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한화에 패배했던 상황이 재현될 수도 있었다. 9회 다시 마무리를 하기 위해 오른 임창용이 실점과 함께 불안한 투구를 이어갔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투아웃 상황임에도 팀의 마무리를 내리는 초강수를 통해 경기를 1점 차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양현종 1실점 호투, 버나디나 부진 씻어내는 역전 투런 홈런

양현종이 지난 시즌과 달리 올 시즌 두 차례 선발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지난 시즌 아무리 잘 던져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 승리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양현종에게 올 시즌은 축복이 될 듯하다. 200이닝을 넘기며 올 시즌 부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두 경기에서 양현종은 충분히 기대해 볼만한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한화와의 광주 경기는 의외의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전날 경기에 이어 이번 경기 역시 양현종과 이태양의 투수전은 초반 흐름이 어디로 향할지 알 수 없게 만들 정도였다. 이태양이 간만의 선발 등판이라는 점에서 양현종의 우세가 점쳐졌지만 이태양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KIA 타이거즈 선발 투수 양현종. [연합뉴스 자료사진]

의외로 먼저 실점을 한 것은 양현종이었다. 1회 시작과 함께 연속 3안타를 내주며 실점을 했다. 그나마 이양기의 잘 맞은 타구를 김선빈이 병살로 만들며 이닝을 마무리한 것이 다행이었다. 양현종의 경우 실점보다 더 위험한 순간을 맞이하기도 했었다.

김태균의 잘 맞은 타구가 양현종을 향해 강하게 날아갔고, 빠르게 글러브로 막아 부상이 없었던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1회 실점 후 양현종은 제 페이스를 찾으며 한화 타선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2회에서 5회까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해나갔지만 잘나가던 기아 타선이 터지지 않았다.

1회 시작과 함께 버나디나가 안타로 포문을 열기는 했지만 후속 타자 불발로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동점 상황은 4회에 펼쳐졌다. 4회 믿었던 최형우와 나지완이 허무하게 물러난 후 하위 타선이 전날 경기에 이어 다시 기회를 만들어냈다.

2사 상황에서 안치홍이 안타를 치자 김선빈이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기아의 환상적인 키스톤 콤비가 복귀 후 팀을 이끌고 있었다. 수비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최고의 호흡을 보이는 두 선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기아라는 사실이 재미있다.

팽팽했던 경기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바로 버나디나였다. 1사후 김주형이 안타를 치자, 한화는 바빠졌다. 박정진을 마운드에 올려 실점 없이 막으려 했지만 이번 경기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친 버나디나가 가운데로 몰린 공을 완벽한 스윙으로,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정도로 큰 타구를 날렸다.

2014년 신시내티에서 활약하던 때의 로저 버나디나. [AP=연합뉴스]

좀처럼 터지지 않는 타격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버나디나는 이번 홈런으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빠른 발과 좋은 수비로 중견수로서 최적의 존재감을 보여주었지만, 시범 경기부터 시즌이 시작된 후에도 좀처럼 상대 투수들을 공략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홈런으로 자신감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기아는 전날 실패했지만 다시 승기를 잡자 8회 한승혁을 마운드에 올렸다. 결국 필승조는 스스로 마운드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었지만 이번 경기도 쉽지는 않았다. 선두 타자인 대타 김회성에 안타를 내주고, 하주석에게도 안타를 내주며 위기에 빠졌다.

노아웃에 두 명의 선수를 내보내며 동점에서 최악의 경우 역전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다. 결정적인 순간은 무사 1, 2루 상황에서 장민석의 번트 수비였다. 어떤 승부를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달라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다. 한화로서도 보내기 번트가 성공하면 전날에 이어 다시 역전승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장민석의 번트는 아쉽게 한승혁 앞으로 향했고, 이적한 김민식은 곧바로 3루 콜을 했고 주저하지도 않고 한승혁은 3루 승부로 주자를 잡아냈다. 이 승부는 이번 경기의 흐름을 한화가 아닌 기아로 바꾼 결정적인 한 수였다. 이후 어렵기는 했지만 정근우를 2루 뜬공으로 잡은 후 김태균과 끈질긴 승부를 해서 1루 뜬공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막았다.

버나디나가 홈런으로 스스로 반전을 이끌 계기를 찾았듯, 한승혁 역시 한화 중심 타선과 실점 위기에서 승부를 해 무실점으로 막은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9회 마운드에 오른 임창용이었다. 김 감독은 어제 실패한 불펜을 믿었다. 한승혁이 그 보답을 했듯, 임창용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랐을 것이다.

KIA 타이거즈 한승혁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임창용은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살짝 살짝 빠지는 공은 타자들이 말려들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다. 타자가 속지 않으니 가운데로 몰리게 되고, 그렇게 난타를 당한다. 임창용은 9회 마운드에 올라 2개의 안타와 1개의 볼넷을 내주며 1실점을 했다.

자칫 역전을 당할 수 있는 상황에서 김기태 감독은 힘든 결정을 했다. 팀 마무리를 아웃 카운트 하나를 남긴 상황에서 내리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타격감이 폭발한 하주석을 상대로 마운드에 오른 심동섭은 단 4개의 공으로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세이브를 기록하게 되었다.

양현종은 7이닝 동안 101개의 투구수로 9피안타, 4탈삼진, 무사사구, 1실점으로 2연승을 이어갔다. 이태양은 6과 1/3이닝 동안 93개의 공으로 7피안타, 3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을 하며 올 시즌을 기대하게 했다.

이번 경기의 흐름을 결정지은 중요한 상황은 6, 7, 8회 연이어 등장했다. 6회 말 한화 3루수 송광민의 환상적인 수비는 병살로 이어졌고 실점을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7회 김태균은 안타를 만들어냈지만 느린 발로 2루를 노리다 아웃되고 말았다. 문제는 뒤이어 나온 타자들인 송광민과 양성우가 연속 안타를 쳤다는 점이다. 만약이란 무의미하지만 김태균이 주루사를 당하지 않았다면 득점으로 연결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한화로서는 아쉽다.

7회 말 버나디나의 투런 홈런과 8회 초 무사 1, 2루 상황에서 번트를 3루에서 아웃으로 잡아내는 과정은 결국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순간들이었다. SK에서 트레이드된 김민식은 이번 경기에서 두 개의 도루를 저지하며 상대 공격 흐름을 끊어냈다. 트레이드가 성공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김민식의 이런 모습이 꾸준하게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아 시즌 초반은 강력할 정도로 좋다. 불펜의 문제가 아쉽게 다가오고 있기는 하지만 한승혁이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듯 다른 선수들 역시 보다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잠시 침묵했던 기아 타선은 주중 경기에서 두산과 대결에서 다시 폭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아의 올 시즌 우승 후보로서 전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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