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의 자랑이라면 청중의 말이 곧 대본이 되는 무계획, 비정형의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적어도 김제동과 제작진은 그것을 자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틀림없다. 물론 그것은 제작진의 자랑이고 <톡투유>를 즐겨보는 시청자가 느끼는 장점은 분명 다를 수 있다. 그것은 다른 데 어디서도 말하지 못할 억울함을 토로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그런 힐링의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제작진이 내세우는 장점과 시청자가 갖는 마음이 고루 잘 어우러진 모습이 도드라진 99회 방송이었다. 어느 때보다 방청객 사연이 많고, 그 사연이 또 무겁기도 했다. 세상이 같은 얼굴이 없는 것처럼 사람들 사는 모습은 모두 제각기일 텐데 이상하게도 많은 이야기들이 비슷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이야기가 이래서 그런가 보다 수긍하면서도 씁쓸하기도 한 기분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그렇지만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특별한 방청객이 있는 것도 분명 <톡투유>의 자랑인 것도 빠트릴 수는 없다. 예컨대 이번 주 방송에서 본 한 가족이야기 같은 경우다. 이 부부는 모두 초등학교 선생님이고, 올 한 해를 통째로 휴직을 하고, 아이들 셋까지도 휴학을 시켰다고 했다. 그리고는 캠핑카를 몰고 전 세계를 돌며 독도와 위안부 희생자에 대한 진실을 알리는 캠페인을 나선다는 것이다.

놀라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부가 모두 휴직을 한 것도 모자라 대출을 받아 떠나는 세계여행이다. 그것만도 대단한 일이지만 아이 셋을 휴학을 시킨다는 것이 더 놀라운 대목이다. 하루에 몇 개씩 학원을 보내는 도시 부모들이라면 동의 못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마도 무책임하다고 화를 낼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참 신기한 일은 그 부부의 이야기가 끝나자 연결된 다음 방청객의 존재였다. 그들은 4명의 인디밴드로 <톡투유> 무대에 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김제동은 즉석에서 그들에게 노래를 청했는데, 그 노래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헌정한 노래였다. 마치 누가 짠 것처럼 이어졌지만 정말 우연이라는 것이 <톡투유>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그리고 이번 주에 벌어진 또 하나의 우연은 안타깝게도 너무도 무겁고 너무도 밀접한 우리 현실의 이야기들이었다. 모두 비정규직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고, 세상 어디에도 하소연할 길이 없다는 공통점도 있었다. 그런데 그들 방청객들이 똑같이 <톡투유>라면, 김제동이라면,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차마 해결은 못해주어도 함께 울어주고 차지게 욕이라도 해줄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방송을 찾았다는 것이다.

1년 계약을 하면 퇴직금을 줘야 하고, 그것이 두 번 이어지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하기 때문에 11개월 계약한 한 초등학교 강사, 노동자로서 인정받지 못한 중개업체와 계약을 해서 임금이 체불되고 결국 떼먹히게 된 학원강사의 이야기가 또 이어졌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던 김제동은 “이런 얘기 지금 여기서밖에 할 곳이 없다는 게 화가 난다”고 했다.

그런데 청년실업이 심해 포기해야 할 것들이 N개인 이 시대라면 더 많은 청년들이 비슷한 경험을 안고 그 억울함과 분노를 그저 억누르고 살아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물론 인간의 세상은 한번도 완벽하게 정의로웠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어떤 악인에 의해 누군가는 피해를 입기 마련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그러나 문제는 그 억울함을 왜 고작 방송에 와서야 털어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연을 토로했던 방청객을 다시 마이크를 잡고 새로운 권력에 간절한 부탁을 전했다. “더 이상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말이다. 그리고 하나를 덧붙이면 이런 이야기 굳이 방송에까지 나와서 말하며 사람들이 울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주 <톡투유>는 그나마 게스트로 김영철이 나와서 특유의 쉬지 않는 깐족 토크로 웃음도 많이 주었지만 전반적으로 무거운 사연들이 많았다. 대통령도 탄핵되고, 세월호도 3년 만에 인양됐으니 이제 진짜 이 무거운 민생을 좀 덜어줘야 할 때라는 아젠다를 대선후보들에게 전하는 것만 같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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