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집회가 촛불 두 배라는데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고 박근혜는 보수 논객이 운영하는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외쳤다. 어떤 지표를 통해 규모를 규정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방적인 주장은 이번에도 변하지 않았다. 명절을 앞두고 여론을 호도하겠다는 의지의 근원은 물러날 수 없다는 간절함일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반박 공동체;
반항하는 노예, 법을 초월한 인간의 품격, 공작 정치 가해자가 받는 품격의 근원

박한철 헌재 소장은 오는 3월 13일 이전으로 탄핵심판 기한을 규정했다. 그 날짜를 언급한 것은 자신에 이어 이정미 재판관도 퇴임을 하기 때문이다. 9명의 재판관 중 두 명의 재판관의 임기가 끝나 7명이 판결해야 하는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특검에 황제 소환된 최순실은 작심한 듯 자신은 피해자라고 외쳤다. 특검이 강압 수사를 하고 있다고 고함을 치자, 박근혜는 수구 언론인을 청와대로 불러 인터넷 방송 녹화를 진행했다. 참 재미있는 반박 공동체가 아닐 수 없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 세상이 캄캄하다고 외치는 그들의 고함은 특검 청소 용역 근로자의 "염병하네" 한마디로 정의되었다. 그 이상의 답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날카로운 일갈은 국민이 그들에게 던지는 철퇴이기도 하다. 권력을 등에 업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자들이 '민주주의'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최순실은 포스코 임원 관리를 위해 300명의 사찰 문건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살생부를 가지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자들을 관리해왔다는 증언은 충격이다. 과연 최순실의 비선 개입이 어느 선까지 이어져 있는지 가늠조차 불가능하다.

아직 조사조차 하지 못한 방산 비리와 관련해서도 이미 한겨레 등 언론들이 언급한 적이 있었다. 최순실이 깊숙하게 방산 비리에 개입되어 있다는 주장이 나온 상황에서 이 건에 대한 수사 역시 보다 세밀하게 이어져야 할 것이다. 돈 되는 것은 모두 건드린 것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만큼 탄핵 인용 후에도 이 문제들은 철저하게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포스코 살생부를 흔들었던 최순실. 그 살생부를 만든 것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국정원이 개입한 결과물이라 생각한다는 측근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개인의 사생활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국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연임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취임하는 시점부터 벌어진 살생부 사건 역시 꼭 밝혀내야만 하는 중범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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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분노는 김기춘을 넘어 박근혜까지 이어졌다. 그런 유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퇴임할 때 발언과 다르다는 박근혜의 반박은 무기력하게 다가올 뿐이다. 이 발언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자신도 밝히면 되지만 유 전 장관의 폭로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한 채 모호한 발언만 하는 모습은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관제 데모를 하는 데 전경련이 모금책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그 규모가 30억을 넘는 수준이라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금액의 대부분을 삼성이 지원했다는 사실은 충격이다.

청와대는 관제 데모를 통해 여론 조작을 이끌어왔다. 돈을 이용한 청와대의 범죄는 블랙리스트만이 아니라 관제 데모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 셈이다. 돈을 막아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세력의 활동을 제한하고, 돈을 풀어 자신들을 옹호하는 관제 데모를 이끈 그들은 범죄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런 돈줄을 제공한 자들이 전경련 소속 단체이고, 핵심이 삼성이라는 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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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박수 부대까지 동원해 대통령을 띄우기에 여념이 없는 권력. 그렇게 스스로 권력에 취해 사리분별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권력 집단의 행태가 몰락의 이유가 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대선에 나갈 생각이 '아직은' 없다고 하면서도 매일 대선 행보를 하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과도한 의전 논란도 끝이 없다. 군부대를 찾은 날 황 총리를 위해 체육관에서 있을 훈련병 수료식이 연병장으로 바뀌었다. 논산의 온도는 영하 13도가 넘는 차가운 날씨였다. 황 총리의 의전을 위해 수많은 훈련병들을 차가운 연병장으로 내모는 행위가 과연 정상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의전 좋아하는 권력 지향적인 존재는 국민과 괴리된 정치를 할 수밖에 없음을 국민 모두가 경험으로 배우고 있다.

메르스 사태로 인해 엄청난 고통을 받은 것과 달리, 그 주범인 삼성서울병원은 천만 원 정도만 과징금으로 내면 끝이다. 수천억을 버는 삼성서울병원에게 천만 원은 돈도 아닐 것이다. 메르스 사태를 방치하고 많은 이들이 숨진 이 끔찍한 사건에 대해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상황에서 제 2의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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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작품 '반항하는 노예'를 보고 서경식이 '나의 서양미술 순례'에 적은 글로 시작된 앵커브리핑은 이번에도 특별했다. 일본 유학생 간첩 조작 사건으로 인해 두 형이 감옥에 갇힌 모습을 '반항하는 노예'와 동일하게 본 것이다.

"공교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그는 권위주의 정권이 오랜 세월 가둬두었던 그 반항하는 노예들의 혜택을 받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앞서 언급한 간첩단 사건의 피해자 서준식 씨를 비롯한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인해서 사복을 입은 채로 조사를 받고, 난방이 가능한 구치소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들의 뒤를 이어서 구치소로 들어올 사람이 누구이든. 심지어 가해자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져야 한다는 것. 그것은 공작 정치의 피해자들이 보여준 품격이었습니다"

"유신헌법의 설계자이며 법의 지배자로 불린 누군가는, 그리고 이제와 난데없이 민주주의를 입에 올린 그 누군가는 결코 이해하지 못할 법을 초월한 인간의 품격. 포기하지 않고 반항하는 노예들이 만들어낸, 법 따위는 없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낸 민주주의 품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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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든 조작 사건은 독재 통치의 목적으로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김기춘이 이끈 이 간첩조작사건은 시간이 흘러 모두 간첩이 아닌 무죄로 풀려났지만, 그 잃어버린 시간은 보상이 안 된다. 인권 운동가들의 노력으로 인해 사복을 입고 조사를 받고 난방이 된 구치소에서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공작 정치의 피해자들이 만든 결과다.

독재 정권의 피해자들이 싸워서 만들어낸 최소한의 인권을 가해자들이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하다. 그들에게도 인권은 필요하다는 사실은 명확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도 못하는 자들이 그런 혜택을 받는 것 자체가 씁쓸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아무리 부정해도 잘못은 밝혀지게 되었다. 최순실의 발악과 박근혜의 꼼수 인터뷰로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다. 그저 이제 더는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속에서 마지막으로 관제 데모를 요구하는 계산된 반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반항하는 노예'와 평범한 시민들이 만들어낸 민주주의를 그들이 더는 막을 수 없다는 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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