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시작되었다. 야구를 기다렸던 수많은 팬들에게는 이제 본격적인 야구 계절이 돌아왔음을 만끽할 수 있는 날들이 될 듯하다. 시범경기의 승패는 의미가 없다. 겨우내 훈련을 해왔던 선수들이 시즌에 맞춰 경기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스토브리그 최고의 존재감 한승혁, 시범경기 첫 등판에 157km 찍었다

한승혁은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화제였다. 하지만 프로 데뷔 후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다. 팬들과 구단의 바람처럼 그가 성장했다면 이미 한승혁은 대한민국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어야 했다. 배구 스타인 아버지의 유전자를 타고난 한승혁이 올 시즌 폭풍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시범 경기에선 새롭게 영입된 선수들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다. 삼성에서 기아로 이적한 최형우와 새로운 외국인 선수 팻 딘과 버나디나가 과연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에 대한 기대였다. 최형우는 국내 최고 타자라는 점에서 그의 실력 점검은 무의미하다. 최형우가 얼마나 빨리 기아에 적응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었다.

팻 딘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팻 딘과 버나디나에 대한 관심은 컸다. 기아 팬들이 무척이나 사랑했던 필을 대신한 버나디나가 과연 그 그리움을 잠재울 수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나디나의 시범경기 첫 경기는 아쉬움이 컸다.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투수인 두산의 니퍼트를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연속 삼진으로 물러나야 했다.

시범경기이지만 한국프로야구 첫 경기에 나선 팻 딘은 의외로 좋았다. 메이저 경험이 그리 많지 않은 투수라는 점에서 우려도 있었지만 구속보다는 제구력에 승부를 거는 투수답게 좋은 모습을 보였다. 물론 홈런을 맞으며 2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일 뿐이다. 니퍼트도 홈런을 내주었으니 말이다.

팻 딘은 3이닝 동안 52개의 투구수로 1피안타, 1피홈런, 4탈삼진, 2사사구, 2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팻 딘이 첫 투구에서 스트라이크 존을 잘 찾지 못하는지 볼넷을 2개나 내준 것은 아쉬웠다. 워낙 제구력이 좋은 투수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직 하나 내준 안타가 홈런이었다는 점에서 쉽게 공략 당하지 않는 투수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은 명확했다.

최형우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기아팬들은 충분히 만족했을 듯하다. 니퍼트를 상대로 완벽한 스윙으로 첫 타석부터 대형 홈런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WBC에 제대로 출전도 할 수 없었던 최형우는 마치 아쉬움을 토로하듯 니퍼트에게 홈런을 빼내며 100억 사나이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KIA 타이거즈 한승혁 (연합뉴스 자료사진)

최형우에 이어 이번 경기에서는 세 개의 홈런이 나왔다. 6회 나지완과 김주형이 각각 홈런을 쳐내며 존재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두 선수 모두 올 시즌이 기대되는 선수들이다. 나지완은 긴 부진을 씻고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FA 계약 후 첫 시즌이라는 점에서 중요했다.

김주형은 만년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야 한다. 지난 시즌 그 가능성을 보였고, 올 시즌에는 진정한 주전으로 자리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김주형을 위해 필까지 재계약 포기를 한 기아로서는 그의 성장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 중요했다. 그리고 이번 경기에서 충분히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7개의 안타가 나오며 7득점을 한 기아는 타선에서 큰 문제가 나오지 않았다. 물론 시범 경기에서 아무리 좋아도 실제 경기에서 타격감이 떨어지는 경우들도 많다. 그런 점에서 한 경기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다. 다만 이런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클 수밖에 없다.

기아팬들이 가장 크게 환호한 것은 3개의 홈런보다는 마지막 이닝에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었다. 기아에게 불펜 마운드는 언제나 고민이었다. 선동렬이 마무리를 하던 시절 타이거즈는 무적이었다. 하지만 이후 기아의 고민은 마무리였다.

임창용이 올 시즌에도 마무리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인다. 임창용이 마무리 역할을 한다고 해도 그가 언제까지 기아의 마운드를 지킬 수 있을지 알 수가 없다. 그런 점에서 차기 마무리가 중요한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희망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한승혁이었다. 겨울 내내 이어진 훈련 과정 기아 벤치에서 가장 큰 호평을 들었던 이가 바로 한승혁이었다.

감독상까지 받은 한승혁에 대한 기대치는 그렇게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받고 마운드에 선 한승혁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한승혁은 첫 경기에 나서 변화구 사용하지 않고 오직 직구로만 승부를 벌였다. 첫 상대인 이성곤을 3구3진으로 돌려 세웠다.

KIA 타이거즈에 입단한 '거포' 최형우가 1월 18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KIA 유니폼을 입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9회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은 무시무시한 구속을 자랑했다. 최고구속 157km까지 나온 한승혁의 공은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동안 한승혁은 강속구를 던질 수는 있지만 제구력이 문제였던 투수였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 그가 보여준 변화는 반갑기만 했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져서 반가웠다기보다 그가 빠른 공으로 제구 역시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남은 두 타자 모두 제대로 공을 쳐내지 못하고 2루 땅볼과 1루 뜬공으로 물러나는 과정에서 한승혁의 힘은 강력하게 다가왔다. 아직 한 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너무 과하게 평가할 이유는 없지만, 지난 스프링캠프의 결과가 시범경기까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웠다.

기아는 김기태 감독 취임 후 변화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이 급성장을 하고 있고, 그렇게 성장한 그들이 이제는 주전을 위협하는 수준이 되었다. 이들은 숙명적으로 자신들의 우상인 대선배들을 넘어서야 한다. 그런 경쟁 속에서 팀은 강해진다. 그 과정을 기아는 경험하고 있고, 그 절대치가 바로 올 시즌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기아의 2017 시즌은 충분히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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