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0일 KBS <얼렁뚱땅 흥신소>의 한장면이다.

울 준비가 되어있었다. 20일 방송 번외편에 '잊혀진 사람들'이라는 제목이 뜨고 김재범(19세 남)이라는 자막이 크게 나올때부터 사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랬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역시 뭔가 달라도 달랐다. 현실세계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희망을 부여한 것처럼, 드라마 안에 나오는 단역들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번외편은 한편의 공익광고를 보는듯 전개됐다. 우리는 챔피언이 어쩌고하는 가사가 흘러나왔고, 중국관 배달원 역을 맡았던 김재범 이후 그동안 드라마에 나왔던 모든 연기자들이 한 화면에 나왔다.

그렇게 1회부터 14회까지 방송의 추억도 곱씹고, 끝까지 그들의 보물찾기를 응원하리라 다짐하다 웃음이 터졌다.

"그들을 억지로 기억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서 이 이야기에 참견하기에는 너무 바쁠 뿐입니다."

이런 천연덕스러운 자막을 날리고 끝나버렸다. 그리하여 너무 웃겨서 한번더 울어야했다.

<얼렁뚱땅 흥신소>는 줄거리만 들어보면 로또방송 같은 드라마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버린 성인들이 황금사냥에 나섰다. 기존 드라마라면 황금을 찾다가 사랑에 빠져도 벌써 빠져야하지만, 고작해야 무열(이민기 분)이 은재(이은성 분) 좋아하는 정도다.

설령 황금을 찾지 못한다고 해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할 이유도 없다. 주인공 네명 모두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사람들이다. 은재가 부자이기는 하나 굳이 황금을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잘산다. 황금찾는데 쓴 돈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병에 걸린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모의 원한을 풀어줘야 되는 것도 아니다. 그냥 황금에 얽힌 비밀이 궁금해서 찾는 게 더 맞다.

대신 <얼렁뚱땅 흥신소>는 어른이 된 후 다시 겪는 성장통과 치유에 더 관심을 보인다.

이런 식이다. 용수는 어릴때 실종 된 형 때문에 가슴에 큰 상처를 안고 살았다. 그러다가 결국 형의 시체를 확인하게 됐다.

익숙한 방식이라면 이렇게 연출되어야 했다. 용수가 5분쯤 오열하고 그에 걸맞는 음악이 깔리고 카메라가 그의 주변을 뱅뱅 돌아도 괜찮았다.

하지만 카메라는 용수의 고통을 끝까지 헤집지 않았다. 파르르 떨며 눈물을 삼키는 것으로 마지막 화면을 대신했다. 어쩌면 그것은 자신도 아파본 사람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예의가 아닐까.

이 장면에서 곁에 있던 희경(예지원 분)은 "혹시 울고 싶은거면 자리를 피해줄게"라고 말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를 치유하고 있는 셈이다.

끝까지 유머를 잃지 않는 것도 <얼렁뚱땅 흥신소>만의 힘이다. 연기하는 연기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예지원이 돋보인다. 코믹적인 캐릭터로 웃기는 방식이라기 보다,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터지는 웃을수 밖에 없는 상황들을 잘 담아냈다.

배경음악이나 음향에도 세심함이 드러난다. 10회가 넘어가면 드라마의 완성도가 뚝 떨어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던 지라 신기하기까지 하다. 제작진도 분명 이 보물찾기 놀이를 즐기고 있어보인다.

주인공들만큼이나 오지랖 넓은 팬들은 시청률 걱정에 마음 편할날이 없다. 하지만 괜찮다. 그런 걱정은 담당 CP에게 맡기고 일주일에 두시간이라도 이기적으로 살아보자. 우리도 다섯번째 보물찾기 대원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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