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제한제도 껍데기면 왜 안 없애나”

재계의 입을 빌어 한국경제가 오늘자(26일)에서 던진 질문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참 웃기지도 않는다. 정말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다. 한국경제의 이 같은 주장은 공정위가 내놓은 보고서와 관련된 기사에서 제기된 것이다. 일단 공정위 보고서를 한번 보자. 오늘자(26일) 경향신문 보도를 일부 인용한다.

출총제 때문에 투자 못하겠다고 아우성 칠 때는 언제고

▲ 한국경제 11월26일자 8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2007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출자동향 분석’에 따르면 출총제로 인해 추가 출자가 불가능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지난해 4월 58개사에서 올해 11월말 현재 금호석유화학·금호타이어 등 2개사로 줄었다. 금호석유화학과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12월 자산이 6조원이 넘는 대우건설을 인수하는 바람에 출자한도액이 모두 소진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출총제 적용대상 기업은 올해 4월 11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399개사에서 올 7월에는 바뀐 기준에 따라 7개 대규모 기업집단 25개사로 줄었다. 이들 25개사의 출자여력은 37조4000억원으로 기존 출자액의 2.5배나 됐다. 이는 지난해 4월 출총제를 적용받던 14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343개사의 출자여력(20조5000억원)에 비해서도 16조9000억원이 많은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기업집단의 출자여력이 커진 것은 올해 공정거래법이 개정되면서 자산 2조원 미만 회사는 출총제 적용이 면제된데다 출총제 적용을 받는 7개 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25개사의 출총제 기준이 기존 ‘순자산의 25%’에서 ‘순자산의 40%’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출총제 적용을 받는 대규모 집단 가운데 출자여력이 가장 큰 곳은 삼성으로 21조2030억원이었으며, 현대자동차(8조836억원), 롯데(5조2355억원), 한진(1조3582억원) 등의 순이었다.” (<출총제 대상 대기업 출자 불가능 2곳뿐> 경향신문 11월26일자 16면)

그동안 투자위축을 이유로 출총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온 쪽은 다름 아닌 대기업들이다. 그 대기업들의 이해를 일방적으로 대변해 온 쪽은 보수신문과 경제지들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온 공정위 ‘보고서’는 이들의 주장이 그만큼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공정위, ‘2006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출자동향’ 자료 역시 비슷한 결과

▲ 한겨레 11월26일자 17면.
사실 이 같은 재계의 ‘뻥튀기’ 논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1월21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06년 출자총액제한 기업집단 출자동향’이라는 자료를 보면 출총제 적용을 받는 14개 재벌그룹의 출자여력이 20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총제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못하고 있다는 그동안의 ‘항변’과 ‘압박’이 뻥튀기 됐음을 보여주는 통계였다.

오히려 정부가 도입하려는 출총제의 효과에 대해서 오히려 의문을 가져야 할 상황인데도 당시 일부 언론과 경제지들은 이 정도 수준의 정부안조차도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킨다며 완전폐지를 요구했다.

결국 올해 3월과 7월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출총제 적용 대상 기업이 다시 축소되면서 추가 출자가 불가능한 기업이 지난해 58개사에서 2개사로 대폭 줄었다. 출총제 적용을 받는 대규모 집단 가운데 출자여력이 가장 큰 곳은 다름 아닌 삼성으로 21조2030억원이다. 다음이 현대자동차(8조836억원), 롯데(5조2355억원), 한진(1조3582억원) 등의 순인데 적어도 이 정도 상황이 되면 언론은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재계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정도는 짚어줘야 한다. 그래야 언론 아닌가.

▲ 한국일보 2006년 11월22일자 16면.
그런데 한국경제. 참 뻔뻔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기업들이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재계에서는 반대로 ‘껍데기만 남았다면 출총제를 뭐하러 붙들고 있겠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고 전한 뒤 “사전규제 성격의 출총제는 아예 폐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공정위의 인력과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물론 기업의 협력비용을 늘리고 여전히 향후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으로 작용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엄살 피우는 재계 논리 열심히 대변하는 한국경제…자존심도 없나

출총제 때문에 투자를 못한다는 그동안의 주장도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사전규제 성격의 출총제가 거의 유명무실한 상황에 이르렀는데 한국경제는 “확인사살”을 강조하고 있다. 차라리 다른 경제지들처럼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가든지 아니면 아예 침묵이라도 했으면 그런대로 봐줄만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기업의 논리를 나서서 대변하고 있다.

기업들이 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 점에서 “출자 가능 금액이 많으면 기업들의 투자여력도 커진다는 점에서 자산 2조원 이상을 보유한 대기업들이 어떤 방식으로 투자에 나설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는 오늘자(26일) 파이낸셜뉴스는 차라리 솔직해 보인다. <7개 기업집단 25개사 37조4000억 향배관심>이란 부제 역시 ‘화끈’하다.

적어도 파이낸셜뉴스는 한국경제처럼 ‘비겁하지는’ 않은 셈이다. 출총제 엄살은 그만 떨어라. 지겹지도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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