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 개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영화 <더 플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공개된 지 하루도 안 되어 50만 이상의 조회가 이뤄졌다. 심지어는 몇몇 커뮤니티에서 <더 플랜>이 제시한 수학적 내용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는 중이기도 하다.

영화 <더 플랜> 포스터

<더 플랜>은 분명 18대 대선 결과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영화에서 밝힌 K값과 그것이 실제 18대 대선 결과를 조작했는지에 쏠리고 있다. 즉, '18대 대선은 부정선거인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더 플랜>의 함의는 오히려 '18대 대선'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에게 다가온 충격은 K값과 18대 대선의 부정 가능성으로 인한 것이 훨씬 더 컸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영화 뒷부분에 나오는 '부정개표의 가능성'에 방점이 찍혀 있다. 즉,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가 너무 쉽게 그리고 간단하게 조작될 수 있다는 그 사실, 그것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개표 조작이 얼마나 쉽고 간단한지를 시연을 통해 보여준다. 그리고 그 부분에서 사람들은 울컥할 수밖에 없다. 내가 찍은 한 표가 기계에 의해 얼마나 허무하게 조작될 수 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계로 인한 디스토피아는 기계와 인간 사이의 전쟁 같은 영화적인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파괴라는 아주 현실적인 것으로 이뤄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 선관위는 <더 플랜>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서 답해야 한다. 18대 대선에 대해 판단을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선관위에 잘잘못을 묻겠다는 이야기도 아니다. 그저 허점투성이인 지금의 개표 방식을, 그 허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사용할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서 국민에게 선관위의 판단을 이야기해야만 한다.

영화 <더 플랜> 스틸 이미지

과연 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 수 있는 이 무기력하고 허점 많은 체계를 계속 사용할 것인가? 아니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직무를 유기할 것인가? 그도 아니면 18대 대선은 부정이 아니었다며 영화가 제기한 '조작 가능성'이 별거 아닌 양 그저 물타기 하고 넘어갈 것인가? 심지어는 가장 끔찍하게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것인가?

나는 부디 선관위가 위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부정의 가능성은 그 가능성만으로도 선거라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꽃을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며, 그 부정의 가능성을 놔두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심각한 직무유기 행위이기 때문이다. 허점이 드러난 방법은 사용되기 전에 어떻게든 수정되어야 한다. 당연하게도.

<더 플랜>이 물었다. 허점이 있는 개표 방식을 계속 사용하겠느냐고. 이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 질문에 답할 차례다.

문화칼럼니스트, 블로그 http://trjsee.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문화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예찬론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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