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세상의 뉴스는 여전히 차고 넘친다. 보통이라도 그럴 것인데 탄핵의 시대, 그 막바지에 이른 때의 뉴스는 격랑이 되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뿐이다. 그리고 어느 날 새벽, 삼성 이재용 부회장이 마침내 구속되었다. 삼성으로서는 그룹총수가 구속되는 첫 번째 기록이었다.

이로써 대통령을 향한 뇌물죄의 무게는 더욱 더해졌고, 선고를 향해 시계추를 맞춘 탄핵심판의 결과 역시 영향이 없다 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그 전날 밤, JTBC <뉴스룸>은 이런 사실을 모르지 않았다. 매일 그날의 모든 뉴스들을 관통하는 말들을 조합해내는 앵커브리핑은 그 무거운 사실로부터 살짝 비켜났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혼밥의 시대'

일본 만화가 다니구치 지로의 사망 소식을 전했고, 그가 유행시킨 혼밥, 혼술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즘 한국에서도 비로소 혼밥의 유행이 인정받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일본과 한국의 혼밥문화는 많이 다르다. 아니 진정으로 혼밥이 사회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훨씬 더 많다.

대학가 근처 등에서는 ‘혼밥환영’이라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평범한 외곽의 주택가 혹은 아파트 단지 등에서는 여전히 혼밥족은 환영받지 못하는 손님에 불과하다. 자기 돈 내고 먹을 거면서 1인분 되냐고 기가 죽어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나 고기가 그렇다.

그나마 사회 어딘가에서부터 혼밥족을 위한 장소와 메뉴가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을 위안삼아야 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그것이 과연 위안인지도 사실 고민이다.

이미 대가족을 운운하기에는 우리사회도 너무 많은 분화를 겪었다. 1인가구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고용불안, 비혼 증가 등 1인가구 수를 실질적으로 증가시키는 무거운 요인들이 존재한다. 그것이 혼밥유행의 씁쓸한 현실이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고독한 혼밥의 시대'

그렇다면 앵커브리핑은 그런 혼밥 대유행의 구조적 문제가 아닌 측면을 주목했다. 사실 좀 의아했다. 또한 몇 번을 고민해 봐도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앵커브리핑이 보고자 하는 부분, 말하고자 하는 부분 역시 충분한 이유와 가치가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겸상하려 애쓰다가 불편해지느니 차라리 혼자가 편하다”는 말에 담긴 대한민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화를 찾아보려고 했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그런 한편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부동의 점심메뉴 1위 김치찌개를 제친 ‘가정식백반’의 위엄. 가정식백반. 다시 말해서 집밥은 혼밥의 유행과 함께 부상한 단어이기도 하다.

사실 혼밥과 집밥은 모순관계일지 모른다. 집밥은 레시피가 아니라 관계가 핵심이기 때문이다. 앵커브리핑의 표현에 따르면 ‘함께 보듬는’ 의미가 담겨야 또 집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따지자면 혼밥시대에 집밥은 얼마나 요원한 것인가. 게다가 옹기종기 모여 함께 떠먹는 겸상의 따뜻함을 기억하는 이에게 혼밥은 갑자기 얼마나 더 고독해지는 것일까. 아무도 걱정해주지 않는 우리의 쓸쓸한 밥상을 뉴스가 챙기다니. 아무리 앵커브리핑이라도 낯설고 그런데도 왠지 뭉클한 시간이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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