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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소설"이라는 또 하나의 탄핵 사유대면조사 청와대 압수수색 거부해놓고… 기득권 전체에 의구심 커져
김민하 기자 | 승인 2017.03.07 10:53

박영수 특검이 직접 지금까지 제기된 모든 국정농단 관련 사건의 몸통이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내용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으나 풍경은 달라진 게 없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은 여전히 특검의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수사결과는 소설이고 곧 무너질 ‘사상누각’에 불과하다고까지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고 형식적으로 박영수 특검을 임명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다.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며 특검 조사에는 응하겠다고 했다가 이를 걷어 차버린 것도 박근혜 대통령이다. 박영수 특검은 국민에게 수사를 절반 밖에 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하고 있다. 수사가 절반 밖에 되지 않은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측의 항변을 보면 과연 이걸 대한민국 최대의 권력을 움켜 쥐고 있는 ‘제왕적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인가 의문이다. 아무런 권력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법률적 방어권을 최대한으로 행사하기 위해 내세우는 논리라면 최소한의 이해는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직무가 정지되기 직전까지 수사기관과 정보기관, 군을 통솔하고 움직일 수 있는 권력자였다.

국민의 대다수는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가 과연 정지된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고 있다. SBS가 단독보도한 국정원의 헌법재판소 사찰 의혹과 같은 것들이 그렇다. 만일 국정원이 헌법재판소의 동정을 사찰했다면 이는 결국 박근혜 대통령에게 법률적 이득을 주는 걸 목표로 했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정보기관이 국내정치 문제에 이런 식으로 개입하는 것 자체도 문제지만,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이렇게 움직였다면 그것 또한 큰 문제이다.

국민들이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 의혹을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일 이정미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했다.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대통령 몫인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후임을 임명하는 것보다는 대법원장 몫인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하는 게 정치적 논란이 적은 건 사실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여전히 9명을 채우지 못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위헌이라는 주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박근혜 대통령 측은 대법원장이 이정미 재판관의 후임을 지명할 경우 변론을 더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은 바 있다. 6일 경향신문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대법원 개혁을 요구하는 법원 내 학회에 압력을 가하고 판사들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걸 사실상 묵인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의문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불신을 말하자면 ‘500만 애국시민’을 자처하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에 대한 의혹의 눈길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여러 언론은 청와대가 극우단체의 집회를 기획하고 전경련을 통해 재정을 지원한 의혹을 제기해왔다. 특검팀은 허현준 청와대 정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작년 1월부터 최근까지 주옥순 엄마부대봉사단 대표 등과 전화통화, 휴대전화 및 SNS서비스 등을 통한 접촉을 유지해왔다고 밝혔다. 형식논리적으로 본다면 현재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핵심 세력들과 청와대가 어떤 형태로든 연결고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다.

상황이 이러니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한국 사회는 최악의 트라우마에서 당분간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점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늘어만 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이 노골적으로 “아스팔트가 피에 물들 것”이란 발언을 내놓고 박사모 회장은 “살만큼 살았다”며 극단적 선택을 예고한다. 이런 박사모가 지난 2일 청와대로 보낸 생일 축하 편지에 박근혜 대통령은 “진심으로 고맙고 큰 힘이 된다”는 감사인사를 전했다.

이 모든 혼란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서 빚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성실히 받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전적으로 따르겠다고 말했으면 애초에 불거질 리 없는 문제들이다. 나라의 미래를 ‘몽니’에 가까운 본인의 주장에 저당 잡히도록 만들었다는 것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또 하나의 탄핵사유일 뿐이다.

내외에서 위기론이 불거지는 판국에 기득권 전체가 이런 무책임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충격이다. 자유한국당의 대선 후보를 자처하는 인물들은 연일 ‘태극기 집회’ 등에 참여하며 언론 등을 통해 탄핵 기각 또는 각하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들을 내놓고 있다. 이들의 이런 주장은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반발이 격해지는 도화선으로 작동할 것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다수’에 속한다는 믿음이 강해질수록 이에 역행하는 현상은 부당한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6일 오후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의 탄핵무효 방송차가 빨간 신호등이 켜진 청와대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무게감 있는 인물들이 이러니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조선일보 등 보수언론의 논조도 춤을 춘다. 최근 보수언론은 국정농단 사태나 ‘태극기 집회’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야권을 겨냥한 강한 비판을 내놓고 있다. 북한이 5일 탄도미사일 4발을 발사 성공 시킨 것에 대한 문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조선일보는 7일 사설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ICBM을 비롯한 핵무장에 대해 경계를 표하면서 “집권이 유력하다는 야권 주자들은 아직도 햇볕정책이라는 동화 같은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북한은 햇볕론자들을 철저히 이용해서 핵보유국 지위를 노리는 수준까지 왔다. 북핵 6자회담에 참가하면서 비밀리에 농축우라늄 핵개발을 진행하는 식이었다”고도 썼다.

그러나 북한의 핵개발은 ‘햇볕정책’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보수정부 10년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조선일보를 비롯한 보수언론은 이번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도 사드 배치의 명분을 말하지만, 그게 완벽한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이를테면 김정남을 죽인 VX와 같은 화학무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결국 전쟁을 전제한 대책이 아니라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것이 없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후자에 해당하는 모든 정책을 ‘햇볕정책’으로 묶어서 민주정부 책임론을 제기한다.

박근혜 정권이 ‘통일대박론’을 말할 때 조선일보는 ‘통일나눔펀드’를 추진했다. “빨갱이는 죽여도 된다”는 여론이 광장에 나타나고 나서 이런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조선미디어그룹에 속한 TV조선은 미르 K스포츠재단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1등 공신의 역할을 했으나 조선일보는 이제 그 문제제기가 부당하다는 ‘태극기 집회’의 손을 슬쩍 들어주고 있다.

보수언론은 보수정당과 함께 이 사회의 기득권을 누려 온 대표적 집단 중 하나다. 이를 무책임이 아니면 무엇으로 표현하겠는가. 이러니 ‘대청소’, ‘적폐청산’ 등의 구호가 나오는 것이다. 이제 이 난리도 며칠 남지 않았다는 자조가 나오지만, 기득권이 이런 태도로 일관하는 한 사태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느냐보다 더 두려운 게 바로 그런 상황이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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