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은 좀 억울할 수도 있겠다. JTBC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은 그렇게 2월의 마지막에 말을 걸었다. 그런 이유는 다른 달보다 며칠 짧아서가 아니라 미처 정리하지 못한 겨울의 흔적들 때문이다. 계절에도 인격이 있다면 능히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그러나 2월이 끝나면 봄이라는 거의 우격다짐에 가까운 계절감각을 감안한다면, 열두 달 중 아무래도 며칠 줄여야 한다면 역시나 2월이다. 게다가 유난히 절실히 뜨거웠던 광장의 2월, 그 마음을 시험이라도 하듯 유난스레 더 추웠던 올해의 2월. 그런 절실함 때문에라도 더 뜨겁고, 추웠던 우리의 2월. 그 2월이 다 지났다.

그리고 꼭 찾아오는 3월의 첫날, 누군가는 뒤늦게 대문에 입춘부를 붙이는 날이지만 그보다는 삼일절인 날이다. 집집마다 하다못해 마음에 그날처럼 태극기를 들어 마땅한 날이다. 그런데 올해에는 전에 없던 현상이 생겨났다. 언론에서는 이를 ‘태극기 딜레마’라고 불렀다. 짐작할 수 있는 바로 그 이유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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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태극기뿐이겠는가. 정말 아름답고 숭고해야 할 단어들이 그 위엄을 잃어야 했다. 애국, 어버이 심지어 엄마라는 말까지 말이다. 그것도 자유라고 우기기에는 차마 건드려서는 안 될 것들을 훼손했다는 분노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가 2월을 더 빨리 지나길 바랐던 그 이유도 또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어서 세상이 정상과 상식으로 작동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일은 늘 바라는 대로 움직여주지는 않는다. 몇 번의 담화문을 통해 때로 눈물까지 보이며 사과했던 대통령의 그 마음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자유를 위해서 한 번도, 아무 것도 희생해본 적 없는 사람들이 자유를 최대한으로 누리는 것이 불편하지만 민주주의다. 애써 달래보아도, 아무리 그래도 삼일절과 태극기 딜레마라는 현상에는 눈물이 날 지경이다. 이 비정상들을 되돌리기 위해서 또 얼마나 많은 시간과 일들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정상이 되기나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들로 어지러운 것이 또 2월의 일들이었다. 결국 그런 모든 것들도 담아 봉인해야 할 2월의 리스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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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2017년의 2월은 간단치가 않다. 정말 봄이 올 것인지에 대한 두려움과 기대가 공존하는 2017년의 봄.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이 정말 절묘한 것은 이럴 때에 화두처럼 혹은 힌트처럼 뭔가를 툭 던져준다는 것이다. 족집게가 따로 없다.

“2월이 가면 봄이라는데... 분명한 것은 2017년의 믿어지지 않을 그 봄날은 오더라도 저절로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인용한 한 평론가의 의미 깊은 문장. “삶에 희망이 있다는 말은, 앞으로는 좋을 일만 있을 것이라는 뜻이 아니라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짧아 억울할 수도 있는 2월도 똑같이 뉴스거리는 차고 넘쳤다. 똑같은 뉴스를 몇 달째 보는 기분이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시간과 계절은 흐르는 법이고 마침내 그 봄이 되었을 때, 그 봄이 봄인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자유 같은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봄이 저절로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기에, 우리의 지난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에 말이다. 2월도 다 지났고 이제는 봄이 봄 될 일만 남았다는 뜻이기에.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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