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기아와 한화의 대결은 선발 대결이 흥미로웠다. 지난 시즌 한국 무대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보이며 두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헥터와, 현역 메이저리거에서 한국프로야구로 옮겨온 비야누에바의 선발 대결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니 말이다.

위기 넘기지 못한 비야누에바 vs 헥터 2실점 완투 첫 대결 완승

뛰어난 두 투수의 선발 맞대결은 흥미로웠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는 외국인 투수들이 한국프로야구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흥미롭다. 헥터는 지난 시즌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최다 이닝을 소화하며 팀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비야누에바는 아직 낯설다. 하지만 올 시즌 첫 경기에서 보여준 투구는 확실히 좋았다. 두 번째 등판이지만 기대치는 높았다. 그런 기대만큼 비야누에바의 초반 투구는 기아 타선을 완벽하게 제압했다. 물론 결과적으로 4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한화 선발 비야누에바 (연합뉴스 자료사진)

헥터와 비야누에바의 첫 대결에 위기를 먼저 맞은 것은 헥터였다. 두 투수들이 1회 10개도 안 되는 공으로 삼자범퇴 시키는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두 투수 모두 삼진보다는 맞춰 잡는 스타일이다. 좋은 제구력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며 빠른 승부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2회 헥터는 2사를 잡은 후 이양기와 최진행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는 듯했다. 하지만 정근우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비야누에바는 3회 선두타자인 안치홍에게 2루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추가 안타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비야누에바는 팀이 도와주지 못했다. 4회 첫 실점 과정을 봐도 그렇다. 김선빈이 선두 타자로 나서 안타로 포문을 열었다. 그런데 조인성이 공을 놓치며 허둥대는 동안 2루까지 나간 김선빈은 김주찬의 우익수 플라이에 3루까지 진루했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우익수로 처음 나선 최진행의 호수비가 실점을 막았다.

1사 3루 상황에서 팀을 옮긴 최형우는 이번에도 기대치를 충족시켜 주었다. 득점이 필요한 순간 외야 희생플라이로 이번 경기 첫 득점이자 결승 타점을 올렸다. 팽팽하던 투수전이 무너지며 기아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5회 선두 타자로 나선 서동욱이 기습 번트 안타를 만들어내며 비야누에바의 불행은 시작되었다.

안치홍의 2루타는 비야누에바가 이번 경기 첫 실투였다. 끈질긴 승부를 이어가던 상황에서 비야누에바의 공이 가운데로 몰렸다. 이런 실투를 놓칠 안치홍이 아니었다. 우익수 라인을 타고 흐르는 2루타로 무사 2, 3루 상황은 대량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기아 타이거즈 김주형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주형이 8번까지 밀려날 정도로 기아 타선은 만만치 않다. 절호의 기회에 타석에 들어선 김주형은 지난 시즌 꽃을 피우기 시작하더니, 올 시즌 만개할 가능성을 보였다. 2타점 적시타가 터지며 팽팽하던 줄은 한쪽으로 급격하게 기울게 만들었다. 이후 김선빈의 적시타로 추가점을 올리며 단숨에 기아는 4-0으로 달아났다.

초반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던 강력한 선발 투수 대결은 5회 실투 하나에 급격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고 득점을 만들어내는 기아 타선은 초반이기는 하지만 든든하다. 이런 기아 타선의 응집력에 헥터의 완벽한 투구는 완승을 예고했다.

워낙 빠른 승부를 벌인 헥터는 홀로 경기를 책임졌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6회 1사 후 하석주, 송광민에게 연속 안타를 내주고 김태균에게 볼넷까지 내주며 만루 상황에서 로사리오와 만나야 했다. 한화가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카드가 1사 만루에 나섰다는 사실은 이번 경기에서 한화가 반격을 하고 승리를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로사리오의 한 방이면 단숨에 추격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헥터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무너지지 않았다. 로사리오를 2루 땅볼로 유도하며 병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만약 6회 실점을 했다면 이번 경기에서 헥터의 완투는 존재할 수 없었기 때문에 중요했다.

기아 타이거즈 선발 헥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헥터에게는 가장 힘든 이닝이었다. 선두타자인 장민석이 안타로 나가자 앞선 타석에서 안타를 친 하주석이 팀의 첫 득점을 만드는 3루타로 헥터를 흔들었다. 여기에 송강민의 평범한 유격수 땅볼을 허무하게 놓치며 위기는 더욱 커져 갔다. 로사리오의 중견수 플라이로 2실점을 했지만 최진행을 좌익수 플라이로 잡으며 더 이상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헥터는 9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인 정근우에게 2루타를 내주기는 했지만 대타 차일목의 타구를 잡아 2루에 있던 정근우를 잡아내며 위기를 제거해나갔다. 남은 두 타자를 모두 외야 플라이로 잡아내며 올 시즌 첫 완투 경기를 해냈다.

헥터는 9이닝 동안 115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2실점으로 2승째를 올렸다. 안타를 많이 내주기는 했지만 헥터는 경기를 지배했다. 빠른 승부를 통해 투구수 조절을 하고 상대를 압박해가는 능력은 지난 시즌보다 더 좋아졌다.

10년을 기다렸던 만년 기대주 김주형이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 더 큰 성장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결정적인 순간 안타로 팀 승리를 돕는 김주형의 올 시즌이 기대된다. 지난 시즌 최다 이닝을 소화한 후에도 헥터는 여전히 강하다. 올 시즌 첫 완투를 한 헥터가 15승을 넘어 20승 고지에 올라설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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