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2일 EBS <의료, 이제는 질이다>의 한장면이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MBC <하얀거탑>에 노민국(차인표 분)이 등장하자 장준혁(김명민 분)이 된 심정으로 잔뜩 긴장했다.

노민국. 그는 누구인가? 이주완 외과과장(이정길 분)의 후배이자 존스홉킨스 대학의 교수이지 않은가? 존스홉킨스라니! 바로 그가 장준혁의 라이벌임을 예감했다.

그런데 정작 존스홉킨스 병원이 어떤 곳인지 전혀 몰랐던 것이다. EBS가 <의료, 이제는 질이다>에서 대신 설명해줬다.

존스홉킨스 병원은 미국의 한 시사주간지가 실시하는 병원평가에서 17년째 1위를 고수하고 있는 대단한 병원이라고 한다. 미국에서 가장 낮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는 병원이기도 하다.

비결은 따로 있다. 노민국 교수같은 훌륭한 의사들이 많아서가 아니다. 바로 시스템이다.

방송에서 빅토르 교수 (신경과)는 존스홉킨스의 치료시스템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뇌졸중 치료의 최대관건은 신경과, 방사선과, 재활의학과 등 각기 다른 과들과의 유기적인 협력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있다. 이 병원은 각 과들과의 긴밀한 회의와 의료진들의 정기적인 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른 철저한 치료법 등을 통해 최단 기간, 최고의 치료를 환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단다.

말로만 들으면 당연한 얘기같지만 이런 시스템이 정교하게 갖춰져 있기에 환자를 정확하게 치료할 수 있다. 이는 의료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한 해 의료사고로 병원에서 죽는사람이 2만7천명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존스홉킨스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의료시스템은 아마도 이렇게 어이없는 죽음을 줄이고 의료의 질을 상향시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시 미국이구나 하고 감동할 필요는 없다. 이것이 미국의료의 전부가 아니다. 없이 사는 서민들의 눈에는 존스홉킨스의 또 다른 얼굴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미국드라마를 많이 본 사람이면 알 것이다. 의료보험 문제는 미국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다. 의료보험 문제로 별의별 사건이 다 일어난다. 미국은 민간의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간의료보험은 일반인이 민간보험회사가 판매하는 상품에 가입하여 질병에 걸릴 경우 보험금으로 진료비를 대납하는 제도이다.

방송은 마이클무어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시코'의 여러 장면들을 통해 미국의료의 또다른 면도 보여줬다. 절단된 손가락을 놓고 의사가 환자에게 가격흥정을 하고, 비싼 의료비 때문에 가정까지 파산한 충격적인 사연들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존스홉킨스의 노민국 교수도 만날 수 없다는 뜻이 아닌가.

오호라 통재라. 아서라. 돈 없는 사람은 더 큰일 난다.

의료의 질 개선 문제가 시스템 구축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제도화하기 위한 비용을 문제 삼아 '민간의료보험'제도 도입의 빌미가 될까봐 두렵다.

제발 다음 방송에서 괜한 걱정이라고 말해주세요. 2부는 29일 목요일 밤 10시 50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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