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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연말 시상식의 유일한 가치로 빛난 말들[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7.01.02 11:05

1월 1일에도 빠지지 않고 방송된 <김제동의 톡투유>에 게스트로 김윤아가 출연했다. 김윤아는 꿈은 이룬 자신으로서는 뭔가 대중에게 빚진 기분을 안고 산다는 말을 했다. 누군가 그 기분을 강요할 수는 없지만 대중스타들이 잊지 말아야 할 생각일 것이다.

연말이면 시끌벅적 열리는 방송사마다의 시상식. 열혈팬들에게는 중요한 일정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하니까 보는 정도의 남의 잔치에 불과하다. 특히 촛불의 시국에 연말 시상식은 다른 때보다 더 그들만의 잔치였을 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국이 시국인 만큼 대중의 관심이 더 쏠린 부분도 존재했다. 

바로 누가 개념 소감을 말하는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사실 평소라면 집에서 혹은 여행지에 형편에 맞는 연말연시를 보냈을 많은 사람들이 광장을 찾았다. 그런 우리가 사랑하는 스타들이 화려한 시상식 무대 위에서 어떤 말로 광장을 위로할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2016 MBC 연예대상 시상식

연말에 화제가 된 시상식 말들은 확실히 여느 때와 달랐다. 보통은 시국에 관련된 말을 극도로 삼가는 국민엠씨 유재석조차 완곡하지만 시국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유재석은 “역사를 통해서, 나라가 힘들 때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면서 “소수의 몇몇 사람이 꽃길을 걷는 게 아니라 내년엔 모든 국민들이 꽃길을 걷는 그런 날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그렇지만 사실 유재석의 소감은 이후 다른 스타들에 비해서는 상당히 은유적이고 완곡해서 소위 시국소감이라고 하기에도 살짝 부족한 감도 없지 않았지만, 박사모는 이런 말조차 좌빨연예인이라고 몰아붙여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맞기도 했다.

2016 KBS 연기대상 시상식

유재석을 시작으로 여러 스타들이 시상 후 소감을 자기 주변 챙기는 것 대신에 시국을 빗댄 말들을 쏟아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소감은 아마도 KBS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한 차인표가 아닐까 싶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그리고 남편은 결코 부인을 이길 수 없다’는 그의 말. 

어둠과 거짓을 말할 때는 사회자가 무척이나 당황해 하는 모습이었다가 세 번째에 남편은 아내를 이길 수 없다는 차인표의 배려(?)에 비로소 크게 웃으며 상황을 추스르는 모습조차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소감이 선언이 되지 않도록 유머로 마무리한 최고의 센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베스트커플상 외에 베스트 센스상을 별도로 수상해도 좋을 듯한 차인표였다.

2016 MBC 연기대상 시상식

차인표가 유머와 센스로 소신을 분위기와 잘 조화시켰다면 그와는 반대로 돌직구를 날린 스타 김의성을 빼놓을 수 없다. 김의성은 MBC 사장이 보는 앞에서 “올해 부당한 이유로 집을 떠나고 직장을 떠난 사람들이 많다. 내년에는 그 사람들이 자기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촛불시국은 티비의 지상도를 바꾸어 놓았다. 뉴스가 드라마와 예능을 압도했다. 보도기능을 거세한 공영방송들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종편 JTBC가 일약 최고의 방송사로 떠올랐다. 뉴스 하나로 거둔 성과다. 또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피디, 고발뉴스의 이상호 기자 등은 제도권 방송 바깥에서 눈부신 활약을 보이고 있는데 JTBC 손석희와 더불어 모두 MBC 출신이라는 사실에서, 김의성의 “집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는 단순히 해직 언론인의 복귀 이상의 의미와 회한이 담긴 것이라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6 SBS 연기대상 시상식

한석규 역시 이런 시국소감에 동참을 했는데 사실 드문 일이라는 점에 더 주목하게 됐다. 한석규는 “다르다고 해서 그것을 불편함과 위험함으로 받아들인다면 좋은 사회, 국가가 될 수 없다”며 “가치가 죽고 아름다움이 천박해지지 않기를”이라는 고은의 시로 결론을 맺었다. 다르다고 해서 핍박하고, 쫓아내는 천박한 사회에 대한 점잖은 일갈이라 할 것이다. 

이렇듯 다른 때와 달리 시상식을 개인의 영역에 두지 않고 사회를 향한 발언대로 활용한 스타들의 소신은 그들이 받은 상이 무엇이든 간에 그들을 부르는 스타라는 말처럼 빛이 났다. 가수들이 열심히 광장을 빛내는 동안 상대적으로 소극적로 보였던 배우, 개그맨들도 이로써 보이지 않는 섬에서 탈출해 광장에 나란히 선 느낌을 주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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