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새벽 법원은 전직 대통령 박근혜의 구속 수감을 결정했다. 이제 전직 대통령에서 미결수로 신분이 바뀐 박근혜인 것이다. 구속이 즉 유죄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 4년 그로부터 숱한 상처를 받아온 국민들에게 그 이상의 의미는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진도 앞바다에서는 인양된 세월호가 반잠수식 선박에 실린 채 목포항으로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이 구속영장 심사를 위해 대기하는 상황은 어쨌든 비극적인 상황이다. 인간적으로 본다면 동정할 구석이 아주 없다고는 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대통령 시절 박근혜의 모습들은 그런 작은 동정의 불씨마저 단호하게 꺼트린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참사 후 팽목항에 내리면서 환하게 웃던 모습, 삼엄한 경비와 경호에 둘러싸여 국회에 들어가면서 아우성 아니 절규하는 유가족들에게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않던 그 독한 표정 등이다. 그때 유가족들이 외쳤던 말은 “살려 달라”였다. 심지어 그 참사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조차 기억하지 못한 그 무신경함. 이런 사람을 어찌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고 칭할 수가 있겠는가.

대통령을 떠나 타인의 불행을 대하는 평범한 한 자연인의 모습으로 따져도 비상식적이었다. 하물며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가진 대통령이라면 해서는 안 될 모습들만 보여온, 그 무수한 절규와 통곡을 외면했던 독한 심장이 구치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라도 정말 잠시라도 304명의 희생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그런 대통령을 돕겠다고 유가족들을 향해 패륜적인 말들을 내뱉었던 그의 호위무사들. 단식이란, 자기를 상하게 하는 방법 외에는 뜻을 전달할 방법이 없는 약자의 마지막 수단인 단식하는 유족들 앞에서 피자와 치킨파티를 열게 한 그 누군가. 지시를 받았거나 혹은 자발적이거나 결국 모든 책임이 귀결되는 것은 대통령 그 자신일 수밖에는 없다.

뇌물수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검찰 차량에 타고 서울구치소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 인용 후 삼성동 자택으로 옮겨서는 자신의 지지자들의 고생에는 ‘가슴이 미어지는 심정’이라던 그 공감능력은 여전히 선택적이었다. 국민들에게는 그저 ‘송구’하다는 말뿐이었다. 그날 <뉴스룸> 팩트첵크 팀은 국립국어원의 해석을 인용하면서 송구는 사과의 의미가 아님을 확인하기도 했다.

끝까지 국민이 아닌 자신의 지지자 소수의 대통령이고자 했던 그는 법원에 영장심사를 위해 자택을 떠나면서도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별의 의미였을지는 몰라도 더 많은 시선으로 보기에는 참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날 <뉴스룸> 손석희 앵커브리핑의 제목은 ‘떠오르다, 되찾다, 만나다...다시 민주주의’였다. 그러고 보니 문득 이 시국의 불씨가 됐던 이화여대 사태가 떠오른다. 총장실을 점거한 여대생들을 진압하러 교내에 진입한 경찰들의 강제진압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울려 퍼진 어떤 노래도 함께.

지난 22일 오후 6시 38분께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 단구사거리에서 촬영된 세월호 리본 모양의 '구름'이 나타난 하늘. 김태연(48)씨는 퇴근길 '세월호 리본 구름'을 발견하고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하늘을 촬영했다. [김태연씨 제공=연합뉴스]

운동가요가 아니었다. 아이돌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 아니 다만세.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은 이들이 의아하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우리가 다시 민주주의를 여는 아주 여린 외침이었다. 강제 진압을 앞둔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도 끝내 물러서지 않은 그 소녀들의 여린 투쟁이 권력이 거칠게 쌓은 적폐를 무너뜨리는 균열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증명할 수는 없지만 지난 3년 간 우리들 모르게 뭔가 했을 것만 같은 304명의 영혼들하며.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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