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7일 노조원 6명에 대한 징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 서울중앙지방법원 562호 법정, 지난해 10월 YTN이 ‘구본홍 반대 투쟁’ 등을 이유로 노종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6명을 해고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징계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판사의 주문이 법정에 울리자, 굳은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노종면 지부장의 얼굴에 그제야 웃음이 돌기 시작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법정 안을 가득 메운 노조원들도 서로를 향해 웃기 시작했다. 대다수가 얼굴에 웃음을 띠며 환하게 웃었지만 그들의 눈은 어느 순간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빨갛게 변해 있었다. 지난 1년 사이에 벌어졌던 ‘상식 밖의 일’ 가운데 느꼈던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듯 말을 잇지 못하는 이도 있었다. 법정 밖으로 나온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은 노종면 지부장을 안고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해직 통보를 받은 지 1년 만에 나온 이번 판결에 대해 YTN노조와 언론노조, 언론시민사회단체, 민주당을 비롯한 야4당, 네티즌들은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오직 YTN만이 이번 판결에 ‘유감’을 표했다. YTN은 나아가 “이들의 행위는 엄중하게 심판받아야 한다”고도 했다.

▲ 13일 오전 노종면 지부장이 기자들을 향해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YTN노조
다음은 판결 직후 나온 YTN의 입장 전문이다.

“법원의 판결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지난 1년 이상동안 해고자들은 각종 불법행위와 사규를 위반한 행위를 저질러 회사의 기강을 무너뜨리고 회사를 극심한 혼돈에 빠뜨리면서 회사의 생존과 이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더구나 이들은 회사의 징계와는 별도로 형사기소 돼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행위의 불법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다. 회사는 회사의 존립자체를 위태롭게 했던 이들의 행위는 엄중하게 심판받아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회사는 조만간 회사의 입장을 정리해 이후의 상황에 대응할 방침이다.”

평소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YTN은 이번 법원 판결에 불복, 조만간 회사 입장을 정리해 항소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는 지난 4월1일, 노종면 지부장 구속적부심을 앞두고 노사가 맺은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YTN과 YTN노조가 당시 ‘상호 신뢰와 협력의 정신을 바탕으로 합의’한 합의서를 보면 “2008년 10월에 발생된 해고자들에 대해서는 법원의 결정에 따르기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 합의서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다.

YTN은 또 ‘해고 무효’라는 이번 판결은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노조원 4명이 벌금형을 선고받은 형사 1심 판결 결과에 대해서는 강조하고 나서는 등 법원 판결에 대한 다른 잣대를 보이고 있다.

앞서 지난 9월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유영현 판사는 구본홍 YTN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출근을 저지했다는 이유로 업무방해, 주거침입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노종면 지부장 등 노조원 4명에 대한 1심 판결에서 4명 모두에게 각각 벌금형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노 지부장 등의 출근 저지나 퇴거불응은 사용자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했으므로 위법하다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볼 수 있다”면서도 “방송의 공정성을 위해 이 같은 사건을 일으켰고, 별다른 전과가 없으며, 회사가 고소를 취하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힌 YTN은 최근 형사 1심 판결에 대해서는 “(해직자들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음으로써 행위의 불법성이 이미 입증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법원 판결에 대해 다른 잣대를 보이고 있는 YTN의 이같은 태도는, 안타깝게도 정당성이 보이지 않는다.

▲ 지난해 10월6일 YTN으로부터 해직 통보를 받은 해직자들 ⓒYTN노조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YTN과 만만치 않는 노조의 질긴 싸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YTN노조는 “해고 무효 판결을 계기로 ‘새로운 시작’을 선언하고 새로운 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혀, 회사 쪽과의 갈등은 불가피 해 보인다. 노조는 지난주 시작된 임금협약 체결과 단체교섭 갱신을 위한 노사 교섭에서 회사 쪽의 부당한 경영을 견제하는 성과를 도출하는 동시에 노조 집행부를 정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YTN이 법원 판결에 대해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YTN내부 뿐 아니라 언론·시민사회단체 등에서도 비판이 높다. YTN이 이번 판결에 항소한다면 대법원까지 최소 2~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상식에서 시작한 YTN노조의 투쟁 또한 그만큼 길어질 수밖에 없다.

배석규 사장은 지난달 12일 밝힌 취임 인사말에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노사문제도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생각”이라며 “노조를 결코 적대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깊은 상처로 얼룩진 우리의 노사관계는 모두의 아픔이고 불행”이라며 “노사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함께 상생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 조속히 오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힌 바 있다.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현안인 노사문제’를 합리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가장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깊은 상처로 얼룩진 YTN노사 관계는 YTN내부의 아픔이고 불행일 뿐 아니라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언론인들에게도 아픔이자 불행이다. 항소 여부는 YTN이 판단할 몫이지만 분명한 것은 항소로 인한 비판 또한 YTN이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점이다. YTN의 문제는 더 이상 사내 문제가 아니기에 여러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사안이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다음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시민사회단체에서 낸 성명 제목들이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요구한다> 민주당
<법원, 이명박식 언론통제에 ‘유죄’선고 … YTN 해고자 6명 즉각 복직해야> 진보신당
<YTN 노조의 값진 승리를 축하한다> 민주노동당
<YTN기자 6명 해고 무효 판결 ‘환영’> 창조한국당
<낙하산 저지는 정당, YTN은 법원 판결을 즉각 수용하라!> 한국PD연합회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을 막기위한 언론인들의 투쟁은 정당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은 해고 기자들을 즉각 복직시켜라!> 방송기자연합회
<YTN은 6명의 해고자를 즉각 복직시켜라> 미디어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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