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과 시민 그리고 국회의원 다섯 명이 함께한 국민발의회의. 이번 <무한도전>의 시도와 의도가 조금은 특별한 것은 그저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법안발의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발의한다고 모두 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발의한다는 것 자체가 최소 10명의 다른 국회의원들에게 의견을 전달한다는 의미와 함께 어쨌든 국회에 기록을 남긴다는 의미를 갖는다.

8일 방영된 <무한도전>을 통해서 확인된 국민발의는 다음과 같다. 국회의원 미팅법, 임산부 주차법, 청년 주거 지원법,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법, 아동학대 처벌 강화법, 알바 근로 보호법 등이다. 이번 국민의회 특집을 통해서 박주바리라는 별명을 얻게 된 박주민 의원이 그 와중에 단연 발의 의욕을 보였고, 다른 의원들도 각자 자신의 전문성에 관련된 발의를 약속했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그러나 국회나 시민들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들은 어쩌면 이들 발의 목록에 들지 않은 것들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의무만 잔뜩 지는 데 반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참정권에 제한을 받고 있는 청소년들과 달리, 엄청난 특권은 다 누리면서 정작 의무에 대해서, 그것도 자신이 한 공약이나 입법의원으로서의 의무를 방기한 국회의원에게 주어지는 당연한 권리를 제한하자고 한 한 시민의 분노에 찬 발언이 있었다.

일반시민들도 직장생활에서 감봉을 당한다든가 권고사직을 당하기도 하는데 국회의원들만이 예외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국회의원 소환제에 대한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발언과 제안에 대해서 녹화장의 호응은 대단히 뜨거웠다. 물론 현장의 국회의원들 역시도 그런 분위기에 조응했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그러나 이 법안은 발의목록에서 빠졌다. 설혹 포함됐더라도 아마 발의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목록에 포함되기는 했지만 실현 가능성이 적은 것도 역시나 ‘국회의원 4선 연임 제한법’과 ‘국회의원 미팅법’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국민정서상 거부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언제나 국회는 자신들의 철밥통을 지키는 데 뻔뻔했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고 하나마나한 시도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발의가 단순히 국민발의라는 형식만이 아니라 명실상부한 국민예능 <무한도전>을 통한 것이라는 사실은 결코 간단치 않다. 이 작은 불씨가 나중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올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누가 알겠는가. 국회의 입법독점을 깨고 국민발의가 법으로 만들어져 국회의원들이 감히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무한도전>의 국민의원 특집이 갖는 의미는 시청자들에게 정치라는 것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각인시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정치라는 것이 신문과 방송에 나오는 것과 달리 우리들 생활과 복지에 바로 연결되고, 그래서 시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바꾸고 만들어갈 수 있는 재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최소한 그런 즐거운 상상만이라도 가능케 해주었다고 할 수 있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민의원 발의가 실제로 모두 발의가 되고, 법안이 통과되면 좋겠지만 그런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고 하더라도 예능이, 방송이 이런 시도를 한다는 것은 분명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OECD 11위국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어쨌든 세계 상위국가다. 그러나 그 외 모든 면에서는 하위국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특히 정치가 그러하다. 수십 년 정치권에 맡겨도 되지 않았다면 결국은 시민의 힘으로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그 중요한 시작을 <무한도전>과 함께할 수 있었다. 모름지기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면 이 정도는 해야 하는 것이다. 괜히 <무한도전>이 아니고, 그냥 ‘국민예능’이 아닌 것의 증명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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