PD수첩>이 문제 있다고 주장한 위원들의 발언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 전용진 부위원장
전용진 부위원장: “제작진이 미리 설정한 내용과 방향에 따라 편집, 제작해 내용을 편파적으로 전달한다면 저널리즘의 기본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본 프로그램은 4대강과 민생예산의 관련성을 강조하는 기획의도를 내비치면서 추측성 멘트를 했으며, 위법하다고 강조하는 인터뷰를 하는 등 추측, 판단을 사실과 명확하게 구분해 기술하지 않고 표현을 과장했다. 시청자들이 오인할 수 있도록 한 여지가 있다. 편파적으로 전달한, 비난 받을 여지가 많은 프로그램이다.”

▲ 김유정 위원
김유정 위원: “사회적 쟁점이 되는 이슈를 자꾸 건들이게 되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이런 현안을 다룰 때 PD분들이 심증은 있지만 물증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중요한데, 심증이 앞선 듯하다. 확인되지 않은 것을 사실처럼 단언하는 경우라든지, 사실로 해석해 버린다든지 문제가 있었던 거 같다. 팩트에 의존해야 하는데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가설을 설정해서 하려는 듯하다.”

▲ 이재진 위원
이재진 위원: “김유정 위원의 의견에 동의한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나 취지가 정당하다고 해서 별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논의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었고 올바른 감시를 했느냐는 부분에 대해 심의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핵심은 팩트에 근거해 보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

하지만 여당 위원들은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편파적이었는지, 어떤 부분이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것인지 분명하게 짚지 않았다.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보도라고 하면, <PD수첩>이 허위라는 건데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부분이 어디에 있냐”는 야당 위원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여당 위원들의 주장대로라면 <PD수첩>의 방송이 ‘문제투성이’인 것은 분명한데, 두루뭉수리 할 뿐 무엇이 문제인지 또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회의 초반, 4대강에 대한 긍정적인 인터뷰보다 부정적인 인터뷰가 많다며 인터뷰의 양적 균형성을 지적하고 나선 일부 여당 위원들은 이후 ‘질적 균형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재진 위원: “질적 균형성을 봤을 때 정해진 부분으로 가도록 하는 인터뷰 등 편파적 부분을 가지고 있지 않나. 어떤 쪽으로 결론을 정한 뒤, 정해진 방향대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 볼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 이진강 위원장
이진강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은 ‘제작진 의견 진술’이 필요하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제작진을 불러 방송의 취지와 기획 의도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징계 결정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해명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PD수첩> 제작진은 방통심의위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을까? 자신의 보도를 문제 삼고 있는 이들 앞에 서서 보도에 대해 해명하고 싶을까? 방송을 제작한 입장에서 심의 대상에 올라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제작진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방송을 제작한 이를 불러놓고 취지와 기획 의도들을 낱낱이 물어본 뒤 징계 수위를 정하는 이같은 사례가 빈번히 이뤄진다면, 그 어떤 언론인이 정부 정책에 대해 당당하게 비판할 수 있을까. 오히려 문제가 될 만한 여지가 있는 보도는 스스로 피하는, 언론인들의 ‘자체검열’이 도드라질 것이다.

이날 <PD수첩>이 다룬 방송은 이미 한겨레를 비롯한 여러 언론에 공개된 내용이 많다. <PD수첩>이 ‘팩트’에 근거해 보도하지 않은 채 의도를 갖고 몰아갔다고 주장한 일부 위원들은 <PD수첩>을 향해 ‘팩트’를 지적하기에 앞서, 최소한 ‘팩트’부터 챙긴 뒤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