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 멤버들이 녹도를 찾아 꾸민 콩트는 감동을 선사했다. 여기에 서현진이 출연하며 기대와 함께 새로운 재미까지 선사했다. 노인들이 대부분인 작은 섬 녹도에는 초등학생이 단 1명이다. 외지에서 이사를 온 이 학생을 위해 학교가 마련되었다는 사실은 화제였었다.

인구절벽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현실, 녹도는 우리의 현재이자 미래

아름다운 섬을 찾은 무도 멤버들은 제각각 역할을 부여받았다. 유재석은 선생님, 박명수는 간호사, 정준하는 식당주인, 하하는 경찰, 양세형은 우편배달부가 되어 섬 마을을 중심으로 한 꽁트를 준비했다. 여기에 육지에서 온 서현진이 음악 선생님으로 합류하며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어냈다.

무도의 상황극은 언제나 흥미롭고 재미있다. 무도 상황극을 유독 좋아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로 그들의 콩트엔 많은 것들을 담아내고는 한다. 섬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란 설정을 통해 그들이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무도가 왜 녹도를 선택했는지가 이번 특집의 핵심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

녹도에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조용한 그 섬에는 찾아오는 이들도 많지 않다. 작지만 평화로운 섬. 평화롭다는 의미는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 녹도는 조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했다.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는 세대가 극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의 농촌이 다 그렇듯 섬이라고 다를 수는 없다. 농어촌 지역 이탈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도 아니다.

젊은 사람들이 농어촌을 떠나 도시인이 되고 뿌리를 내리며 살아가는 현상은 이제는 고착화되었다. 시골은 적막하고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려 해도 찾을 수가 없다. 녹도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다. 적막함이 평화로움의 또 다른 이름이라면 조금은 우울하게 다가올 수도 있다. 무도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고 녹도 주민들을 찾는 과정을 통해 그곳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무도에서 보인 녹도 주민들은 노인들이 전부다.

그 섬에서 귀한 어린 아이들은 찬희와 채희가 전부였다. 또래라고는 오빠 찬희가 전부인 채희는 항상 함께 다닌다. 찬희를 위해 펜션을 개조한 학교에도 채희는 함께 간다. 하지만 다섯 살 채희에게 학교 수업은 힘들고 어렵기만 하다. 그런 동생을 배려하는 오빠의 모습도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

오빠 찬희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채희의 행동은 그저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게 만든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서현진은 율동과 함께 동요를 가르치기 시작한다. 아이들을 위한 일일 교사로 섬에 온 서현진은 직접 안무까지 만들어와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선생님이 되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마을 주민들과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관찰자가 된 무도 멤버들. 이들은 집배원이 되어 마을 사람들을 만나고 웃음 치료사가 되어 할머니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폐교가 되어버린 마을 학교에 주민들을 모아 마을 잔치를 벌이는 장면도 흐뭇했다. 노래자랑을 하는 장을 열어주며 누구랄 것도 없이 나와 어우러지는 그들의 모습엔 간만의 번잡함이 주는 행복이 담겨 있었다. 너무 조용했던 그 섬에서 맞은 행복한 하루는 녹도 주민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듯하다.

왜 녹도였을까? 이게 중요하다. 녹도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섬에 어린 아이들은 초등학생인 찬희와 다섯 살인 채희가 전부다. 그리고 대다수의 주민은 노동 활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들이다. 대한민국 전체가 맞이하고 있는 인구 절벽을 섬 마을은 이미 경험하고 있는 중이다.

아이 보기는 점점 힘들어지고 점점 늙어가는 그곳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급격하게 늙어가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해법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구조적인 변화 없이 새로운 시작은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 편

이제 하루만 지나면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 새로운 대통령은 지난 9년간의 적폐들로 인해 모든 것이 쉽지 않게 되었다. 그 적폐들을 치워내는 일들로 5년을 보내도 모자랄 지경이니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는 것은 당연하다.

인구 절벽을 벗어나는 일은 사회 시스템이 변해야만 가능한 일이다. 아이를 낳고 잘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적 모순을 제어하고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는 것만이 답이니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합의도 필요하지만 강력한 리더십으로 잘못을 바로잡고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는 추진력도 절실하다.

녹도는 편안해 보이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 보면 문제가 보인다. 노인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영화도 있다. 그 어느 곳에도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를 위한 나라가 아닌 모두를 위한 나라만이 존립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무한도전 어느 멋진 날>은 우리에게 현실을 바라보게 했다. 녹도를 통해 우리 사회를 다시 보게 했다면 점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방송이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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