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끌려 다니던 징벌방에서 정우는 희망을 봤다. 징벌방 나무 바닥에 새겨진 '박봉구'라는 이름은 지수가 자신을 부르던 애칭이었다. 그 이름은 결국 정우가 기억을 되살려 반격에 나서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은혜와 연희의 중요성;
주어가 빠진 지수를 죽였습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격

CCTV 속 남성은 정우였다. 하지만 그 얼굴이 CCTV 속 실제 인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그저 드라마 속 하나의 장치로 다가올 뿐이니 말이다. 지워진 기억 속에 수많은 증거들이 만들어져 정우에게 새겨졌다. 너무나 완벽한 증거들은 결국 그가 범인일 수 없는 이유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에서도 가장 잘나가던 검사 박정우가 다른 것도 아닌 가족 살인범으로 사형 선고를 받았다. 그 사형 선고를 한 인물이 다른 누구도 아닌, 정우의 절친인 강준혁이라는 점에서 그의 범죄 사실은 뒤집을 그 무엇도 찾을 수 없어 보인다. 너무나 견고하게 짜여진 음모의 틀을 정우 혼자 서는 풀어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

문제의 사건이 벌어지기 전 정우는 차민호에 대한 영장 청구를 했다. 모두가 만류하는 상황에서도 재벌가 황태자를 구속하겠다고 나선 정우의 패기. 상사의 만류에도 거침이 없던 정우는 민호와 마주했다. 주민등록증에 보관된 지문을 다시 확인해보면 민호인지 선호인지 확인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명확한 증거 앞에서 민호도 더는 도망칠 수는 없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정우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는 더욱 미친 존재였다. 자신을 잡으러 온 정우 앞에서 민호는 스스로 지문을 지워버렸다. 더는 지문으로 자신을 옥죌 수 없는 상황에서 패기 넘치게 자신이 형 선호가 아닌 민호라고 외친다.

모든 내용을 녹음한 정우는 그렇게 민호의 몰락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를 기자회견장에서도 공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계획은 모두 붕괴되고 말았다. 기자회견을 하는 날 정우는 일가족 살인사건의 범인이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민호 측에서 정우가 더는 무모한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최악의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조작된 사건으로 인해 정우는 몰락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도록 손발이 묶였다. 교도소에 갇힌 후 1심 재판에 나서기 전 정우는 반론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그는 문제의 날 기억을 모두 잃어버렸다. 왜 그런지 아직 알 수는 없지만 누가 했는지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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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을 그려 움직이는 존재는 망나니였던 민호였다. 자신의 쌍둥이 형을 죽이고 스스로 자신과는 180도 다른 선호가 된 민호는 철저하게 모든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은 현재 시점에서는 정우와 형수인 연희다. 두 사람 중 하나는 철저하게 망가트려 놓았고, 다른 한 사람은 옆에서 그를 제압하고 있다.

민호는 은밀한 방에서 형이 되기 위한 모든 것들을 준비하고 노력하고 있다. 망나니로 살았던 자신과 달리, 건실한 사업가였던 형과 비슷하기 위해서는 노력을 할 수밖에는 없다. 그 과정에서 아이러니하게도 민호는 선호의 삶을 갈망하고 실제 그렇게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망나니 같았던 자신을 버리고 진짜 자상하고 투철한 사업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에서 민호는 몰락을 볼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그 흐름이 가장 흥미롭고 효과적인 몰락으로 이어지게 만들 테니 말이다. 처음으로 미친 듯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가짜 삶을 살았던 민호의 몰락은 그렇게 <피고인>의 주제와 맞닿을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중요한 열쇠를 찾고 문을 열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지는 은혜는 조금씩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검찰이 숨기고 있는 현장 조사 영상을 통해 사건이 조작되었음을 확인한다. 이 과정은 단순이 현장 조사만이 아니라 이 사건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단초가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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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인 정우를 기억하는 이유는 과거 변호사와 검사의 악연 때문이다. 이기기 위해 빈 검사 방에서 자료를 훔치다 박 검사에게 뺨을 맞았던 그 기억으로 결국 조작된 현장 조사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비록 정우에 의해 국정변호사 선임계를 받을 수 없었지만 그는 법률 파트너로 거대한 사건을 풀어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다고 생각한 민호에게 의문의 봉투가 전달되었다. 봉투에는 자신과 쌍둥이 형 선호와 함께 찍은 사진이 동봉되어 있었다. 이는 나는 너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는 경고의 의미다.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은 정우와 형수인 연희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민호로서는 황당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의외로 빠르게 이야기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민호가 보다 주도권을 가지고 정우를 몰아붙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3회 정우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서는 모습이 등장했다. 그리고 그를 도울 수밖에 없는 인물들도 명확하게 준비되었다. 징벌방에 갇힌 조폭 신철식은 결국 정우의 가장 강력한 조력자가 될 수밖에 없다.

신철식은 자신이 살기 위해서라도 정우를 도울 수밖에 없다. 두목을 자신이 지시해 죽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정우의 조작 사건을 풀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조폭 두목이 목적이 아니라 민호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검시관을 죽이기 위한 장소에 그가 있었을 뿐이었음은 신철식에게는 중요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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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손톱으로 새긴 '박봉구'라는 단어는 정우를 새롭게 각성시킨 단어였다. 자신의 부인이 애칭으로 부른 그 이름은 결국 정우가 다시 진실을 알아보도록 요구하는 이유가 되었기 때문이다. 친구인 검사 준혁 앞에서 "지수를 죽였습니다"라는 문장 속에도 주어는 없다. 이는 곧 차민호가 자신의 부인을 죽였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어떻게 진실을 풀어낼지가 관건이다.

수세에 몰렸던 정우가 반격에 나섰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잃어버린 기억 그리고 아직 살아있을 어린 딸을 찾기 위해 정우가 할 수 있는 일은 끝이 없다. 우선 자신이 범죄자가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야만 본격적으로 진실 찾기가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법정 공방도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어 보인다.

정우와 민호를 제외하고 주변 캐릭터들이 조금은 아쉬움이 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은혜가 본격적으로 정우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조용하던 연희도 조금씩 민호를 압박하는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것도 다행이다. 보다 입체적인 인물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며 <피고인>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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