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방송을 저지코자 했던 자유한국당의 의지가 법원에 의해 좌절됐다. <무한도전>과 김현아 의원을 상대로 한, 자유한국당이 법원에 냈던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돌출행동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장기집권했던 <무한도전>에 대한 진짜 ‘무모한’ 도전이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그것은 자유한국당의 오만과 착각에 불과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방송금지 가처분신청이 기각됨으로써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의 뜻과는 달리 오히려 <무한도전>의 이번 주 방송을 더욱 보게끔 만드는 홍보를 한 셈이 됐다. 또한 자유한국당이 막고자 했던 이유는 자당 소속인 김현아 의원의 자격을 문제 삼은 것이지만, 결과적으로는 이 정당의 민심에 대한 무지나 오만한 시각만 드러낸 사건이 되고 말았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우선 이 해프닝이 방송내용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신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김현아 의원에 대한 앙갚음의 성격이 짙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김현아 의원은 당적만 자유한국당이지 실질적으로는 분당한 바른정당 사람인데 방송에 출연하는 것이 부당하다는 것인데, 그 심정을 그대로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다 만들어진 방송을 금지시키려는 것이 과연 온당한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이 정당의 현재를 말해주고 있다.

탄핵되고, 구속수감된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으로서 몸을 낮추고 자숙해야 할 상황에, 오히려 자신들의 권위를 앞세우고 국민들이 애정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탄압하려 했다는 점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는, 스스로 구악이며 적폐임을 자인한 셈이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자유한국당은 청산해야 할 시대의 적폐임을 스스로 고백하여 국민의 심판을 자초하겠다는 것인가? 블랙리스트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것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파면되고 구속된 주요 사유 중 하나였다.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해 함께 책임져야 할 자유한국당이 반성은커녕, 방송을 자기 뜻대로 농단하려 드는 것은 언어도단이 아닐 수 없다”며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난했다.

<무한도전>이 7주의 방학을 끝내고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는 이번 특집은 지난 12월부터 3월까지 약 4개월 간 국민들의 의견을 통해 만든 프로그램이다. 일자리, 주거, 청년실업, 육아 등 현재 대한민국이 안고 있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핵심 민생 주제이었다. 이에 대해서 시청자가 국민의원으로 참가하고, 실제 국회의원 5인(박주민, 김현아, 이용주, 오신환, 이정미)이 가세하는 포맷이다.

MBC <무한도전-국민의원> 특집

이런 심각한 민생주제를 다루고자 한 프로그램에, 어찌 보면 거의 사적 감정에 의한 분풀이에 불과한 몽니를 부렸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이 정당이 과연 국민으로부터 신임의 표를 얻을 자격이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까지 들게 하는 행위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원에서 기각된 것이 자유한국당으로서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할 것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가정이지만, 만약 지금이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이 아닌 2015년이었다면 판결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자유한국당이 직면해야 할 국민적 저항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컸으며, 엄청난 후폭풍을 각오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무한도전>은 매우 각별하다. 그것조차 모르고 가처분 신청을 낸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세상이 자신들의 뜻대로 될 거라는 착각 속에 빠져있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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