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tvN은 부진하다. 아니 어쩌면 나영석이 그렇다고 해야 할지 모른다. 그도 그럴 것이 N요일이라고 부를 정도로 주말 즈음의 예능, 드라마를 완전히 장악했던 tvN이 요즘은 아예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프로그램 자체만의 문제는 아니다. 광장의 시기에 tvN의 순수(?) 오락 지향은 아무래도 다소 꺼려졌던 것도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아직도 정치의 계절은 진행형이지만 그런 와중에도 대중에게는 여전히 즐거움의 돌파구 혹은 쉼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다시 예능 채널 tvN의 시간은 찾아올 것이다. 그런 것까지 다 생각하지 않았을 나영석이 아닐 것도 또한 분명하다. 늘 그렇듯이 이번에도 나영석은 또 한 번 캐스팅의 힘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이미 떠들썩하게 알려진 배우 정유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더 놀라운 사실은 윤여정이었다. 물론 돌려막기에 식상하고 지루해져버린 예능판에 배우 정유미의 전격 출연은 분명 신선하고 상큼한 일이다. 그 이유 때문에 새 예능 <윤식당>을 보려고 하는 이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잘 뜯어보면 이 프로그램의 이름이 <윤식당>인 것인 이유를 알게 된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우선 정유미가 출연을 결심한 결정적 이유가 바로 윤여정을 가까이서 보려고 했다고 하지 않았는가. 물론 싹싹한 후배의 립서비스가 상당히 가미된 말이겠지만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것은 참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겠는가. 어딜 가도 환영받고 대우받을 젊고 아름다운 여배우가 굳이 보조가 되겠다는 의욕.

그리고 이 예능의 진짜 주인공이자 핵심이 윤여정이라고 보는 데는 또 다른 이유들이 있다. 이 예능을 보는 또 다른 시선이 있다. 굳이 인도네시아 발리까지 가서 그다지 현실감도 없는 식당을 하냐는 비판적인 시각이다. 물론 충분히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러나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하며 이 <윤식당>은 어쩌면 꽃보다 할배 혹은 누나 시리즈의 궁극의 결정판이라고 볼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도시를 떠나 귀농, 귀촌을 꿈꾼다.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말 그대로 꿈인 채로 머물기 마련이다. 그래도 괜찮다. 꿈은 꿈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인 로맨티스트라면 바로 <윤식당> 같은 더 꿈같은 꿈을 꾸게 된다. 예고에 살짝 비친 신구 할배가 “은퇴 후에 이런 삶도 괜찮겠어”라고 한 것이 그 힌트다. 특히 <카모메 식당> 류의 영화에 반한 사람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tvN 새 예능프로그램 <윤식당>

우리는 어릴 적부터 4계절이 뚜렷할 우리나라 계절을 자랑으로 배웠지만 사실 낙원의 배경은 적도 부근인 모순을 접하게 된다. <윤식당>처럼 일 년 내내 따뜻한 곳에서 손님이 몇 명이 오든 압박받지 않는 식당 하나 열어놓고 지루할 정도로 느긋한 삶을 사는 것은 로맨티스트라면 충분히 가슴 속에 담고 있을 꿈 혹은 갈망일 것이다.

그래서 꽃보다 할배에 이어서 이번 <윤식당> 역시도 실버예능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제는 tvN 공무원이 된 이서진이 다소 식상한 맛이 없지 않더라도 <윤식당>에 꼭 필요한 인재라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다. 나영석의 페르소나를 넘어서 나영석의 실버예능의 완성을 위한 상징이 된 것 같다. 게다가 어쨌든 어르신 모시는 것 하나는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라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다.

그래서 정유미의 상큼한 미소에 심쿵한 순간들이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이 예능은 마치 꿈처럼 흘러갔다. 보고 듣는 모든 것들이 다 미래의 내 모습일 것 같은, 꼭 그랬으면 좋을 것만 같은 달콤한 몽환에 빠져들게 한다. 또한 할 수만 있다면 발리 <윤식당>에 굳이 가서 윤여정의 불고기덮밥을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을 지경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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