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마지막 날 촛불 광장과 방송사 스튜디오는 하나의 목소리를 냈다. 건강한 사회에 대한 바람들이 수상 소감에 그대로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휘재와 한석규로 대변되는 이질적인 논란도 있었지만, 광장엔 노래로 하나 된 신대철과 전인권의 모습도 있었다.

이질과 동질 사이 하나의 가치;
촛불집회 10주 1000만, 2017년 적폐를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 나간다

참 대단하다. 10주 동안 매주 토요일이면 국민들은 광장에 나섰다. 작은 촛불 하나에 염원을 담아 그렇게 광장에서 진정한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스스로 묻고 외치는 시간을 가졌다. 문자로 각인된 교과서가 아닌, 진짜 민주주의를 우린 광장에서 그렇게 서로에게 배웠다.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어린 아이들에게 직접 몸으로 배울 수 있도록 해주었다. 작은 촛불은 모여서 거대한 빛이 되었다. 차갑고 어두운 사회를 환하게 밝힌 그 촛불은 그렇게 위대하게 우리의 미래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린 아이와 학생들, 그리고 100세와 더욱 가까운 어른까지 광장에는 수많은 연령대가 모였다. 직업 역시 제각각이었고, 그들의 삶의 모습 역시 동일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름도 모르고 얼굴도 광장에서 처음 봤지만 오직 하나의 가치로 우리가 되었다.

10차 범국민행동의 날 송박영신 콘서트 중 전인권X신대철의 아름다운강산' [팩트TV] 영상 갈무리

12월 31일 저녁에도 전국 100만이 광장에서 대한민국을 외쳤다. 누군가에 의해 사유화된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 모두의 광장에 전설적인 두 록커가 무대에 섰다. '시나위' 신대철과 '들국화' 전인권이 '아름다운 강산'을 연주하고 노래하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박정희에 의해 금지곡이 되었던 '아름다운 강산'을 박사모가 부르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는 신대철은 자발적으로 광장의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이전 광장에서 처절한 애국가로 모두를 감동시켰던 전인권과 의기투합해 다시 광장에서 만났다. 대한민국 록 음악을 이끌었던 전설적인 이들이 함께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2016년 마지막날은 특별했다.

방송사 연말 시상식 이후 두 인물들로 인터넷 공간은 후끈했다. 'SBS 연기대상' 진행을 하던 이휘재는 문제의 발언을 쏟아내며 새해 첫날 논란의 주인공이 되었다. 시상식에 나온 성동일이 패딩을 입었다는 이유로 "배우 맞아요"를 외치는 이휘재는 홀로 궁금한 듯했다. 시상식에 무엇을 입든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다. 시상식이 대체 무엇이기에 양복을 갖춰 입어야 하는 것일까?

이휘재의 뒤틀린 시각은 패션에만 집중되지 않았다. 이준기와 아이유에 대해 서로 사귀는 것이 아니냐는 식의 멘트를 하는 그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조정석과 거미의 관계까지 비꼬는 식의 이휘재의 말들은 새해 첫날 하루 종일 논란으로 이어졌다.

2016 SBS 연기대상 시상식

"문득 직업란에 제 직업을 쓸 때가 있는데 '연기자'라고 쓰곤 한다. 그때마다 제 직업이 연기자구나 하고 생각한다. 신인 시절, 하얀 도화지가 되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자신의 색깔을 마음껏 펼치라는 의미에서다. 검은 도화지가 될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한 번 상상해보라. 밤하늘 같은 암흑이 없다면 별은 빛날 수 없을 것이다. 어둠과 빛은 한 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때 제 연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배우는 문화 종사자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이다. 엉뚱하고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이 다르다는 걸 불편함으로 받아들인다면 배려심으로 포용하고 어울릴 수 있겠지만, '위험하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사회, 국가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낭만닥터 김사부'에 출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작가의 의도 때문이다. 그걸 마지막으로 읽어드리고 수상 소감을 마치고 싶다.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 시인 고은이 쓴 편지 글 중 말이다. 이 시대 죽어가는 소중한 가치들, 사람스러운 것들에 대한 향수들,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 바라며..."

이휘재가 망쳐버린 시상식을 상식적으로 되돌려 놓은 것은 대상을 받은 한석규의 수상 소감이었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찰을 시작으로 하얀 도화지와 검은 도화지를 언급하며 별이 빛나는 것은 검은 하늘 덕분이라는 말을 건네는 한석규의 소감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2016 SBS 연기대상 시상식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박근혜 정권의 핵심적인 통치 방식이었다는 점은 명확하다.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이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하는 독재적 발상은 그렇게 우리가 반드시 청산해야 하는 적폐다.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이 국가에 대한 한석규의 촌철살인은 반가웠다.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 한석규가 참석하게 된 이유는 더욱 큰 가치로 다가온다.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고은 시인의 편지 글을 인용한 작가의 변을 밝혔다. "이 시대 죽어가는 소중한 가치들, 사람스러운 것들에게 대한 향수들, 나는 지금 왜 이러고 살고 있는지 길을 잃은 많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할 수 있기를..."이라는 작가의 고민은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특별하게 다가왔다.

광장에 울려 퍼진 '아름다운 강산'은 촛불 시민 모두가 함께 불렸다. 독재시절 금지당했던 노래를 함께 부르는 2016년 12월 31일 저녁은 그렇게 뜨겁게 타올랐다. 이질적인 농담으로 논란을 일으킨 이휘재와 우리가 지향할 가치에 대해 묵직하게 언급한 한석규. 이질과 동질이 혼용되는 이 사회에서 절대가치는 결국 우리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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