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규만과 김과장은 캐릭터 차이가 엄청나다. 사실 배우 남궁민에게 아직도 남규만의 이미지가 많이 남아 있다. 그래서 김과장을 보기에 앞서 남규만을 지우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숙제였다. 그것은 남궁민에게나 시청자에게도 똑같이 요구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남궁민의 연기는 식상한 표현이지만 믿고 본다는 그것이었다.

25일 시작된 KBS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의 남궁민은 남규만을 탈탈 털어버린 모습이었다. 사이코패스 남규만에서 군산 조폭의 비밀장부를 관리하면서 삥을 치는 찌질한 김과장으로의 변신에 점수를 적게 줄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곧이어 방영될 SBS의 <사임당, 빛의 일기>와의 경쟁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김과장의 유혹은, 남궁민의 백팔십도 변신은 큰 유혹으로 다가왔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

스팩 빼고는 아니 청렴함 빼고는 천재적인 재능의 남자 김성룡은 자나 깨나 이민 생각뿐이다. 그곳은 바로 덴마크. 국가청렴지수 1위를 자랑하는 나라이다. 이 아이러니는 결국 극적 치환을 위한 복선일 뿐이다. 참고로 2016년 한국의 청렴도는 52위로 역대 가장 낮은 성적표를 받았다. 그러나 이것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까지의 결과라는 점이다.

어쨌든 부패한 나라의 부패한 천재가 꿈꾸는 청렴한 나라로의 이민이라는 모순된 구조 속에서 전개될 이 드라마는 무겁지 않다. 그것이 아쉬울 수도 있고 반가울 수도 있다. 제대로 되면 풍자로 작용되겠지만, 잘못하면 희화로 끝나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흘러갈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그 중심에 선 남궁민에 대해서는 일단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

그런데 그 와중에 시선을 한껏 빼앗은 배우가 있었다. 군산의 김과장과 함께 일하는 유일한 동료 직원 오광숙 역할의 임화영이다. 김과장의 커피를 타주다가 자신도 모르게 "저도 한 잔 마셔도 되죠?”라고 묻는, 전직 다방레지의 직업정신을 아직 다 버리지 못한 인물이다. 콧소리 한껏 품은 애교발성도 역시 그 전직의 영향일 것이다.

그렇지만 다급할 때는 중저음의 거칠 말투로 깡패에게 대드는 일면도 있고, 위기의 순간에서도 김과장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과장님 짱”은 꼭 해야 하는 사차원의 아가씨다. 그런 광숙이지만 성룡은 그녀를 다방에서 스카웃했다. 광숙이 다방레지를 하면서도 야간 여상을 나온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아니 모든 드라마는 주연 캐스팅에 목숨을 건다. 그만큼 스타 마케팅의 위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때로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조연이다. 특히 최소 두 달을 달려야 하는 드라마에서 긴장을 풀어줄 감초 같은 조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응팔에서 라미란의 존재감이 드라마를 훌쩍 키워버린 것처럼 조연이라는 것은 확정적인 것이 아니라 확장적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KBS 2TV 새 수목드라마 <김과장>

임화영은 이 드라마 작가의 전작인 <신의 퀴즈>에 출연한 것이 제작진과의 유일한 인연이다. 그렇지만 큰 역할은 아니어도 드라마와 영화에서 폭넓은 경험을 통해 꾸준히 실력을 키워왔다. 이전까지는 딱히 눈을 끄는 역할이 없었지만 김과장을 김꽈장이라 부르는 광숙이 역할은 분명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남길 것이다. 출연 분량과 상관없이 워낙 캐릭터가 유니크하고, 연기 또한 능청맞게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숙하지만 의리를 지키며 김과장의 우군으로 활약한다고 하니 앞으로 기대를 하게 된다.

이 드라마에는 여자 주인공들로 남상미와 정혜성이 출연한다. 물론 그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다. 그렇지만 첫 회에 보인 광숙이 임화영의 톡톡 튀는 존재감은 그들 못지않은 어쩌면 주연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아직은 많이 낯선 임화영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어떤 변신을 보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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