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에서 주최한 대선 TV토론은 여러 모로 기존의 토론들과는 차이를 보였다. 일단 원탁을 준비해 후보자들을 앉게 했다. 미국 대선에서 보였던 스탠딩 토론의 내용을 보일 것이 아니라면 굳이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의미가 없다는 문제를 적극 해소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주제와 상관없이 네거티브에 곧장 들어갔던 선관위 주체 1차 토론처럼 토론이 엉망이 되려는 상황을 꽤나 강력하게 제지하는 모습도 좋았다.

그런 변화는 역시나 손석희 사장이 사회를 보는 토론은 다르다는 시청자 평가와 만족도를 낳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토론 점수를 후하게 받은 후보들의 ‘일단 우기기’ 방식의 토론을 방지할 팩트체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위를 달리는 후보로서 피할 수 없는 구도이기는 하지만 여전한 1대4 토론의 불균형은 바뀌지 않았다.

25일 JTBC 대선후보 TV토론회에 참석한 각당 대선후보들. (연합뉴스)

또한 다른 토론 때와 다르게 100명의 시민들을 방청객에 초청을 한 부분도 눈길이 갔다. 아마도 시민들이 직접 지켜본다면 후보자들의 토론이 조금은 점잖아지는 데 도움이 될 거라 기대를 했을지 모르겠지만 정작 토론에 들어가서는 그다지 영향을 끼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것이 후보자들의 집중력 때문인지 시민을 무시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문재인 후보는 여론조사를 통해 보면 토론을 잘한다는 평가는 받지 못하는 편이다. 그의 평소 말투로 봐도 달변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토론이 그의 무기로 보이지는 않는데, 오히려 토론에 들어와서는 안철수 후보의 최대약점으로 드러나는 반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갑철수, mb아바타 논란을 자초했던 세 번째 토론은 안철수 후보 토론의 흑역사로 남았다.

반면 줄곧 토론점수를 후하게 받고 있는 유승민, 심상정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상태인 것을 보면 토론은 잘해야 본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못하면 쪽박이다. 이런 구조가 TV 토론을 정책경쟁이 아닌 네거티브로 몰아가는 원인이 되는 것 같다. 비판을 받아도 1대4의 구도가 바뀌지 않는 것 역시 거기서 원인을 찾으면 답이 보인다. 그렇게 본다면 TV토론 자체가 네거티브를 자극한다는 당황스러운 결론과 마주치게 된다.

JTBC 대선 TV토론

JTBC 토론에서도 문재인 후보 대 다른 후보의 일대다의 대결구도는 변함이 없었다. 특히 유승민, 홍준표 보수를 대표하는 두 후보의 공격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는데, 유승민 후보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고 홍준표 후보는 그런 편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사실은 공히 양 후보가 똑같이 안고 있는 고민이라 할 것이다.

다만 두 후보가 운명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공격할 수밖에는 없지만 시종일관 변치 않는 내용에 이제는 지루해진 것도 문제다. 급기야 토론 중에 문재인 후보가 버럭 감정을 드러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사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가 문재인 후보의 실수로 평가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그 장면 때문에 문재인 후보에게 반했다는 반응도 있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 지속적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모욕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이날 문재인 후보가 홍 후보의 주장을 부정하자 “그럼 왜 돌아가셨느냐”라는 과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도 인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홍 후보를 향해 “이보세요”라고 역정을 내는 모습을 보였다.

JTBC 대선 TV토론

일반적인 토론의 자세로 보면 이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분명 감정요인이다. 그러나 감정을 받더라도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구라면, 그것을 떠나서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은 그런 장면에서 화를 내야 마땅하다. 아무리 이전투구가 될 수밖에 없는 토론이라고는 하지만 고인을 욕보이는 태도는 볼썽사나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의 실수는 오히려 인간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토론에 누구보다 많은 경험을 가진 손석희 앵커의 존재감 덕분인지 JTBC TV토론은 전보다 분명 체계와 품위를 지킨 편이라고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부실한 팩트 속에 오가는 공방은 뭔가 허무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토론이 대통령 후보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취지에는 여전히 부합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는 없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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