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일등공신이다. 그래서 <뉴스룸>과 손석희라는 이름은 최고의 시청률과 최고의 신뢰를 상징하게 됐다. 사실 국정농단을 밝혀낸 공로를 생각하면 그 정도로도 부족하다 생각할 정도다. 믿고 볼 뉴스가 하나 존재한다는 것이 주는 감동은 며 마디 말로 표현할 수준을 넘는 것이다. 그러나 JTBC <뉴스룸>에 진짜 반한 순간은 태블릿피시 보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때의 모습을 담은 미디어몽구의 영상을 봤을 때였다. 영상의 제목은 '어버이연합 기자회견 중 jtbc 기자들 분노폭발'이었다. 그러나 그때 본 것은 분노가 아니라 분노한 이유였다. 당시 어버이연합 기자회견장에는 박창대 기자와 강버들 기자가 참석했었고, 어버이연합에 질문을 한 것도 바로 그들이었다.

(미디어몽구 영상 자료 갈무리)

그러나 어버이연합은 대놓고 질문도 받기 싫다고 답변을 피했으며, 결국 관계자는 일방적으로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JTBC 박창대 기자는 영상의 제목처럼 분노했다. 그러나 동행한 강버들 기자는 마치 남의 일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계속해서 질문공세를 펼쳤다. 여전히 다른 기자들은 관망하는 모습들이었다.

이 모습. 그러니까 모두들 침묵할 때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이 묵살당하자 강하게 항의하는 모습은 사실상 한국에서 사라진 것이었다. 그것을 JTBC 기자들이 살려냈고, 그로부터 시작해서 최순실 아니 박근혜 정권의 추한 실체를 드러낼 수 있었을 것이다. “기자에게 질문을 못하게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이명박 앞에서 외치던 전 피디수첩의, 현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의 말처럼 질문이 사라진 나라는 그야말로 아수라였지 않았는가.

그런 JTBC 기자들은 지난 광화문광장에서 가장 환영받는 존재들이었고, 가히 아이돌급 인기를 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광장에서 쫓겨나야 했던, 그래서 광장 멀찌감치서 몰래 취재를 해야 했던 공영방송 두 곳의 기자들과는 천국과 지옥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그렇게 전 국민이 ‘뉴스룸빠’가 됐나 싶었지만 언제부턴가 <뉴스룸>에 쓴소리를 하는 이들이 늘어났다.

한동안 JTBC의 그래프는 난해했었다. 이 그래프에도 의도 혹은 실수가 담겨 있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아마도 그 분기점은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 후일 것이다. 그것은 곧 조기대선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대선국면의 개시는 언론과 시청자의 관계에 없던 긴장을 가져왔다. 그것은 편파에 대한 이슈였다. 그리고 그 우려는 거의 현실로 다가왔다. 거의 모든 언론에 편향성이 느껴졌고, 그것은 서울대 폴랩의 대선 언론보도 지수를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는 동안 JTBC <뉴스룸>은 어땠을까? 12일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통해서 손석희 앵커는 전날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와의 인터뷰 와중에 벌어진 해프닝의 뒤끝을 드러냈다. 물론 결론은 앵커브리핑답게 언제나처럼 옳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문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에는 전처럼 온전한 지지를 보낸다. 그렇지만 그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에 이질적인 요소가 개입했다.

기자도 인간인지라 섭섭하거나 혹은 괘씸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을 드러내거나 혹은 숨기는 것은 큰 차이를 낳는다. 최근 손석희 앵커는 잇따른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곤혹스러운 상황을 겪었다. 그것을 앵커브리핑을 통해 다시금 꼬집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어진 화면은 순간 눈을 의심케 했다. 홍준표, 박지원으로 이어지던 화면이 느닷없이 문재인 팬카페의 댓글 캡쳐 화면으로 채워진 것이었다. 맥락이 사라진 순간이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언론은 동네북…두들겨야 북소리도 커진다

<뉴스룸>은 얼마 전 대선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제기했다. 그때 인터뷰에 응한 김재광 교수는 그 근거로 비적격 사례의 비율을 든 바 있다. 그리고 12일 JTBC도 여론조사 하나를 발표했다. 미세한 차이지만 안철수 후보가 앞선 결과였다. 그런데 그 조사가 앞서 문제제기가 된 바로 그 비적격률에 문제가 있었다. 아마도 손석희 앵커는 그것까지는 몰랐던 것 같다.

그래서 <뉴스룸>은 공정함에 흔들림 없이 중립을 지키고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시청자가 늘고 있다는 사실은 최근 떨어진 시청률이 대변하고 있다. 특히 손석희 앵커가 진행하는 주중 <뉴스룸>과 달리 주말 <뉴스룸>의 시청률 변화는 폭락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다.

그 현상을 특정 후보의 열성지지자들만의 외면으로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그들은 한때 바로 그 앵커브리핑에서 집단지성이라고 칭찬했던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 것인지. 많이 그렇다면 특정 후보의 지지자들만 거칠어진 것이 아니라 <뉴스룸>의 시각도 달라진 것은 아닌지에 대한 의심도 가져야 하지 않을까? 기자는 질문을 해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 질문이 취재원이 아니라 자신을 향해야 한다.

기자들은 끊임없이 질문해야 한다. 또한 깨어있는 집단지성 즉 시민은 그 질문이 옳은지 끊임없이 판단하고 비판할 수밖에 없다. 기자가 때로는 좀 과하게 느껴질지라도 시민의 비판을 껄끄럽고 불편한 것으로 여긴다면, 그때도 멈추지 않는 기자의 질문은 어쩌면 권력 그 자체를 즐기는 것에 불과하지 않을까?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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