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표팀이 홈에서 이스라엘에 이어 네덜란드에도 완패를 당하며 WBC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경우의 수가 있기는 하지만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국 대표팀은 2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하게 되었다. 이렇게 되니 자연스럽게 WBC 무용론이 고개들 든다.

태극마크가 부담스러운 선수들, 목표가 없다?

지난 대회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던 한국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도 동일한 점수로 패배했다.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터지지 않던 타선은 네덜란드와 경기에서도 무기력함을 그대로 이어갔다.

대한민국 야구의 현실은 처참하다. 7점을 실점하는 동안 득점 1점이 전부인 한국 대표팀의 전력은 생각보다 더 약했다.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하고, 타선에선 병살타를 양산하는 상황에서 경기를 지배할 수는 없었다.

7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한민국과 네덜란드의 경기. 5-0으로 패한 대한민국 선수들이 아쉬운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대표에 선발된 프로야구 선수들은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 연봉을 받는 특급 선수들이다. 메이저리그 진출한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했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졸전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고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에게 태극기 자체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병역 면제를 목적으로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WBC는 왜 해야 하는지 모르는 기이한 대회가 되어 버렸다. 여기에 WBC 외에도 야구 대회가 추가되며 그 모호성은 더욱 크게 다가오게 만들고 있다. 대표 선발과 관련해서도 항상 선발되는 노장들을 중용하는 풍토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기도 어렵다.

최강이라 불리는 타선은 최악으로 전락했다. 김태균은 네덜란드 전에서도 안타 하나 만들어내지 못했다. 100억 사나이가 된 최형우는 왜 대표에 선발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김인식 감독의 구상에 최형우가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최형우의 타격감이 떨어졌다지만 현장에서 보지 않았다면 쉽게 알 수는 없다. 승패와 상관이 없는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모습은 100억 선수에 대한 조롱처럼 다가오는 대목이다.

경기 내용은 서술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별한 것이 없다. 선수 선발 과정부터 논란이 컸던 한국 대표팀은 결국 그 모든 것들이 경기를 통해 드러났다. 활용도 할 수 없는 이대은 카드는 아쉽다. 선발 투수가 부족하다고 했지만 류제국보다 이대은을 선택한 이유는 증명이 안 되었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개막을 하루 앞둔 5일 오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WBC 한국대표팀의 주력 타자인 김태균(왼쪽), 이대호, 최형우 등이 훈련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바 롯데와 재계약이 불발되고 4주간의 군사 훈련을 받는 등 제대로 훈련을 할 수 없었던 이대은을 선발한 코칭스태프의 아집은 결국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최정이나 구자욱 등 뛰어난 선수들도 선발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난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메이저 선수들을 선발하지 못한 것만이 아니라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 분석과 선발 과정, 그리고 경기 과정에서 선수 교체 역시 엇박자를 내면서 지배력을 잃고 말았다. 꼭 잡아야만 했던 이스라엘을 이기지 못했고, 그렇게 최강 팀이라는 네덜란드와의 경기는 시작부터 밀리며 한 번도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았다.

대만과의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이길지도 알 수 없다. 마지막 경기가 될 대만과의 경기에서 자존심을 걸고 이기려고 노력할 것이다. WBC가 폐지되지 않고 다음 대회에도 한국이 출전을 한다면 예선 라운드 경기를 치르고 본선에 올라서야 하기 때문이다.

병역 이외의 동기 부여가 존재할 수 있을까? 경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동기 부여가 절실하지만 현실적으로 거액을 받는 이들에게 동기가 될 만한 것은 없다. 한국 대표팀의 절실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기 어려워졌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과 이스라엘의 개막전이 열리는 6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김인식 감독이 잠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WBC는 그저 WBC일 뿐이기도 하다. 이번 경기 결과로 한국 리그가 폄하될 이유는 없다. 미국과 일본에 이어 가장 많은 팀을 가진 탄탄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부정당할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들에 대한 과대 포장 논란을 빗겨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랑받고 있는 프로 스포츠라는 점에서 이런 비난은 감수해야 할 듯하다.

WBC는 이제 시작이지만 대한민국 대표팀은 끝났다. 이제 각 소속팀으로 돌아가 시즌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대만과의 마지막 한 경기만 남겨두고 있지만, 그 어떤 기대치도 존재하지 않는 WBC는 자연스럽게 왜 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다가온다.

메이저리그에서도 WBC 무용론은 오래 전부터 나왔었다. 야구 세계화를 위해 만든 대회이지만 정작 가장 큰 시장을 가진 메이저리그와 선수들이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에서 WBC는 무엇을 위한 대회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한다. 굳이 WBC를 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려워지고 있으니 말이다.

무기력하고 허무하기까지 했던 한국 대표팀의 이번 경기는 처참했다. 과연 이게 한국 대표팀의 진짜 전력인지 의아한 생각이 들 정도로 대표팀의 경기력은 초라했다. 향후 대표 선발과 관련해서는 다양한 기준이 필요해 보인다. 보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가 오히려 대표팀으로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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