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양유석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관은 문제의 책임에서 비켜섰다. 얼마 전 청와대 방송정보통신비서실의 행정관들이 성접대 파문을 일으킨 것이 아직도 생생한 데, 방송정보통신비서실 발, 250억원에 달하는 기금 조성 의혹이 또 다시 불거져 청와대가 자체 조사에 들어가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관련 행정관을 방송통신위원회로 원대 복귀시키는 것으로 기금 조성 의혹을 묻고 갈 모양이다. 방송정보통신비서실을 진원지로 하는 파문의 파문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책임 소재 규명은 물론 이에 대한 문책은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니,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해도 크게 탓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법과 원칙이 유독 청와대에서만 힘을 쓰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 양유석 비서관
방송정보통신비서실의 행정관 성 접대 파문에서 상관인 양유석 비서관이 책임질 문제는 과연 없었는가? 자신의 부하 직원 성 접대 파문에서 그는 관리 감독의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그러나 그는 책임에서 비켜섰다. 이번 기금 조성 의혹도 마찬가지다.

물론 성 접대 파문과 기금 조성 의혹은 성격을 달리 한다. 두 행정관이 연루된 성 접대 파문은 땅에 떨어진 청와대의 기강해이를 적나라하게 나타냈다. 두 행정관에 대한 징계와 금주령이 내려졌지만 성폭행 혐의, 폭행 혐의는 청와대 주변을 맴돌고 있다. 관리 감독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기 때문일까?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기능직 공무원이 맞선을 본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지난 16일 불구속 입건됐으며 인사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은 한 달 전 술에 취한 상태에서 택시기사와 요금 시비를 벌이다 폭행혐의로 입건된 바 있다.

이번 기금 조성 의혹은 단정하건데 어디까지 일과 관련된 문제다. 일개 행정관이 독단으로 25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기 위해 통사3사의 임원을 청와대로 불러들일 수 있는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상관의 지시, 또는 묵인이 없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하는 게 세상의 상식이다. 일개 행정관의 독단이라고 할지라도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 감독의 책임은 또 다시 남는다.

기금 조성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도 적절치 못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결과 기금납부 압박은 없었지만, 박 행정관이 주재한 회의 자리에서 기금모금 논의가 오가도록 방치한 것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누가 방치한 것일까? 당연하게도 직속상관인 양유석 방송정보통신비서관이 문제를 방치한 책임이 우선적으로 거론돼야 할 것 같다. 그렇지만 청와대는 방치의 문제를 적시하지만 그에 대한 책임을 묻지는 않았다.

양유석 방송정보통신비서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방송통신위원회를 소관 부서로 두는 전체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자리에 있다. 최근 청와대 개편으로 미디어정책이 홍보수석비서실로 이관됐다는 소식이 있지만 여전히 그는 종합편성채널, 미디어렙 등의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책임을 지지 않는 그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저런 미디어, 방송계의 혼란 속에서 누가 그를 대신해 책임을 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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