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3일 SBS 8시 뉴스는 목포 신항에서 이상한 현상을 보도했다. 세월호 유가족 70여명이 나흘째 목포신항 외곽에서 천막 노숙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지난 3년 간 세월호 유가족이 정부로부터 받은 대우가 늘 그랬기 때문에 이상할 것도 없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목포 신항에는 팽목항에서 옮긴 미수습자 가족들을 위한 콘테이너가 있다.

그러나 해수부는 유가족이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곳에 머물 수도 없고, 미수습자 가족들처럼 선체 수색을 논의하거나 혹은 참관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어 세월호 근처까지 접근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SBS와 인터뷰를 한 해수부 관리는 “감시하겠다는 것 아니냐”면서 유가족들을 따돌리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보도화면 갈무리

그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유가족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발언이었다.

“왜 이해가 안 가시죠? 한쪽은 수습을 못 했고, 가족협의회는 아주 일부분을 제외하시고는 죄송합니다, 수습을 해서 어느 정도는 다 화장도 하시고, 미수습자 수습에 관해서는 당사자가 아니죠”

한마디로 제정신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월호를 인양한 이유는 물론 미수습자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한 것은 맞다. 그리고 어쩌면 그보다 더 근본적인 이유는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함이다. 아직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다. 그런데도 그들 유가족이 당사자가 아니라는 발상은 대관절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알 도리가 없다.

세월호 인양에도 3년이 걸렸다. 그러나 인양되는 과정을 보면, 그 3년은 왠지 모를 의혹을 남겼다. 당연히 정부는 세월호 인양은 물론 참사 원인규명에도 비협조적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판단은 언제나 옳지도 않았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이 목포 신항에 와서 육상 안치를 위해서 물을 빼야 한다며 시행한 천공만 해도 그랬다. 선체에 19개의 구멍을 뚫었지만 예상과 달리 물이 아닌 굳어버린 진흙만 서서히 빠져나올 뿐이었다. 조금만 생각해보거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더라도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이렇듯 결과로서 해수부는 스스로 ‘감시’와 ‘참견’이 필요한 상황임을 자인한 셈이다.

보도화면 갈무리

한편 미수습자 가족들과의 첫 만남부터 갈등을 드러냈던 조사위는 이후 해수부의 독주에도 두 손을 놓고 있다. 조사위가 아니라 참관위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SBS는 당사자가 아니라는 해수부에 가로막혀 그 참관도 못하는 유가족들을 조사위의 일원으로 참가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그것을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다.

3년이 지났다고 해수부와 지난 정부의 잘못과 무능이 없어지거나 더더군다나 용서받은 것은 아니다. 이 엄청난 참사의 주무부서로서 해수부는 미수습자 가족은 물론 유가족 누구에게도 감히 얼굴을 똑바로 들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세월호를 인양했다는 사실에 의기양양해 하는 것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어떻게 세월호에 유가족이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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