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토론은 아직까지는 대통령 선거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실제로 TV토론은 유력후보자들의 지지율 변화에 큰 이유로 작용하기도 했다. 3차까지는 토론성적표가 지지율에 전혀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4차 토론이었던 JTBC 대선토론 이후에 지지율 변화가 컸던 것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매우 급격한 변화라 할 수 있다.

이제 두 번의 토론이 더 남은 상황에서 어쩌면 잠시 잊고 있었던 <썰전>이 토론을 주제로 설전을 펼쳤다. 다른 때도 그랬지만 이번 <썰전> 역시도 자발적 반 문재인의 깃발을 든 전원책과 이에 어쩔 수 없이 문재인을 변호해야 하는 유시민의 입장으로 쉽게 갈렸다. 그러나 그들이 지금까지의 토론을 보는 시각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JTBC <썰전>

그러나 한 가지는 이구동성으로 의견에 일치를 보였는데, 그것은 바로 ‘안철수는 왜?’였다. 먼저 유시민 작가가 보는 ‘안철수의 왜’는 아주 많지만 일단 시작은 ‘왜 기대치를 높였는가’였다. 안철수 후보 측은 진작부터 문재인 후보를 향해 양자토론을 하자고 압박하는 등의 공세를 보여 왔다. 그러면서 공세가 유지되는 동안 마치 문재인 후보가 토론을 못하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정작 토론이 시작되자 안철수 후보는 혼자서 모든 악수를 다 두었다. 그러면서 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양자 토론을 그토록 요구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아무튼 그 결과 “기대가 컸던 쪽은 기대에 못 미치고, 기대가 적었던 쪽은 나름 선방”했다는 중간 성적표를 쓰게 된 것이다.

JTBC <썰전>

물론 아직 두 번의 토론이 더 남아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네 번의 토론으로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뒤집을 대형 소재가 만들어질지는 사실 의문이라는 점에서, 토론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전략과 자질은 완벽한 실패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유시민 작가는 지금까지 토론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를 높게 평가했다.

문재인 후보를 흔들고, 반 문재인 표를 끌어들여 완벽한 양강 구도를 만들어야 했던 안철수 후보의 기세가 (스스로) 꺾이고 이제 1강 체제로 다시 들어선 판세로 봐서는, 결과적으로도 반박할 수 없는 분석이었다.

그렇기 때문에라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역시나 ‘안철수는 왜?’인 것이다. <뉴스룸> 앵커브리핑에서 손석희 앵커는 과거 TV토론을 거부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김영삼 후보가 토론을 거부한 것은 영국총리였던 마거릿 대처의 말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지지도에서 앞서고 있는데 왜 토론을 하느냐. 토론은 지는 쪽에서 이기는 사람을 흥분하게 해서 실수를 유발하게 하려는 것이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갈무리

그 말이 맞는지 혹은 옳은지에 대한 판단은 둘째 치고 일단 토론을 거부했던 김영삼 후보는 당시 대선을 통과해 대통령이 되었다. 대처의 말이 일단 효과는 있었다는 것이고, 또한 토론을 거부한 부작용도 크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물론 그때의 일이겠으나 지지율이 많이 앞선 후보라면 어떻게든 비슷한 마음이 될 것이며, 당연히 뒤처진 후보라면 어떻게든 토론을 성사시키고, 잘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이번 토론이 끝난 후에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는 안철수 후보의 자학적이리만큼 실패했던 토론전략이라 할 것이다.

어쨌든 4차토론이 끝난 후 발표된 여론조사는 선거가 두 주가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그 자체로 의미하는 바가 어느 때보다 중대한데, 그 한 조사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는 격차가 더블스코어까지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애초에 호남에 대부분의 의석을 둔 정당의 후보가 포스터에 당명을 누락시키는 강수까지 써가며 보수표를 노린 것부터가 무모했던 것일 수도 있다는 평가 앞에 놓여 있기도 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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