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간에 ‘가난한 조중동’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흔히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세 곳의 언론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들을 조중동에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이런 호칭이 과연 합당한지 따지기에 앞서 진보언론에 대한 인식이 전과 같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대선국면에서의 문재인 후보에 대한 편파성으로 인해 특히 진보언론에 대한 시민사회의 반감이 커져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유시민 작가의 어용진보지식인론 역시 힘을 얻고 있다.

지난 개표방송에서 JTBC가 실시한 시청자 설문조사에서 유권자들은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데 적지 않은 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그것이 진보언론을 겨냥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거기서 온전히 자유로울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진보언론으로서는 어떤 권력이든 아부하지 않고 열심히 비판적 자세를 지켜왔다고 항변하고 싶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 대선국면에서 제기된 편파성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매주 출연해 <종편때찌>라는 코너를 담당했던 김언경 민언련 사무총장은 선거 과정에서 문재인 당시 더민주 후보에 대해서 전체 언론의 태도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는 조사자료를 발표했었고, 선거가 끝난 후에는 CBS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발표한 대담에는 ‘이런 보도들 속에서 문재인은 어떻게 대통령이 됐나’라는 기사 제목이 붙을 정도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언론들의 편파성은 매우 심각한 것이었다. 물론 진보언론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다 할 취임식도 없이 당선 이후 곧바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면서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파격적이고, 소통하는 모습은 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을 끌어냈다. 지난 9년간 보지 못했던, 그리고 아련히 잊혀질 뻔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이 겹치는 또 다른 회한의 모습에 시민들은 환호했고, 80%가 넘게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 기대감을 표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취임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언론이 공격할 여지를 주지 않는 완벽한 공격이자 방어라 할 수 있었다.

1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문재인 대통령 사저 앞에서 한 시민이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자 사저에 있던 영부인 김정숙 여사가 밖으로 나와 시민의 손을 잡고 함께 사저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김정숙 여사는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는 며칠 동안 매우 소탈한 모습을 보여 탈 권위시대를 더욱 실감하게 하고 있다. 심지어 다짜고짜 찾아온 민원인에게는 라면이나 끓여먹자며 손을 잡고 자택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주민들의 카메라에 담겨 세상에 알려지기도 했다.

이쯤 되면 영화나 미드에서나 보던 세련되고 열린 백악관 풍경이 부러울 일이 없다. 지지자든 아니든 대통령 내외의 행보에 저절로 감탄과 찬사가 나올 법 하다. 시민들이 이처럼 압도적으로 환호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분위기에, 대선 국면에서 거의 안티 문재인의 자세를 보여 왔던 언론도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는 것이 있다. 어쩌면 본질의 문제일지도 모를 일이다.

세월호 특조위나 정윤회 문건 사건 등을 왜 다시 하냐고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의지에 찬물을 끼얹고 나온다. 종편과 달리 아쉬울 것 없는 신문 매체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허니문 따위는 없다는 투로 덤벼들고 있다. 예상했던 보수언론들의 반격이기에 어쩌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 바깥에서 벌어지는 소위 진보언론들과의 논란은 우려를 낳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소집한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보고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며칠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은 사실상 아주 사소한 것들이 문제가 된 것이다. 예컨대 ‘퍼 먹었다’ ‘김정숙 씨’ 등 아주 작은 표현의 문제. 실수라면 실수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런가 보다 넘길 수도 있는 것들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에 대한 독자와 기자의 상호 대응이 지극히 감정적이라는 것이 우려를 낳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기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무현에 대한 미안함에서 비롯된 문재인 지키기가 다소 과하더라도 적어도 진보언론이라면 이해 못할 일도 아닐 것이다.

아니 어쩌면 언론이 싸워야 할 대상이 아닌, 독자와 싸우는 모습은 문제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지난 유세기간 진보언론의 보도 행태에는 문제가 없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팔사오입이라는 웃지못할 사건도 아직 잊을 수 없다. 그런 등등에 대한 서운함과 혹은 분노가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언론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신들은 아무 잘못 없다는 고압적 태도를 고수한다면 독자와의 간극을 좁힐 작은 희망도 사라질지 모른다. 또한 그렇다 하더라도 유시민 작가의 어용론이 대중에게 먹히는 이유는 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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