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 10층. 방송에서 의혹 당사자를 인터뷰한 것이 ‘범죄행위’라며 대형버스를 몰고 MBC를 찾은 한나라당 의원들만큼이나 어이없는 일이 또 있었다.

면담 상황을 취재하려던 기자에게 MBC 비서팀장이 직접 손을 대며 ‘물리력’을 가한 것.

▲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 등 당 관계자들이 서울 여의도 MBC 경영센터로 들어서고 있다. ⓒ정은경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사장실 옆 접견실로 들어간 10여명의 의원들을 쫓아갔으나 MBC 비서팀장은 들어갈 수 없다며 앞을 막아섰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비공개를 요청했다면, 항의방문의 관례가 그렇다면 그래도 이해해줄 만도 하다.

그래서 “잠깐 사진이라도 찍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그는 “사장님도 안계신다”거나 “다른 기자들도 없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유를 들며 두 손을 뻗쳐 기자의 어깨 주변을 밀었다. 여자는 다른 여자의 몸에 허락 없이 손을 대도 괜찮은 것일까. 비서팀장과는 서로 쉽게 손을 대도 괜찮을 만큼의 친분 관계도 없다.

참고로 기자는 키 158cm에 몸무게 45kg의 왜소한 체구다. 완력을 행사해 접견실로 돌진할 만큼의 힘을 갖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면담이 진행되고 있는 도중 한나라당 부대변인이라는 사람이 항의방문 스케치를 하겠다며 10층으로 올라왔다. 이번에도 MBC 비서팀장은 불허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적어도 그의 몸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그가 한나라당 사람이기 때문일까, 남자이기 때문일까.

4월 '하나님의교회' 집회 땐 청경이 취재방해…항의방문에 정치에디터 배석도 문제

MBC를 출입하면서 겪은 어이없는 취재방해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하나님의교회 신도들이 MBC <PD수첩>이 자신들에 대한 악의적인 방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MBC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그때는 MBC 청원경찰들이 기자의 몸을 밀쳐내며 취재를 방해했지만 시간이 좀 지난 뒤에야 MBC 한 간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항의한 기억이 있다. MBC는 회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청경부터 사장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비서팀장까지 ‘과잉방어’에 익숙한 듯하다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말 나온 김에 이날 한나라당의 MBC 항의방문을 보며 느낀 점 한 가지만 더. 한나라당의 항의방문 자리에 보도국 정치국제에디터가 참석한 문제다. 사실상 정치관련 보도 실무 총책임자인 정치국제에디터가 정치권의 항의방문 자리에 보도본부장, 보도국장과 함께 참석한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지 의문이다.

이는 지난 2004년 3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탄핵방송의 ‘불공정성’을 문제 삼아 KBS 보도국을 항의방문하려고 했을 때 KBS 기자들이 보인 반응과 명확히 대조된다. 당시 KBS 기자들은 보도국장을 면담하겠다는 의원들의 요구가 언론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면서 보도국 진입을 막아 면담 자체를 무산시킨 바 있다.

겉으로는 ‘공정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그 속내에는 현업자를 위축시켜 자신들에게 불리한 보도를 줄여보겠다는 의도가 있음을 MBC도 잘 알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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