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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이 우울할수 밖에 없었던 이유방송사들 다양한 IMF 10년 특집 프로그램 마련
황지희 기자 | 승인 2007.11.26 03:29

   
  ▲ MBC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의 한장면. 충청은행 퇴출자였던 남편이 IMF 이후 지난 삶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자 듣고 있던 부인이 갑자기 울을을 터뜨렸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1997년 11월 21일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단군이래 나온 단어 중 가장 무서운 말. 바로 IMF가 시작된날이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어떤 시간을 보냈는가? IMF 졸업장도 벌써 받았고, 국가경제도 커졌으니 IMF는 그저 조금쓴 추억 정도로 사라졌을까?

지난 토요일 방송사들은 일제히 IMF 10년 특집을 마련했다. 방송을 놓쳤다면 MBC <그 배는 어디로 갔나>, SBS <그것이 알고 싶다>, KBS <미디어 포커스> 순으로 다시 보길 바란다.

결론부터 말하지만 IMF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 고통이 현재진행중이다. 다시는 이러한 국가적 경제대란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단정지을 수도 없다. 당시의 과오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 MBC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24일 밤 11시 40분) : 1998년 6월 29일 금감위원장의 퇴출 발표에 따라 하루 아침에 퇴출됐던 충청은행원 945명을 추적했다.

당시 강제퇴출 5개 은행연합회 사무총장을 맡았던 장준배 씨의 삶을 들여다 보자. 그는 당시 퇴출자들이 겪었던 고난의 전형적인 사례였다. 준비없이 갑자기 회사를 나왔으니 취직이 힘들었다. 다른 퇴출자들 처럼 김밥집을 차렸고, 경험이 없다보니 망했다. 신용불량자도 몰렸고, 카드대란을 맞았다.

그가 지난 세월을 제작진에게 털어놓을 때, 멀리서 듣고 있던 아내가 서럽게 울었다. 이제는 직업도 생겼다. 하지만 한달내내 일만해도 월수입이 150만원을 넘지 못한다.

충청은행 퇴출자들은 과거 월평균 321만원을 벌었지만, 현재는 평균 186만원의 수입으로 살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따져본다면 엄청나게 낮아진 수치다.

   
  ▲ MBC IMF위기 10년 특집 <그 배는 어디로 갔나>의 한장면.  
 
가정도 붕괴됐다. 설문조사 결과 퇴출자들의 7.1%가 이혼했고, 21%의 부부가 별거를 거쳤다. 부부 갈등을 겪었다는 사람들은 71.6%에 달했다.

이 과정들조차 정당하지 못했다는 증언은 분노를 자아낸다.

주식회사였지만 상법상 당연히 거쳐야 하는 과정도 생략된 상태에서 금융감독원의 일방적인 결정에 따라 버렸다. 그 사실을 언론은 어떻게 보도했나? 퇴출과정에서 저항하는 자들을 비윤리적인 집단으로 몰았다. 국가경제가 무너진다는 데 자기 밥그릇만 챙기려드냐는 식이다. 당시 <중앙일보>의 1면 머릿기사 제목이 <'퇴출銀 직원들 '윤리 실종'>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충청은행 퇴출 직원 한명은 현재 일하는 장면을 찍고 싶다는 제작진의 부탁을 거절했다.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서 부담스럽다는 이유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장면.  
 
▲ SBS <그것이 알고 싶다> 'IMF 10년, 당신의 환란은 끝났습니까?' (24일 밤 11시 5분) : SBS는 좀더 다양한 집단의 사람들을 만났다. 지난 10년 동안 IMF로 고통받은 사람들은 회사에서 해고된 사람들 만이 아니었다. 서민경제는 연속으로 무너졌고, 많은 가정들이 덩달아 거리로 내몰렸다.

10년 후 그 사람들은 제자리를 찾았을까? 제작진이 만난 많은 사람들은 IMF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지금도 빠져있었다. 현재의 생활은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 않다며 출연을 거부한 사례도 많았다고 한다.

IMF 전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을 개인의 무능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저 억세게 운이 나쁜 사람이라서 지옥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걸까? 방송에 나왔던 한 부부는 동반자살을 결심했다가, 한 사람이라도 살아야 하다못해 부조금이라도 챙겨 빚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는 생각까지 해봤다고 고백했다.

가장 마음이 아픈건 아이들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팀은 10년 전 IMF 생활고로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길 수 밖에 없었던 사연들을 방송한 바있다. 제작진은 그들을 다시 찾아나섰다. 대부분 어린 나이였으니 10년이 지났지만 아직 성인이 안된 아이들이 많을 것이다. 방송은 과연 그후 아이들이 부모품으로 돌아갔는지를 추적했다.

임효근 씨는 아직도 죄책감에 괴로워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그때 보육원에 맡겼던 아들과 함께 살고 있긴하다. 하지만 함께 살 때쯤 아들은 고도비만에 정신지체2급 진단까지 받은 상태였다. 병원에서 의사는 그 원인을 '방치, 방임'이라고 말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한장면.  
 
방송 말미에서 조희연 성공회대 사회학과 교수는 중요한 지적을 내놨다.

"최근에 대선 후보들의 경쟁과정에서도 성장만이 문제를 해결한다고 하는 식으로 많은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이 얘기를 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저는 허구라고 보고, 오히려 성장에도 불구하고 이런 양극화라든지 이런 분배악화라든지 직장이 광범위하게 창출되지 않는다는 객관적인 현실을 인정하고, 어떻게 광범위한 합의를 만들어 내면서 보완정책을 취할거냐 하느 식으로 저는 우리 사회에 논의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 KBS <미디어 포커스> 'IMF 10년특집, 그 때 언론은 무엇을 말했는가?>(24일 밤 10시 30분) : <미디어 포커스>는 IMF가 오기까지 언론은 과연 무엇을 했는지를 따졌다. IMF이후 언론은 경제파탄의 책임이 정부의 무능함이라고 비난했지만, 과연 정부만의 탓이었을까? 그것은 사고가 터진 후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언론 또한 국가경제를 감시할 책임이 있다.

당시 한 경제부 기자의 글이 언론인으로 무엇을 반성해야 하는지 조목조목 짚어준다.

그 기자는 "정부의 허황된 선전을 여과 없이 전하고, 정부발표를 검증 없이 단순 중계했다. 하루하루 바닥나고 있는 외환보유고의 진상을 애써 외면했고, 대안 없이 반대와 비판만 일삼았으며, 실물 경제의 위기를 관찰하지 못했다"라고 자신의 죄목을 나열했다.

   
  ▲ KBS <미디어포커스>의 한장면.  
 
방송은 정말 언론인들이 반성해야 할 지점은 OECD 가입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OECD가입은 이득도 있지만, IMF처럼 국내경제의 대규모 유출이 벌어질 위험도 또한 높은 제도다. 그러나 당시 KBS와 MBC의 9시 뉴스에서 시장 개방의 위험성을 지적한 보도는 KBS의 경우 2건, MBC는 4건이 전부였다. 96년 한 해 동안 5개 주요 일간지에 실린 OECD 관련기사 1300여 건 가운데 금융시장의 위험을 일부나마 경고한 기사는 46건에 불과했다. 그때 국민들은 'OCCD가입=선진국'이라는 공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방송은 "언론의 무지 속에 위험은 문민정부 출범 때부터 싹트고 있었다"라고 진단했다. 문민정부 출범 직후부터 자본시장의 규제완화와 개방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쉽게 외채를 빌려쓸 수 있던 종금사는 호황을 누렸다. 하지만 97년 7월부터 동남아시아의 경제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이 때 종금사의 위험한 영업이 외환 시장의 위기를 가져올 때까지 종금사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은 없었다.

그리고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우려한 해외자본이 아시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그 때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고? 바빴다. 97년 대선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색깔론을 조장하는 사이, IMF가 와버렸다.

방송에서 김서중 성공회대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선거, 특히 대통령 선거가 이루어지면, 대통령 선거보다 더 중요한 주제는 찾아볼 수 없는게 언론의 보도 행태들이긴 해요. 그러다 보니까, 경제 문제가 경제문제에서 굉장히 중요해도, 사회 전체 문제로 부각되지 못하고, 그래서 소위 사람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을만한 1면이나, 방송에서 말하는 헤드라인 뉴스로 등장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죠"라고 말했다.

제작진이 홍콩 주가폭락 이후 한달 동안 방송과 신문의 보도를 분석한 결과 KBS, MBC 머리기사 60건 가운데 대선이 37%, 경제위기가 35%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신문의 전체 머릿기사 가운데 대선기사는 46%로 경제위기 기사는 33%였다. 사설 역시 대선이 21%로 경제위기 관련 사설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 KBS <미디어포커스>의 한장면.  
 
10년 전 시사주간지 경제전문 기자로 일했고, 현재는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방희 씨는 이런 말을 했다.

"외환위기가 벌어진 지 올해로 꼭 10여년이 다 돼갑니다만, 이 무렵만 되면 제 마음도 무거워집니다. 과거의 오판과 실책이 떠올라서 그러기도 하지만 과거와 똑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두려움과 공포가 앞서기 때문이죠."

"IMF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 직전까지 우리 경제에 아무 문제가 없다, 곧 좋아진다는 아주 절망적인 보도를 했죠. 그런 언론보도를 판단의 근거로 해서 경제적 활동을 벌여서 큰 손해를 본 분이, 작심하고 내가 소송을 벌이겠다 그랬으면 문 닫는 언론사가 많이 나왔을 거란 말이죠."

IMF 10년. 현재도 그 때처럼 대통령선거 기간이다. 우리 언론은 10년 전 정신을 차렸을까? 과연 카드대란은 달라진 언론인들의 우려와 비판 속에서도 정부가 강행해 벌어진 사건일까? FTA는 언론만 믿고 지금처럼 살면 되는걸까?

황지희 기자  nabts@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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