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형을 죽인 동생과 가정적인 강력계 검사가 가족 살인범이 되어 감옥에 갇힌 상황이 거침없이 이어졌다. 첫 회부터 폭발적인 추진력을 보인 드라마 <피고인>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첫 회 모든 패를 꺼낸 <피고인>은 그래서 걱정도 된다. 변수가 없는 알려진 길을 걸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성vs엄기준;
현실을 이야기하는 드라마의 비현실적인 상황, 자극이 언제까지 통할 수 있을까?

재벌과 검찰 이야기는 흥미롭게 풀어갈 수 있는 소재이다. 현 시점 이런 문제는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드라마 <피고인>은 부패한 재벌 상속자와 강직한 검사의 충돌을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검찰은 살인자 누명을 쓰고 피고인이 되었고, 재벌은 승승장구한다는 초반 설정이다.

재벌 상속자인 차선호와 차민호 쌍둥이 형제와 검사 박정우의 대립관계는 흥미롭게 이어졌다. 조폭을 잡기 위해 홀로 조폭들 속에 들어가 사건을 해결하는 검사는 현실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극화된 존재이다. 현실적이지 않아 더욱 매력적인 박정우라는 캐릭터는 그래서 흥미롭거나 식상하다.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

쌍둥이 형인 선호는 차명그룹 후계자다. 망나니인 쌍둥이 동생 민호와 달리, 선호는 누구에게나 예의 바르고 회사 운영도 잘한다. 술도 마시지 않고 사고를 치지도 않는 보기 드문 재벌 후계자다. 그와 달리, 민호는 외모는 똑같지만 하는 행동은 전혀 다르다.

술에 찌들어 살고 여자를 탐하고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일상인 민호는 차명그룹에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민호가 또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 술집에서 만난 여자를 별장으로 데려가 잔인하게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생사를 오가는 그 여성으로 인해 민호는 살인자가 될 상황에 처했다.

반성을 모르는 민호는 거대한 돈의 힘이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 확신했다. 하지만 상황은 자신의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심문했던 검사 박정우가 너무 치밀하고 강력하게 수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별장 뒤 호수에서 폭행하고 버린 골프채를 찾아낸 박 검사로 인해 민호는 이제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었다.

박정우는 타협할 줄 모르는 강직한 검사다. 대형 로펌에서 엄청난 제안을 해와도 꿈쩍 하지 않는다. 돈을 탐하지 않는 검사는 가진 자들에게는 힘들다. 정우를 강직한 검사로 만들어준 것은 부인이다. 돈보다는 검찰로서 사회 정의를 바로잡는 남편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부인으로 인해 박 검사는 다른 고민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

조폭들의 세력 다툼 과정에서 생긴 살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혈혈단신 조폭들 사이에 들어가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박 검사는 정의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는 존재다. 이런 강직한 모습은 결과적으로 그가 죄수복을 입는 상황을 극대화하게 한다.

모든 것이 완벽했던 박 검사는 딸 생일날에도 특별한 일 없이 행복했다. 비록 딸아이를 자주 볼 수 없는 것이 단점이지만 누구보다 '딸 바보'인 정우는 그런 가족과 함께한다는 사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었다. 다음 날 회의를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든 정우가 눈을 뜬 곳은 감옥이었다.

죄수복을 입고 살인죄로 3개월 동안 감옥에 갇혀 있는 정우지만 기억을 하지 못한다. 검찰 조사도 받고 살인죄로 감옥까지 온 정우는 아무런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왜 자신이 가족을 살해했는지 알 수가 없다. 모든 기억이 단절된 상황에서 그 기억을 찾는 과정이 곧 <피고인>의 핵심이다.

쌍둥이 동생을 자수시키기 위해 찾은 형은 오히려 동생에게 공격을 당하고 만다. 평생 자신과 달랐던 형. 그렇게 위기에 빠진 동생은 형을 자살로 몰아 살해했다. 세상 모두가 자신이 누구인지 분간하지 못하지만 형수인 나연희는 달랐다. 쌍둥이 형제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연희는 정우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한다. 카인과 아벨의 시작이다.

이 모든 악행의 시작은 형에 대한 시기와 질투, 그리고 자격지심에서 비롯됐다. 술집에서 만난 그 여성이 자신을 비하하는 모습에 분노한 민호의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까지 넘게 만들었다. 자신의 쌍둥이 형을 죽게 만들고, 현직 검사를 몰락하게 했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용서 받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SBS 새 월화드라마 <피고인>

범죄자가 된 정우가 감옥을 탈출하는 장면에서 시작된 <피고인>은 첫 회 나름 과감한 전개를 보였다. 다양한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그 사건에 집중하기도 전에 이미 다른 사건들 속으로 들어서는 과정은 흥미롭게 다가왔다. 첫 회 이렇게 몰아붙이고 어떻게 과정을 정리해나갈지 우려가 될 정도다.

말 그대로 다음 이야기는 수습 과정으로 이어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패는 처음부터 다 드러났다. 형을 죽인 민호가 모든 범죄를 일으킨 주범이다. 그로 인해 몰락한 전직 검사 정우가 어떻게 반격을 해 나가느냐가 이 드라마의 핵심이다. 여기에 민호를 도와줄 국선변호사 서은혜와 남편을 잃고 시동생을 남편으로 대하며 살아야 하는 연희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시체가 없는 어린 딸의 행방 역시 정우가 진실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이유가 된다. 기억이 사라진 남자와 그 기억을 지워버린 남자. 모든 악의 근원으로 설정된 재벌과 그들을 벌하려는 전직 검사와 국선변호사의 대결은 분명 흥미롭다. 하지만 과연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이다.

<피고인> 첫 회는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을 듯하다. 좀 과한 듯한 설정 속에서도 지성과 엄기준의 연기 대결은 시청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으니 말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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