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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사흘 만에 “이게 나라냐”에서 “이게 우리나라냐”로[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5.13 11:15

사람 사는 세상. 그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요즘이 거의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을 정도다. 사람들의 바람대로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아니 그런 기대감만은 충만했다. 그렇지만 재촉하지는 않았다. 서둘다가 혹시라도 재촉해서 일을 그르칠까 두려운 마음도 없지 않다. 이 사람의 별명이 고구마 아니던가. 느긋이 기다리겠노라 애써 마음을 다잡느라 나름 얼마나 힘든 싸움이었던가. 

그런데 우린 모두 다 속았다. 고구마가 아니었다. 지난 몇 년간 온 사회가 반대하고 저항했던 일들이 뚝딱 처리가 된다. 기승전을 생략한 결결결로 이어지는 속전속결의 처리들에 시민들은 눈을 뜨면 먼저 대통령의 근황부터 찾게 된다. 땡박 시대에는 그토록 지겹고 분통 터지던 일을 이제는 스스로 알아서 찾고 있다. 요즘 않던 짓을 하면서 혼자 머쓱해지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갖은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산책하고 있다. Ⓒ연합뉴스

심지어 살다 살다 대한민국 정부 SNS 계정을 팔로우하기까지 했다는 글들이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남의 이야기만도 아니고, 내 이야기만도 아니다. 아니 충분히 할 만한 일이었다. 조선의 사대외교를 보는 것도 아닌데 미국이어서, 일본이어서 되돌릴 수 없다는 말로 버티던 그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고작 10억 엔에 팔아넘긴 나라의 자존심하며, 국민들로부터 동의 받지 못한 채 안보라는 우격다짐 속에 강행된 사드배치.

최소한 바뀐 정부, 새 대통령은 국민의 입장에 서서 상대국에게 당당히 말을 하는 모습에서 잃었던 자존심도 되찾고, 놓아버렸던 국격도 다시 긍지의 한 가운데 놓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누군가는 그런 말도 했다. 불과 며칠 만에 확 달라진 모습에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무한 생각에 길을 걷다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더란 것이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수많은 교사, 학생 그리고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통의 차단막을 쌓고 강행해온 역사 국정교과서도 대통령의 한 마디 지시에 폐기가 되었고, 광주 역시 몇 년 만에 잃었던 노래, 오월의 노래 ‘임을 위한 행진곡’을 5월 18일 목이 터져라 부를 수 있게 됐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동아시아의 허브라는 인천공항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화 약속을 받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모두가 지난 정권에서는 안 된다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많이 걸린 것도 아니다. 이 모든 일들이 대통령 취임식이 끝나고 겨우 사흘이 걸렸을 뿐이다. 이게 말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 이 모든 것들을 하지 않은 지난 정권도 말이 안 되고, 그런 것들을 며칠 만에 뚝딱 해치우는 문재인 정부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다. 

하나 분명한 것은 무엇보다 분노할 일, 원통한 일이 없는 것이 행복하며, 매일 기대할 뉴스가 있다는 사실이 행복하다. 불과 며칠 만에 세상은 헬조선에서 힐링조선이 된 것만 같다. 게다가 이것이 전부가 아니라 겨우 시작이라는 사실에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를 지경이다. 그러다가도 이게 정상인데, 마치 특별한 것처럼 놀라는 촌스러운 자신을 발견하면 씁쓸해지기도 한다. 이게 나라냐며 분노하던 때가 엊그제인데 지금은 이게 우리나라냐며 놀라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인천공항공사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를 마친 뒤 참석자들과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이런 기분에 취해만 있을 수 없다. 지금의 영화의 클라이막스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황홀한 기분은 어디까지나 법률안 제정이나 개정 없이 대통령의 지시만으로 가능한 것들에 국한된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너무도 대단한 변화지만 진짜 나라를 바꾸고, 우리가 딛고 선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는 대단히 열악한 입장에 서 있다. 

여소야대는 물론이고, 절대 우호적이지 않은 국회를 상대로 법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또한 적폐를 허무는 것이 모두에게 유쾌한 것도 또 아니다. 많은 권력들 중에 정치권력 딱 하나만 바뀌었다는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그 나머지, 더 큰 권력들이 똘똘 뭉쳐, 이 변화하는 세상에 제동을 걸려고 할 것이다. 심지어 그들은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며 자신감에 차 있을지 모른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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