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딘은 이번에도 잘 던지고 승수를 쌓지 못했다. 이 정도면 불운의 아이콘이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든다. 이번 경기는 비까지 내리는 상황에서 연장까지 이어진 치열한 경기였다.

팻딘과 레일리의 선발 무승부, 버나디나 결승타와 임창용의 우중 세이브

어린이날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 기아와 롯데는 만원 관중들 앞에서 치열한 대결을 했다. 오래된 라이벌답게 첫 경기부터 연장 승부를 벌였다. 치고받으며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게 했던 첫 라이벌전은 연장까지 가서야 승부가 가려졌다. 롯데는 가동 가능한 불펜을 다 활용하고도 패해 충격이 오래 갈 듯하다.

레일리와 팻딘의 선발 대결은 투수전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물러설 수 없는 경기라는 점에서 두 선발 역시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었다. 팻딘의 경우 한 차례 선발에서 빠지며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일정 부분 선발 순서 조정이 이뤄지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팻딘과 양현종은 연이어 등판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대 롯데경기. 기아 선발 팻딘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날 경기에서 김진우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조기 강판 당했다. 이후 4명의 불펜 자원을 쓴 기아로서는 이번 경기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연패의 그늘이 깊게 드리운 경기였다는 점에서 팻딘의 선발 호투가 절실한 경기였고, 그는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주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 속 먼저 점수를 올린 것은 기아였다. 4회 선두 타자 최형우가 안타로 나가자 후속 타자인 나지완이 레일리에게 강한 면모를 다시 보여주고 투런 홈런을 만들어냈다. 완벽한 스윙이 아니어도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나지완의 힘은 여전히 좋다.

2-0의 리드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5회 롯데 역시 반격에 나섰다. 시작과 함께 문규현에게 안타를 맞고 손아섭을 볼넷으로 내주며 불안을 키웠다. 문제는 김동한의 번트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빠르게 잡은 팻딘은 1루로 송구를 했지만 너무 라인 안쪽으로 들어가는 공이었다.

타자와 겹치는 상황이 되면서 1루 커버를 들어갔던 안치홍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문규현은 홈을 파고들었고, 손아섭 역시 3루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다시 일어난 안치홍은 3루 런다운 플레이를 만들었다. 손아섭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팻딘의 1루 송구 실책은 실점의 이유가 되고 말았다.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대 롯데경기. 롯데 선발 레일리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준석의 적시타로 동점까지 내주는 상황은 아쉬움이 컸다. 잘만 했다면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할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팻딘으로서는 씁쓸한 5회였을 듯하다. 레일리는 6이닝 동안 92개의 투구수로 8피안타, 1피홈런, 5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을 하고 내려왔지만 승리를 얻지 못했다.

팻딘 역시 6이닝 동안 106개의 공으로 6피안타, 4탈삼진, 3사사구, 2실점, 1자책으로 자신의 몫을 다했지만 승패와 상관없는 투구가 되고 말았다. 기아는 7회 안치홍의 2루타 대수비로 들어가 첫 타석에 나선 김선빈의 안타에 이어, 김주찬의 내야 땅볼이 점수가 되며 3-2로 역전에 성공했다. 이 점수를 그대로 지켰다면 팻딘은 승리 투수가 될 수 있었다.

7회 마운드에 오른 김윤동은 하지만 초반 너무 흔들렸다. 손아섭에게 안타를 내주고 희생 번트에 최준석을 볼넷으로 내보낸 후 이대호의 내야 땅볼에 다시 동점을 만들며 팻딘의 승리 가능성은 사라져버렸다. 이 상황에서 대타 강민호와 김문호를 연속 볼넷으로 내주며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번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대량 실점을 막은 것이 기아가 어린이날 승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KIA 김민식 [연합뉴스 자료 사진]

롯데는 승부에 강한 집착을 보였다. 레일리가 내려간 후 필승조를 총동원했으니 말이다. 기아는 김윤동이 동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다시 2와 1/3이닝을 책임지며 전날 불펜 소진한 마운드를 든든하게 받쳐주었다. 이와 달리 롯데는 박시영을 시작으로 무려 6명의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며 라이벌전 첫 경기를 꼭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윤동이 9회 안타를 내주자 기아 벤치는 임창용을 마운드에 올렸다. 남은 두 개의 아웃 카운트를 처리해야만 연장 승부에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비는 점점 세차게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주자까지 둔 임창용은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쉽게 잡아내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동안 구속이 떨어지며 좀처럼 상대 타자를 압도하지 못했던 임창용이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모습이었다. 10회 나지완이 볼넷을 얻어나가고, 타격감이 살아난 이범호가 이번 세 번째 안타를 치며 분위기는 급격하게 기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이 되자 롯데는 마무리 손승락을 급하게 올렸다.

문제는 손승락을 상대로 번트를 댄 서동욱이 1루에서 살았다는 사실이다. 심판의 판정은 아웃이었지만 비디오 판독을 통해 세이프를 얻어낸 기아는 후반 교체되어 들어온 버나디나가 욕심 부리지 않고 희생플라이를 치며 역전에 성공했다. 타격감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중요한 순간 타점을 뽑아내는 능력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버나디나다.

8회 타석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민식은 10회는 달랐다. 결정적인 적시타로 5-3까지 벌어지게 만들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윤길현이 9회 마운드를 잘 막았지만 10회 아쉽게 주자를 내주며 무너졌다. 9회 연속 삼진으로 위기를 벗어났던 임창용도 다시 10회 마운드에 오르며 불안이 따라오기도 했다.

KIA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 사진]

선두타자인 번즈에게 안타를 맞으며 불펜이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동안 임창용이 보여준 투구로는 재역전도 고민해야 할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독기를 품은 임창용은 남은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위기를 탈출하고 팀 승리에 공헌을 했다.

임창용을 상징하는 뱀직구가 어느 정도 살아나는 모습이었고 제구 역시 다른 경기와 달리 많이 좋아졌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고무적이다. 김윤동이 롱릴리프로 변신하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임창용까지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기아의 상승세는 이어질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비까지 내린 어린이날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 기아와 롯데는 명불허전 대결을 벌였다. 최형우와 이대호의 중심타자 대결에서도 기아의 최형우가 판정승을 거둔 이들의 대결은 주말 두 경기가 더 남았다. 누가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없는 라이벌전의 첫 3연전 최종 승자가 누가 될지는 토요일 경기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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