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간의 연휴를 지나는 동안에도 뉴스거리는 전혀 줄지 않았다. 거기에는 <뉴스룸>이 몇 차례 보도한 가짜뉴스도 있었다. 아니 기승을 부렸다. 바로 카톡,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탄핵국면에 대한 거짓선동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가운데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은 다시 80년 전의 한 뉴스를 전달했다. 손석희 앵커가 말했듯이 이 인용은 2015년 11월에 이미 사용했던 것이었다. 당시의 키워드는 ‘총 맞은 것처럼’이었고 1월 31일의 키워드는 ‘그러나 대중은 알고 있다’로 바뀌었을 뿐이다.

1938년 미국에서 실제 벌어진 일. 화성인의 침공을 받아 미군이 전멸했으니 탈출하라는 가상의 드라마 내용을 그대로 믿고 100만 명이 피난을 떠났고, 농부들은 곳간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었던 희대의 해프닝. 물론 지금 이 일화를 듣는 사람들은 당시 사람들을 비웃을 것이다. 어떻게 그런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속을 수가 있느냐고.

2년 전 <뉴스룸>은 이 일화를 국정화 교과서를 꼬집는 데 인용했었다. 2년 지나고 그때와 사뭇 달라진 정치국면에서도 다시 이 인용을 재사용해야 했던 <뉴스룸>의 속사정은 무엇이었을까.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화성인 침공' 그러나…"대중은 알고 있다"

그것은 손석희 앵커의 표현에 따르면 ‘잿빛 의도’ 때문이었다. “선명하게 드러난 국정 농단의 증거들을 흐트러뜨리고,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지연시키고, 종래에는 어떻게든 지금의 국면을 반전시키고 싶은” 그 의도를 그렇게 표현했다.

소셜미디어의 비약적 발전과 보급은 매스미디어의 언론독점을 무너뜨리는 효과를 가져 왔다. 그것은 분명 매스미디어의 여론조작에 맞설 수 있는 소셜미디어의 순기능인 동시에 역기능으로 작용될 수 있다. 소위 가짜뉴스들.

나치의 대중선동가 괴벨스가 한 말이 아직도 유효한 것으로 믿는 사람들의 나름 처절한 반격일 것이다. “거짓말은 처음에는 부정하고 다음은 의심하나 계속하면 나중에는 믿게 된다” 지금 소셜미디어를 파고드는 가짜뉴스들이 기대하는 효과가 바로 괴벨스의 이론일 것이다.

그러나 괴벨스는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을, 또한 지금 잿빛 의도를 강력하게 드러내고 있는 그 누군가는 믿고 싶지 않겠지만, 2016년의 키워드 촛불혁명을 이뤄낸 집단지성의 존재다. 그 집단지성의 강력하고 뜨거운 연대는 알아서 스스로 이슈를 만들고 때로는 걸러내면서 정치권을 오히려 이끌었다. 정치인들이 눈치나 보고 있을 때 광장이 먼저 탄핵을 외쳤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화성인 침공' 그러나…"대중은 알고 있다"

며칠 전 직무정지 중인 대통령은 어디서 듣도 보도 못한 인터넷 방송과 단독 인터뷰를 했다. 질문이 대답인 참 질 낮은 인터뷰 내용은 비판할 의욕조차 주지 못했다. 동시에 국정농단의 핵심인물인 최순실은 특검에 출두하면서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언론을 향해 외치던 것과 비슷한 행동을 했다.

효과는 없었다. 늘 그렇듯이 그들의 말과 행동은 언제나 그들의 바람을 배신해왔던 것처럼 마찬가지의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그들이 하고자 하는 말은, 그들의 원하는 결과는 화성인이 지구를 침공했다는 것이고, 속아달라는 말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시대에 괴벨스가 존재했다면 히틀러 시대와 달리 역사에 이름을 남기지 못했을 시대라는 것을 또한 모르는 것이다. 아니면 알지 못해야 하는 처지일지도.

왜냐하면 지금의 대중은 80년 전과도 다르고, 5년 전과도, 10년 전과도 다르기 때문이다. 분명 욕망이나 향수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 그런 대중을 향해 화성인 침공을 끊임없이 선전하는 누군가의 노력은 그래서 무모하다. 그러므로 착각하지 마라. 지금의 시민은 단순한 대중이 아닌 깨어있는 집단지성이기 때문이다. 잿빛 의도는 이 집단지성을 꺾지 못할 것이다.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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