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바로 대문 앞까지 온 것이 분명한 3월의 두 번째 주말. 봄소식처럼 <아는 형님>을 찾아온 하늘하늘한 여배우 서예지는 분명 적극적이었다. 그것은 대단히 어설펐지만 하루 스케줄을 통째로 비워서 배웠다는 자칭 섹시댄스(남이 보기엔 단지 율동)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물론 어떤 경우도 그런 적극성 없이 예능에서 폭발한 사람이 없기는 하다.

비예능인, 특히 여배우가 예능에서 폭발적으로 관심을 받게 되는 경우는 대부분 파격적인 무엇이 있기 때문이고, 그것은 소위 여배우라는 낡은 틀에 갇힌 이미지를 깨는 경우들이었다. 이번 서예지가 <아는 형님>을 발칵 뒤집어놓은 파격은 바로 욕이었다. 여배우가 욕이라니.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방송을 본 사람은 알겠지만 서예지는 스스로 묵음처리를 했지만 그전까지는 역시나 적극적이고, 실제적인 재연을 했다. 그리고는 급 조신모드로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이어간 것은 매우 적절하고도 영리한 수습이었다.

게다가 실제로는 서예지 본인이 그 욕을 다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내용상 화자는 서예지의 언니인 묘한 설정으로 서예지는 욕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욕을 먹고 있는 피해자(?)가 될 수 있었으니, 정말로 작가가 나서도 더 잘할 수 없는 절묘하고 치밀한 구성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예지의 욕설 아니 그녀의 언니의 욕설이 거북하지 않고 놀랍지만 정겹게 느껴진 것은 소위 진짜 자매가 주고받는 현실상황이 쉽게 연상되기 때문이며, 방송이라는 작위적인 틀을 의식하지 않고 정말 과감하게 그 현실자매의 그야말로 네이티브한 대화를 엿듣는 재미를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덕분에 서예지는 물론이고 지금껏 한번도 대중의 관심을 받아본 적 없는 서예지의 언니가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기이한 현상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정작 서예지 언니 본인이 이런 상황을 당황스럽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서예지가 소개한 일화 속 언니의 성격이라면 쿨하게 욕 한 바가지 동생에게 하고는 지날 것 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보통은 욕을 듣고 기분이 좋아지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때로 욕은 카타르시스가 되고 또 해방감의 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아는 형님>에서 서예지가 보여준 언니와의 과장인 듯 솔직한 대화가 딱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때로는 좀 과하다는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아는 형님>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스스로는 ‘근본 없음’으로 몸을 낮추지만 그보다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실제 대화의 수위를 제어하지 않는 날것의 카타르시스라고 좀 좋게 포장해줄 수도 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아는 형님>

예컨대 여성 출연자들을 향한 김희철의 밑도 끝도 없는 담배 드립이라든가, 막내 민경훈이 강호동을 향해 막 대하는 듯한 모습 등 분명 보기에 따라서는 논란이 되기에 충분한 요소들이 <아는 형님>에서는 오히려 재미로 받아들여졌다는 것이다. 물론 위험했지만 어쨌든 성공했다.

서예지의 성공(?)도 결국엔 <아는 형님>의 날것 코드 속에서 가능했을 수 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니라 그만큼 <아는 형님> 애청자라는 서예지의 분석이 통했을 수도 있고, 다 떠나서 여배우라는 한계를 스스로 깨려 했다는 적극적인 자세와 의도의 승리라고 하면 될 것 같다. 다만 서예지의 너무 눈에 뜨는 활약에 강호동을 힘으로 이기는 등 노력한 오지호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인 아쉬움만 있을 뿐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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