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결국 구속 수감됐다. 헌법재판소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한 지 21일 만이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오전 3시 3분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순실 씨 등과 공모해 삼성그룹으로부터 경영권 승계에 관한 청탁을 받고 298억 원(미지급금 포함하면 433억원)을 수수하고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강요하며 청와대 문건 등을 기밀유출 하는 등 총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피의자는 대통령 권한을 남용해 공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과 피의자의 사익 추구를 하려 했다”며 “국격을 실추시키고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음에도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관계까지 부인으로 일관하는 등 전혀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뇌물수수 혐의를 비롯한 검찰의 판단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범 관계인 인사들이 이미 구속된 상황에서 형평성을 고려하면 구속영장 발부는 불가피했다는 해석이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 때문에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이 바뀔 수 있다는 점도 일부 작용한 걸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 자신이 어떤 이익도 얻은 일이 없다는 취지로 혐의를 전면 부인했으나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후 검찰청사에서 대기하다가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 직후 서울구치소로 호송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검찰차량을 타고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전직 대통령이 구속된 것은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검찰은 최장 20일 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속된 상태에서 수사할 수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공식 선거일이 시작되는 다음달 17일 전에 수사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법원은 준비기일을 거쳐 5월 초 쯤 본격적인 재판을 시작하게 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이후 검찰의 최우선 수사대상으로 꼽히는 것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다. 우병우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 의무 이행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부당한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 등의 부당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 역시 수사 대상이다.

검찰은 지난 24일 임의제출 방식으로 청와대 압수수색을 벌여 우병우 전 수석 혐의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이르면 이번 주말 우병우 전 수석 소환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SK, 롯데, CJ 등 대기업의 미르 K스포츠재단 출연의 성격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두 재단에 SK는 111억원, 롯데는 45억원, CJ는 13억원을 각각 출연했다. 이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재단 출연을 결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SK와 CJ는 그룹 총수의 사면, 롯데는 면세점 특허 취득을 기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만일 이들 기업의 뇌물공여 혐의가 수사를 통해 입증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 기소 내용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액은 증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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