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공개할 목적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영석 피디 집단의 불필요할 정도로 집요한 기록본능 덕분에 윤식당이 만들어지는 과정의 화면들이 이렇게 긴요하게 사용될 수 있었다. 무슨 얘긴가 하면, 부푼 꿈을 안고 먼 타국까지 날아온 윤식당 임직원들의 하룻밤의 꿈에 대한 것이다. 다 알다시피 윤식당은 영업 하루 만에 철거라는 청천벽력의 소식 앞에 서야 했던 것이다.

위기였다. 게다가 그 식당을 꾸미기 위해서 무려 한 달의 땀과 노력을 쏟았던 것을 생각한다면 스태프들의 낙담과 한숨이 화면 밖에까지 들릴 지경이다. 그러나 세상은 냉정하게도 그런 스태프들의 심정 같은 것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철거현장을 보며 눈물짓는 한 여배우의 감수성으로 그 심정을 대신할 수밖에는 없었고, 당장 촬영을 이어갈 새로운 식당이 필요했고, 제작진은 어떻게든 새로운 장소를 물색해냈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그것을 보는 것은 참 쉽지만, 영업한 지 하루만의 철거와 그 망연자실을 딛고 또 다시 하루 만에 새 식당을 찾아서 고치고, 꾸미고 해야 하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그런데 기적인가 흔히 말하는 예능신의 도움인가 그들은 그 어려운 일을 또 해내고 말았다. 그리고 첫 번째 윤식당의 경우 한 달이나 걸렸던 미술작업을 하룻밤 철야로 해내기도 했다.

그렇게 스태프들은 어떤 위기에서도 감정보다 실무라는 짐을 져야 하는 것이 믿음직하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참 안쓰럽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아무리 일이라고 하더라도 사람의 일에는, 특히 뭔가를 만들고 꾸미고 하는 일들에는 감정이 배이기 마련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진 1호점 윤식당을 보며 눈물지을 새도 없이 정신없이 2호점을 찾아내고, 설득하고, 섭외하고 결국에는 다시 공사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것의 허무함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그렇게 허무를 딛고 열일 한 하룻밤의 결과는 너무도 놀라웠다. 참 한국인은 역시나 놀랍다. 마치 준비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아주 오래 전에는 식당이었다지만 이후 수퍼로 사용하면서 비좁고 초라했던 공간이 다음날 마치 램프의 요정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소담스러운 식당으로 완벽한 변신을 한 것이다. 더운 나라라 페인트 냄새도 금세 날아간 것인지 그런 불평도 없었다.

그렇게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 뒤에 다행스럽게도 윤식당은 2호점을 열게 되었고, 1호점보다 더 외져서 오가는 사람이 더 적어 손님맞이가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이 로망의 식당에서 자칫 잊을 수 있는 현실감각을 적어도 한 스푼 정도는 챙길 수 있다고 긍정적인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

tvN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그렇지만 분명 나영석 피디가 구상하고, 기대했던 그림대로 진행되지 않은 차질이 있었지만 오히려 인간적인 이야기들을 담을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더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과거 1박2일 시절 혹한기 대비캠프에서 갑작스런 폭설로 중간에 촬영을 접어야만 했지만, 그 철수하는 길목에서 얻은 다큐 이상의 아름다운 설경들로 망한 것이 아니라 흥해버린 경험을 떠올리게 했다.

발리에서의 일이 그만한 반전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그때보다 더 크다고 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윤식당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식당이었다. 영화로도 구성하기 힘든 환상적인 이 휴양지의 식당에 낭만 대신 현실을 채워 넣을 수 있게 됐으니, 또 인생의 한 자락을 담게 됐으니, 어쩌면 오히려 다행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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